이탈리아·프랑스·독일 등 거쳐 동유럽으로 확산세···삼성·현대차 공장도 한시적 ‘셧다운’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동유럽 지역에도 코로나19 확진자가 속출하면서 현지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도 비상이다. 공장 내 감염자가 발생할 경우 최소 2주간의 가동 중단, 이른바 ‘셧다운(Shut-down)’에 돌입해야 해 생산차질이 불가피하다. 감염확산을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20일 재계 등에 따르면, 우리기업들의 유럽 생산기지는 폴란드, 체코, 슬로바키아, 헝가리 등 유럽 내에서 비교적 인건비가 저렴한 동유럽에 집중됐다. 유럽은 국경 간 왕래가 자유로워, 이곳에서 생산된 제품을 육상운송을 통해 독일·프랑스 등 서유럽 지역으로 이송한다. 동구권 국가들의 경우 글로벌 기업의 생산라인 유치에도 적극적이다.

4대그룹 전진기지도 이곳에 집중됐다. 헝가리에는 삼성전자 가전공장과 삼성SDI 배터리공장이 위치했다. 삼성전자는 폴란드·슬로바키아 등에도 생산라인을 운용 중이다. 현대·기아차는 각각 체코와 슬로바키아에 완성차공장을, 현대모비스는 이들 두 곳에 부품공장을 설립했다. SK이노베이션은 헝가리에, LG전자와 LG화학은 폴란드에 각각 생산기지를 구축한 상태다.

19일(현지시간) 기준, 동유럽 국가들 중 가장 많은 감염자가 발생한 곳은 현대차 공장이 위치한 체코(464명)다. 삼성전자·LG전자·LG화학 등이 자리한 폴란드에서 246명의 감염자가 발생했으며, 슬로바키아에서도 105명의 확진자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된다. 헝가리의 경우 비교적 상황이 나은 편이다. 58명의 감염자가 발생해 유럽 내에서 저조한 감염률을 보인다.

삼성전자는 내주 한 주간 슬로바키아 TV공장의 가동을 일시 중단하기로 했다. 현지 정부의 비상사태 선포에 발맞춘 조치다. 업체 관계자는 “바이러스 확산방지 및 임직원 안전 등을 위해 실시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다른 유럽소재 공장들의 가동은 정상적으로 진행된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앞서 현대차그룹도 23일부터 현대차 체코공장과 기아차 슬로바키아공장 가동을 2주간 멈추기로 했다. 공장 내에서 확진자가 발생한 것은 아니지만, 현지 및 인접국가에서 확진자가 대거 쏟아지며 부품수급 등에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업체 측은 “현지 정부가 국경을 폐쇄함에 따라 직원들 안전과 감염증 확산방지 등을 고려해 최종 가동중단조치를 내렸다”고 부연했다.

실제 유럽의 경우 대부분 국가에서 국경폐쇄조치가 이뤄지고 있다. 물자 등의 이동은 제한적으로 허용되지만, 검문검색이 강화돼 현대차그룹의 사례처럼 상당한 애로상황에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LG화학 폴란드 브로츠와프에서 근무하는 한 관계자에 따르면 독일 드레스덴으로 향하는 주요 도로의 정체행렬이 국경으로부터 50km 가까이 이어진 상태다.

LG화학뿐 아니라 LG전자의 생산기지가 구축된 브로츠와프는 다른 폴란드 내에서 가장 높은 감염자가 발생한 곳이다. 때문에 현지 업체들도 경계수위를 높이는 상황이다. 지난 16일 LG화학 현지 공장에서 근무하는 직원이 앰뷸런스를 타고 이송되는 모습이 공장 내부에서 포착돼 불안감에 휩싸이기도 했으나, 코로나19와는 무관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LG전자·LG화학 모두 공장 내 감염확산을 막기 위한 방역정책에 열을 올리고 있다. 발열자의 출입을 금하고 있으며,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다. LG화학 관계자는 “한국에서 출장·파견되는 인력들의 경우 현지도착 후 14일의 의무 격리기간을 거쳐 증상이 없을 시 공장에 투입할 정도로 철저히 관리 중이다”고 전했다.

공장 소재지 내 감염자가 발생하지 않은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현지정부가 요구하는 방역활동 및 한국 수준의 자체 방역활동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현지 사정이 불안정해지면서, 파견 된 주재원 가족들의 귀국을 돕는 절차도 진행 중이다. SK이노베이션은 주재원 가족들을 대상으로 철수를 권고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시사저널e와 통화에서 “귀국 항공료 및 귀국 후 보름 여 동안의 자가 격리비용 등을 지원 중이며, 비행편이 속속 확보되는 대로 주재원 가족들의 귀국이 이뤄지고 있다”며 “사태 추이를 지켜봐야겠지만, 공장 가동을 계속해야하는 만큼 주재원의 철수는 현재로선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SK이노베이션을 비롯해 LG화학, 삼성SDI 등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하는 업체들은 유럽 내 완성차공장들의 가동여부와 관계없이 배터리 생산을 이어나간다는 계획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전부터 배터리 수요가 높아져 수급에 어려움을 겪었다”면서 “완성차공장 가동여부와 관계없이 생산을 계속해 제품생산을 이어나가야 하는 상황”이라 설명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다행히 서유럽 국가들에 비해 동유럽 국가들의 사정이 나은 편이고, 이탈리아 등의 사례를 감안해 선제적인 조치가 시행되고 있다”면서 “유럽 전역의 사정이 통제 불가능할 정도로 악화될 경우 직원보호 등을 위해 철수조치가 실시되겠지만, 현지 정부의 통제아래 감염확산에 매진하며 생산을 이어 가는 것이 현재로선 가장 현명한 조치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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