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지구촌을 강타하면서 자유무역을 중심으로 한 ‘자본주의’ 시스템이 위협받는 상황에 이르렀다. 전염병에서 시작된 보건위기는 전 세계 증권시장을 강타하면서 금융위기에 도달했고, 이제는 전 세계적인 실물경기 위축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실물경제는 완전히 서있는 상황이다. 기업 활동이 멈춰서면서 수출전선에 타격이 오고 있고, 전 국민의 ‘사회적 거리두기’는 역설적으로 내수경기마저 최악의 침체로 이끌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는 데는 평시와 같은 사고보다는 전시와 같은 ‘획기적인 대책’이 중요해진다. 질병관리본부가 메르스 확산 때의 교훈을 바탕으로 한발 빠르게 ‘코로나19 진단 키트’를 개발해 보급한 것이 지역사회 감염 상황에서 ‘확산’을 통제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누군가의 아이디어로 제시된 ‘드라이빙 스루 검사법’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채택하겠다고 할 정도로 전 세계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한발 더 나아가 서울 관악구에 있는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은 워킹 스루 진료소를 만들어 차량이 없는 시민들이 이용하도록 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가 2개월에 가까운 사투를 벌이고 있지만 감염자를 따라다니는 ‘역학 조사 방식’으로는 서서히 확산되는 ‘지역사회 감염’을 차단하는데 한계에 이르렀다고 판단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우리는 4·15총선을 앞두고 있다. 4000만명의 성인이 예년과 같은 70%대 참여율을 보일 경우 3000만명이 선거에 참여하게 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감염 위험을 차단하기 위해 ‘발열체크 요원’을 투표소에 배치하고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전국적으로 치러지는 선거를 위해 선관위는 이틀간 운영하는 사전투표소 3500개, 당일 투표소 1만4300개소를 준비하고 있다. 선거 진행요원은 정당 참관인을 포함해 투표소당 18명, 연인원 32만여명이 참여하게 된다.

청와대와 정부가 이번 총선을 활용해 3000만 유권자의 ‘코로나19 데이터베이스’를 확보하면 어떨까 제안해 본다. 정부가 의료인력을 약 1만8000개소의 투표소에 파견해 발열체크와 문진표를 받는다면 전국적인 ‘코로나 의심환자’ 추출이 가능하며 이번 사태를 조기에 진화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는 모르고 감염된 국민을 살리는 길이다.

문제는 예산과 인력 동원 방안이다. 선거관리에 참여하는 인력은 대략 5만원 정도의 수당을 제공받는데, 약 6만명의 의료인력을 동원할 경우 30억원의 예산이 소요되며, 3000만명의 1% 정도가 코로나 진단을 받을 경우를 상정하면 진단 키트 가격만해도 30억원이 넘게 소요된다.

의료인력 부족상황에서 불과 2주만에 6만명의 의료인력을 차출하는 것도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군 의료인력, 각급 학교 양호교사 등 공무원을 적극적으로 투입하고, 은퇴한 의료인들이 자원봉사 형태로 참여한다면 못할 일도 아니다.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현행 법의 문제는 없으며 선거를 더 안전하게 치를 수 있다면 도움이 된다”며 “다만 예산 등의 문제 때문에 정부 차원의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도 “정부차원에서 검토가 이뤄진다면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이며, 정부당국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해달라”고 밝혔다.

다만 이 같은 방법이 시행되는데 걸림돌은 국민들의 불편함을 어떻게 최소화할 것이냐 하는 점과 정치권의 반응이다. 이 같은 의견을 나눠본 평범한 시민들은 약간의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코로나19 퇴치에 도움이 된다면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반응이 주류를 이뤘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조사가 대규모 확진자를 양산해 우리나라가 코로나 위험국으로 인식될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하지만 국제보건기구(WHO)는 팬데믹 상황에서 미국이나 유럽이 더 많은 확진자 진단에 나서야 한다고 독려하는 점을 감안하면 세계적인 귀감이 될 수도 있다.

이 같은 방안이 투표율 등에 영향을 미칠 경우 여야가 느끼는 정치적인 셈법은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개인의 프라이버시 침해를 우려해 투표율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많은 수를 한꺼번에 진단해야 하니 ‘진단 키트’ 조달에 어려움도 따를 수 있다.

그럼에도 정부차원에서 코로나19를 획기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판단한다면 이번 선거가 ‘코리아 솔루션’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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