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대한항공 1분기 실적 당기순손실 6600억원 예상
시장 신뢰 잃은 대한항공, 항공운임채권 목표치 달성 쉽지 않아

대한항공이 오는 6월 1일부터 국내선 운임을 평균 7% 올린다. /사진=연합뉴스
KB증권은 대한항공의 1분기 당기순손실이 66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 사진=연합뉴스

한진그룹 경영권을 결정할 주주총회가 1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대표 계열사인 대한항공엔 악재가 겹친 상황이지만 양측은 차별화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3자 연합(KCGI·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반도건설)뿐 아니라, 한진그룹도 서로에 대한 의혹 제시 및 반박에만 집중하는 모습인데 시장에선 이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미국 국무부는 19일(현지 시각) 전 세계 모든 국가에 대한 여행경보를 최고 등급인 4단계로 격상했다. 사실상 미국인들에게 여행 금지를 권고한 것이다. 국내 항공사 중에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을 포함해 미주 15개 도시에 취항하는 대한항공이 입을 피해가 상당할 전망이다.

이처럼 한진그룹의 주력 사업인 대한항공이 처한 사업환경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여객기를 화물 운송에 활용하는 등 화물 수요를 통해 실적을 만회한다고 하지만 역부족이다. 업계에선 182대의 항공기를 보유한 대한항공의 고정 발생 비용(정비비 및 리스비 등)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한다.

악재가 겹치자 증권사에서 예상하는 대한항공의 1분기 실적은 역대 최악에 가까운 수준이다. KB증권은 대한항공이 1분기에 660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낼 것으로 예상했다. 일본 불매운동 등 악재가 겹친 지난해 전체 당기순손실(5708억원)보다도 큰 폭의 적자다. 이를 가정해 부채비율을 계산해보면 대한항공의 1분기 부채비율은 967%까지 치솟는다.

향후 부채비율을 줄이기 위해선 자금 확보가 필수적이다. 현재로선 영업을 통한 현금 확보가 불가능해 외부 자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대한항공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이 ‘하향 검토’ 대상에 오르는 등 시장의 신뢰를 잃은 상황이라 항공운임채권 ABS 발행에도 목표치를 달성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최근 대한항공은 6000억원 규모의 ABS 발행 구조와 계획을 확정했다.

경영 상황은 악화됐지만 경영권 분쟁을 펼치는 양측은 주주들에게 별다른 대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주총 이후엔 한진칼의 주가 흐름도 바뀔 것으로 예상되는데, 양측이 제시한 재무 전략은 일반적인 내용만 담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서로 베꼈느니 하는 지적만 하고 있는 것이다. 뚜렷한 방안이 없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양측이 공통적으로 제안했던 유휴 자산 매각은 주관사 선정 절차를 밟고 있다. 지난달 27일 한진그룹은 유휴 자산 매각 관련 주관사 선정을 위해 관련사에 ‘매각 자문 제안 요청서(REP)’를 발송했다고 밝혔다.

요청서는 부동산컨설팅사, 회계법인, 증권사, 신탁사 등 12개사에 발송됐다. 한진그룹은 오는 24일까지 제안서를 받아 심사를 진행한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계획대로 주관사 선정을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서울시가 종로구 송현동 부지 등에 매입 의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장 예상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매각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그밖에도 전날 대한항공은 다른 항공사들과 함께 19일 국토부에 “항공사 채권 발행 시 지급 보증 선행이 필요하다”면서 “신용등급과 부채비율 등 지원 조건을 한시적으로 완화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업계에선 해당 내용은 국토부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닌 탓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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