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공간이라 소독·환기 용이···환기 시간 단 10분
병원·지자체서 워킹 스루에 대한 문의 이어져

지난 18일 김상일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장이 워킹 스루 부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사진=변소인 기자
지난 18일 김상일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장이 워킹 스루 부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사진=변소인 기자

코로나19 검사에서 국내 의료진들의 아이디어가 빛나고 있다. 차량 이동 방식의 '드라이빙 스루'에 이어 빠르고 안전하게 검사를 받을 수 있는 '워킹 스루' 선별진료소가 등장했다. 서울 관악구에 위치한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은 지난 16일부터 워킹 스루 방식의 1인 감염안전진료부스 ‘세이프티(SAFETY)’를 본격 운영하고 있다.

기존 드라이빙 스루 검사는 차량 이동이 필수지만 워킹 스루 검사는 걸어서 진료소 안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이용자 폭이 그만큼 넓다. 지난 18일 찾은 워킹 스루 선별진료소에는 공중전화 박스 크기의 부스 4개가 붙어있었다. 한 쪽에서는 진료가, 한 쪽에서는 소독이 한창이었다. 의료진은 라텍스 장갑을 끼고 부스에 설치된 글로브와 그 위에 덧댄 일회용 비닐장갑까지 총 3겹의 장갑을 끼고 검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우선 인터폰을 통해 의료진과 피검사자의 질의응답이 오갔다. 양쪽이 다 마스크가 쓴 상황에서 자칫하면 말이 잘 들리지 않아 거리가 가까워지기 쉬운데 인터폰을 통해서 매끄럽게 의사소통이 가능했다. 부스밖에 의료진이 위치하고 있어 의료진과 피검사자 모두 안전하게 검사를 진행할 수 있었다. 청진기도 부스에 꽂혀있어 검사 과정에서 어떠한 신체적 접촉도 없었다.

환자 진료가 끝나자마자 바로 소독이 진행됐다. 밀대로 부스를 닦은 뒤 방역에 이어졌다. 이후 부스 문을 닫으면 음압시설을 통해 금세 환기가 됐다. 의료진은 ‘소독 중’에서 ‘소독 완료’라는 푯말로 갈아 끼웠다. 워킹 스루를 개발한 김상일 양지병원장을 만나 아이디어를 낸 배경부터 향후 계획 등을 들어봤다.

Q 워킹 스루 선별진료소를 만들게 된 배경은?
A 일단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될 줄 몰랐다. 점점 지역사회 감염이 확산되면서 드라이빙 스루라는 혁신적인 방법이 개발됐지만 실제로 차를 갖고 병원을 방문할 수 없는 이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특히 이 지역은 1인 가구가 많다. 걸어왔을 때도 안전하고 빠르게 효율적으로 검사받을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지 고민했다. 실험실에서 위험한 생물학적 물질 다룰 때 쓰는 ‘바이오 안전 캐비넷’ 실험 기구에서 착안해 사람이 들어가서 진료를 받으면 어떨까 생각했다. 공중전화 박스 크기로 만들어서 음압 시설로 오염된 공기는 밖으로 빠져나가고, 의사와 환자는 분리된 채로 검사할 수 있다.

Q 세계 최초인 건가?
A 그렇게 알고 있다. 어디를 참조해서 만들지 않았다. 독창적으로 만들었다.

Q 힘들었던 점은?
A 아이디어를 처음에 말했을 때 많은 직원들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냥 밀어붙였다. 실제로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일주일 정도 시범 운영을 한 뒤 16일부터 본격 가동했다. 지금도 매일 진화하고 있다. 소독과 환기를 좀 더 확실히 하는 방법, 좀 더 안전하게 검사하는 방법 등을 계속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Q 음압텐트는 환기할 때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 워킹 스루 부스의 환기 시간이 짧은 이유는?
A 넓은 곳은 비말이 어디에 튈지 모르기 때문에 모든 공간을 다 닦아야 한다. 해당 공간을 환기시키는데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 많은 의료진들이 힘들어했다. 워킹 스루 부스의 경우 공간을 최소화해 더 꼼꼼하게 소독할 수 있다. 소형 공간이라 환기도 빠르다. 음압시설을 업그레이드한 후에 환기 시간은 10분 남짓이다. 빠른 소독 후 다음 환자는 깨끗한 환경에서 진료 받을 수 있다. 환자의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Q 설치비용은 어떤가?
A 비용 대비 효과적이다. 다른 병원에서 다른 형태 부스를 만드는데 거기보다 비용이 효과적이다. 부스 당 가격은 120~150만원 정도다. 선별진료소 운영하는 지자체나 의료기관이 충분히 도입할 수 있는 수준이다.

Q 글로브 월과는 어떤 차이가 있나?
A 글로브 월은 자료로 보기에 창문에 글로브가 달려있는 방식이다. 하지만 워킹 스루 부스는 의료진이 여러 부스에 다니면서 빠르게 여러 명을 진료할 수 있다. 효율성이 더 개선된 방식이다. 크기가 작아서 소독 및 환기도 용이하다. 그것이 차별점이다.

Q 다른 병원에서도 반응이 오고 있나?
A 다른 병원에서 많이 벤치마킹하러 온다. 지방자치단체에서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직접 방문을 오기도 하고 전화로 묻기도 한다. 적극적으로 알려주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된 가운데 이런 아이디어가 많은 선별진료소에 받아들여져서 잘 해결됐으면 좋겠다. 의료진들이 안전하게 진료해서 피로도를 줄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Q 환자들 반응은 어떤가?
A 워킹 스루 소식을 듣고 이번 주부터 환자들 방문이 더 늘고 있다. 아무래도 환자 입장에서도 워킹 스루 부스가 접촉을 최소화해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Q 향후 계획은?
A 새로우면서 간단한 코로나19 진단장치를 개발하고 있다. 개발이 완료되면 공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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