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본, 방역관리자 지정 등 감시체계 구축 추진···집단감염 시 손실 보상·재정 지원 제한
전문가들 “요양병원 전수조사 어렵다”···방역관리 매진 당부

코로나19 환자가 다수 나온 대구시 서구 한사랑요양병원에서 19일 119 구급대원들이 코로나19 환자를 대구의료원으로 이송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환자가 다수 나온 대구시 서구 한사랑요양병원에서 19일 119 구급대원들이 코로나19 환자를 대구의료원으로 이송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최근 대구를 중심으로 요양병원에서 코로나19가 확산되자 정부도 행정명령을 발동키로 하는 등 방역 강화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전문가들은 현실적으로 전수조사는 힘들다며, 병원들이 방역관리에 매진해줄 것을 당부했다.   

20일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 현재, 코로나19 총 누적 확진자 수는 8652명이다. 신규 확진자는 87명이다. 전날 신규 확진자가 100명 이상으로 다시 늘어났다가 이날에는 100명 이하로 내려갔다. 이처럼 일별 신규 확진자 증감의 주요 변수는 요양병원 등 소규모 집단감염 여부로 분석된다. 실제 지난 18일 한사랑요양병원 등 대구 요양병원 5곳에서 코로나19 확진자 80여명이 나왔다.  

이날 대구시에 따르면 전날까지 방역당국이 요양병원과 사회복지시설에 대한 전수조사를 벌인 결과, 달성군 대실병원 8명, 서구 한사랑요양병원 1명 등의 확진자가 추가됐다. 이에 대구 요양병원 전수조사 과정에서 나온 확진자는 총 104명으로 집계됐다.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은 고령의 기저질환자가 입원 환자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시설이다. 이에 코로나19가 일단 감염되면 중증환자나 사망자 발생 우려가 큰 곳으로 분류돼 왔다. 실제로도 최근 집단감염 사례가 수차례 발생하고 있어 종사자 및 간병인 관리 강화 필요성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정부도 이 같은 요양병원 집단감염 사태에 적극 대응키로 했다. 중대본은 감염에 취약한 노인 등이 많은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요양병원에는 행정명령을 발동하고, 요양시설에는 행정지도를 실시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방역관리자 지정 △외부인 출입 제한 △종사자(간병인)에 대해 매일 발열 등 증상 여부 확인 및 기록 △유증상자는 즉각 업무 배제 △종사자 마스크 착용 등을 내용으로 하는 행정명령 및 행정지도 조치를 통해 능동적 감시체계를 구축함으로써 감염 예방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또 요양병원에 대한 행정명령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명령을 위반해 집단감염이 발생할 경우 해당 기관에 대한 손실 보상 및 재정 지원을 제한하고, 추가 방역 조치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검토할 예정이다.

앞서 중대본은 지난 2월17∼18일, 3월9∼13일 두 차례에 걸쳐 전국 요양병원을 조사한 바 있다. 두 번째 검사 대상은 코로나19 감염 가능성이 있는 요양병원 내 원인 불명 폐렴 환자 457명이었다. 검사 결과는 모두 음성이다.  

하지만 이 같은 정부의 두 차례 검사에도 전국에 1500곳이 넘는 요양병원 내 입원 환자를 모두 조사해야 한다는 의견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현재 코로나19 확산 사태의 심각성을 감안하면 특단의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그동안 요양병원은 소수 인력이 고령의 다수 환자를 돌보는 등 고질적 병폐가 있었다”라며 “심할 경우 10여명의 환자를 한 방에 몰아넣고 약간 명의 간병인과 간호사가 케어하는 형태도 있을 정도”라고 토로했다.

편의상 전국 요양병원을 1500곳으로 잡고 한 병원당 100명으로 추산하면 전국에 10만명에서 15만명의 환자가 병원에 있는 셈이다. 이들을 전수조사하는 것은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현재 방역 인력 등의 현실을 감안하면 쉽지 않은 일이다. 

감염병 전문가들도 현실적으로 전수조사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히며, 요양병원 차원에서 실현 가능한 방안을 강조했다. 

엄중식 가천대학교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요양병원 전수조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을 전제로 “병원 방문자를 제한하는 등 일단 코로나19 환자 유입을 차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엄 교수는 “병원 내 발열 환자 유무 등을 수시로 체크하는 증상 모니터링을 강화해 유증상자를 신속하게 찾아내야 한다”며 “확인된 코로나19 환자는 즉시 격리하고 직원들이 마스크 착용을 필수로 하는 등 기본 사항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현 시점에서) 요양병원 전수조사는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천 교수는 “우선 의료진이나 직원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유증상자 검사 절차를 완화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요양병원에 입원해 있는 환자를 검사하기 위해 방역당국이 병원을 방문하는 등 까다로운 절차를 일부 변경해 달라는 요구로 풀이된다.

그는 “일부 시설에서 시행한 코호트 격리는 요양병원에서 불필요하다”며 “코로나19 확진자는 병동에 입원하고 나머지 환자들은 더욱 세심하게 관찰하는 방안도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전병율 차의과학대학교 보건산업대학원장(전 질병관리본부장)도 “전체 요양병원을 일시적으로 조사하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전 원장은 “기존 환자 발열 관리에 최선을 다하고 취약시설인 만큼 의료진과 직원까지 수시로 체크하는 등 절대 방치하면 안 된다”고 당부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기존 한국 의료 시스템 모순의 누적 형태가 요양병원인데 현재는 시스템까지 수술할 시간이 없다”며 “당장 정부가 개별 병원을 통제하고 지원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전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