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재정정책 전 세계적으로 나올 정도로 보건위기가 경제위기로 전이
유럽은 코로나19 확산 이제 시작, 어느 수순으로 갈지 모르는 만큼 불확실성 커

부동산 전문가들은 시장이 과거 사스, 메르스때 시장이 영향을 받지 않았던 것과 달리 코로나19로 인해 침체기를 맞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사진은 송파구 잠실동 아파트 전경 / 사진=연합뉴스
부동산 전문가들은 시장이 과거 사스, 메르스때 시장이 영향을 받지 않았던 것과 달리 코로나19로 인해 침체기를 맞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사진은 송파구 잠실동 아파트 전경 /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로 달아올랐던 국내 주택시장이 침체기를 맞을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부동산 시장에서 전염병 리스크는 지난 십여 년 간의 기간 동안 사스(2003년), 메르스(2015년) 등이 존재했지만 시장에 큰 타격을 미치진 못했다. 특히 서울의 부동산 시장에서는 상승세를 이어갈 정도로 그 전염력은 미미했다.

우리나라 현 부동산 시황을 봐도 냉온탕을 오가는 느낌을 준다. 서울 강남권은 시세보다 수억 원이 낮은 가격의 급매물이 나오는 반면 규제가 덜한 수도권 남부권인 인천 등 지역에선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또 이달 초 과천에서 분양한 한 사업장의 1순위 평균 청약경쟁률이 194대 1을, 이틀 전 부산 해운대에서 분양한 사업장의 평균경쟁률은 226대 1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이 코로나19에 따른 주택시장 위축세에 무게를 싣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그 근거로 보건위기가 경제위기로 전이된 정도의 차이가 다르다는 점을 꼽는다. 2002년 11월부터 2003년 7월까지 유행한 사스의 경우 세계 전 세계 감염자수는 8000명을 훌쩍 넘고 사망자수 역시 774명일 정도로 많았다. 세계치사율이 10% 수준일 정도로 위협적이었지만 국내 감염자수는 4명에 불과했고 사망자는 나오지 않았다. 때문에 국내에서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전염병 리스크는 크지 않았다. KB국민은행 리브온에 따르면 2002년 30.79%가 폭등했던 서울 아파트값은 2003년 사스 영향에도 불구하고 10.18% 올랐고, 전국 아파트값도 9.57% 상승했다.

메르스도 마찬가지다. 국내에서 2015년 6월부터 11월까지 유행한 이 병은 세계 감염자수는 1400명에 불과했지만 국내 확진자수는 186명으로 높은 편이었다. 사망자도 36명이나 돼 국내 치사율도 20%에 육박했다. 그러나 특정 병원 내 감염이 많은 비중을 차지했기 때문에 국민이 느끼는 전염병 리스크 체감율은 낮았다. 2010년부터 2013년 상반기까지 움츠러들어있던 주택시장 전반이 오랜만에 맞은 상승세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했다. 당시 아파트 분양 모델하우스는 인산인해였고, 서울 아파트값도 전년인 2014년 대비 5.56% 상승했다.

코로나19는 사정이 다르다. 일단 치사율이 이전의 감염병 보다 낮다고 하지만 확진자수가 매우 많다. 병원 감염 등 특정지역이 아니라 불특정지역의 집단감염 확진자수도 늘고 있어 경제 전반에 미치는 위축정도도 더 크다. 국내 문제만도 아니다. 발원지인 중국의 코로나 확진자수는 8만 명 수준인데 현재 전 세계 확진자수는 이미 20만 명을 넘는다. 때문에 미국과 영국이 각각 두 번씩 금리를 낮추고, 우리나라 역시 한 번도 가보지 않은 0%대 기준금리를 발표할 정도로 전 세계적으로 통화 재정정책을 내놓고 있다. 국가 간 이동제한은 물론이고 기업의 휴무나 재택, 상업시설의 영업제한이 늘고 있다. 소비나 생산투자가 일제히 멈춰버린 것이다. 사실상 감염이나 보건 위기 경제로 전이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전염병으로 인해 재난기본소득이 대거 풀리는 것만 봐도 정부가 이전 감염병에 비해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상황을 더욱 엄중히 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부동산 시장을 둘러싼 제반환경이 이전 사스나 메르스 때와 다르다는 점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2003년 사스때는 참여정부 들어 강남에서 촉발된 전국 집값이 폭등하던 시기였고, 2015년 메르스 때는 최경환 부총리의 초이노믹스 규제완화 영향으로 상승기에 진입하던 시기였다. 현 정부의 대출제한, 자금출처조사 등 고강도 규제로 정부가 부동산 가격을 인위적으로 누르고 있는 상황과는 다르기 때문에 시장 전반이 침체기로 접어드는 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

함영진 직방 랩장은 “지난해 12·16대책과 올해 2·20 대책까지 대출 및 과세강화를 골자로 한 정부의 부동산시장 수요억제책이 강력한 상황에서 예기치 못한 코로나19 팬더믹이 보건위기를 경제 리스크로 전이시키고 있다”며 “거시경제의 하방 리스크와 금융시장의 변동성 우려 등에 따른 구매력 감소와 부동산 시장의 냉각 가능성을 높이는 감염공포가 부동산 수요의 관망과 심리적 위축을 부르는 상황에서 공시가격 인상에 따른 세 부담이 동시에 가중돼 향후 주택시장은 거래량 감소가 거세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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