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위 “경영진이 혁신의 과실은 독점하고 책임은 나 몰라라”···“타다 서비스 종료 철회하고 드라이버 생계 대책 마련해야”

타다 드라이버들이 19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비상대책위원회 공식 출범을 선언했다. 앞줄 가운데부터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 김태환 타다 드라이버 비대위원장, 신인수 민주노총 법률원 변호사 / 사진=황정원 인턴기자
타다 드라이버들이 19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비상대책위원회 공식 출범을 선언했다. (앞줄 왼쪽 세 번째부터)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 김태환 타다 드라이버 비대위원장, 신인수 민주노총 법률원 변호사 / 사진=황정원 인턴기자

“회사 측에서 국토부와 협상에 나서 타다 서비스를 재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데, 전혀 노력하지 않고 있어 개탄스럽다. 앞으로 드라이버들은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

타다 드라이버들이 19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비상대책위원회 공식 출범을 선언했다. 비대위는 이 자리에서 타다 베이직 서비스 중단 조치 철회 및 드라이버들의 생계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타다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김태환)는 지난 14일 타다 베이직 서비스 종료 선언을 계기로 조직됐다. 현재 가입자는 200여명이다.

이날 비대위는 타다가 베이직 서비스를 일방적으로 종료하고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를 보인다고 지적했다. 여객법 시행 유예기간이 1년 6개월 남았음에도 갑작스레 종료를 통보한 뒤 차량감축과 해고에 나서면서 드라이버들의 생계가 위협받고 있다는 것이다. 비대위에 따르면 타다 베이직 서비스가 중단될 경우 1만2900명 정도가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고 추산하고 있다. 이중 전업 타다 드라이버는 8000명 정도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10개월 차 타다 드라이버 김아무개씨는 “법안이 통과되자마자 갑작스레 (사측이) 사업을 중단했다”면서 “당장 실업급여나 4대 보험은 물론 퇴직금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하루아침에 봉변을 당한 셈”이라고 호소했다.

민주노총 법률원 신인수 변호사는 “이재웅 전 대표가 그동안 혁신을 강조했는데 그 혁신은 드라이버들의 노력과 공헌에 의해 이뤄진 것”이라면서 “그로 인한 경제적 이익은 독점했으면서 지금은 위험과 책임을 분담하지 않고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구교현 비대위원은 “여객법이 통과된 뒤 이재웅, 박재욱 전·현직 대표가 사업을 사실상 내팽개쳤다”면서 “타다 드라이버들을 끝까지 인격적으로 대하지 않고 일회용품 취급한 것”이라고 말했다.

타다 경영진의 책임회피가 플랫폼 산업에 나쁜 선례가 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신사업을 운영할 때 수반되는 위험성을 근로자뿐만 아니라 CEO도 함께 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이번 타다의 본질은 사업이 망하면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도 엑시트(투자금 회수)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면서 “물론 이재웅 대표는 이번 사건을 국회와 정부 탓이라고 말하고 싶겠지만, 1만2000명을 해고하면서 이렇게 당당한 사장을 본 적이 없다”고 일갈했다. 이어 “피해자라고 SNS에 글만 쓸 게 아니라 타다 드라이버들의 이야기를 듣고 책임을 지는 최소한의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타다가 “플랫폼 노동과 간접고용을 합쳐서 만든 악질적인 구조라고 생각한다”면서 “이러한 구조에 책임을 묻지 않으면 다른 스타트업을 비롯한 경제 전반에 나쁜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타다 드라이버에 대한 처우 개선과 근로자성 인정에 대한 지적도 불거졌다. 비대위는 타다 드라이버들이 회사가 정해준 배차를 거절할 수 없고, 응대 방식부터 복장까지 회사가 정해준 대로 입어야 하는 프리랜서가 아닌 사실상 근로자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프리랜서라는 고용 형태로 인해 휴식 시간, 시간 외 수당, 주휴수당, 심야수당 등 각종 혜택을 받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태환 비상대책위원장은 “(사측으로부터) 불합리한 대우와 처우를 받아왔다. 근무시간에 대해서도 프리랜서, 근로자답게 인정받지 못했다”면서 “사측은 드라이버들과 소통을 항상 중요시했지만, 실제로 소통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타다 드라이버 이아무개씨는 “이재웅 대표가 드라이버들이 일과 여유시간을 자유롭게 선택한다고 했지만 실상은 다르다”면서 “아침에 앱을 열고 배차가 없으면 그날은 일을 못 하거나 아니면 11시간 연속 장시간 노동을 해야 하는 처지다”라고 하소연했다.

신 변호사는 “최근 프랑스는 대법원 판결을 통해 타다와 같은 방식으로 운영되는 우버 드라이버들을 근로자로 인정했다”면서 “그렇다면 타다 드라이버 역시 더더욱 근로자다”라고 설명했다.

비대위는 이날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이재웅·박재욱 대표에게 책임을 묻기 위한 활동에 본격적으로 돌입할 예정이다. 비대위는 다음 주 타다 운영사인 VCNC를 방문해 박재욱 대표를 비롯한 경영진과 협상을 시도한 뒤, 결과에 따라 추후 법적 수단을 동원해 책임을 물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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