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근무, 외출자제 등으로 무기력 계속···2주 이상 진행시 주요우울장애 발전 가능성
전문가들, 확실한 정보 습득·규칙적 식사와 운동·지인과 소통 등 권유

보건복지부 코로나19 통합심리지원단. / 사진=연합뉴스
보건복지부 코로나19 통합심리지원단. / 사진=연합뉴스

#50대 여성 A씨는 기존에 불안감이 있어 간헐적으로 병원을 찾아 안정제를 처방받았다. 최근 코로나19 사태가 이어지며 공황장애 증상이 악화된 A씨는 불안감과 어지러움으로 숨이 막히는 느낌을 호소하며 다시 병원을 찾았다. 전문의와 상담한 후 약물처방을 받으며 상태가 호전 중이다. 

최근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되며 확진자와 가족은 물론, 일반인들도 불안과 우울감에 시달리는 경우나 사례가 적지 않다. 이를 대개 ‘코로나 블루’라고 지칭한다. 코로나와 우울증을 뜻하는 블루가 합쳐 생긴 신조어다.

19일 복수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가 두 달에 육박하며 일반인들이 겪는 스트레스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재택근무다. 반드시 재택근무가 아니더라도 집에 있는 시간이 늘고 특히 학생들 개학이 3번 연기되는 초유의 사태를 겪으며 일부 부작용도 발생하는 것이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바쁘고 분주하게 활동하던 직장인들이 재택근무나 조기 퇴근 등으로 몸은 편해졌지만, 이와 비례해 마음도 편해지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주변에 불안이나 우울감 등을 호소하는 지인들이 늘어날 정도”라고 전했다.

코로나 블루 증상은 여러 형태로 나타난다. 불안, 공포, 우울감, 혐오감 등 개인에 따라 일부 차이를 보인다. 전문가들은 대표적 증상으로 불안과 우울감을 꼽는다. 불안의 경우 최근 상황 같은 전국적 위기에서 생긴다. 불안은 신체적 및 심리적 반응을 수반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통상 볼 수 있는 신체적 징후는 심장 박동 증가, 호흡이 빨라짐, 떨림, 땀 흘림, 설사, 근육 긴장 등이다. 기존에도 예민하고 민감한 성격의 소유자는 상대적으로 불안을 더 느낄 수 있다. 예민한 정도가 강해지며, 에너지 소모가 많아 쉽게 지치게 된다.

불안만큼 요즘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이 우울감이다. 재택근무나 외출 자제 등으로 인해 자택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면서 우울감을 느끼는 경우가 비례해 증가한다는 것이다.지인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거나 사망한 경우, 각종 매체와 유튜브 등에서 흘러나오는 불확실한 정보, 세상과 교류를 최소화하고 실내에서만 생활하는 스트레스 등 사례는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다. 

이에 하루 종일 의욕이 없고 우울감을 느끼는 시간과 비중이 갈수록 늘어나면 향후에는 극단적 선택 충동에 시달리는 최악의 상태까지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 지적이다. 이같은 상태를 의학용어로는 ‘주요우울장애’로 정의한다. 주요우울장애는 우울한 감정을 하루 종일 느끼는 상태가 2주일 정도 기간 이상 진행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손보경 상계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의욕과 집중력이 떨어지고 수면과 식사에서 문제가 발생되며 쉽게 피로하는 상태가 일정 기간 이어진다면 주요우울장애 가능성을 의심해야 한다”며 “하루 종일 우울감이 계속되면 전문의를 찾아 치료를 받는 것을 권유한다”고 말했다. 

성격이 세심하고 예민하며 불안 수준이 큰 사람들이 위기 상황에도 민감하고 강력하게 느끼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매스미디어와 통신수단 발달로 인해 감염병 관련 다양한 정보를 접할 수 있는 현실은 불안과 우울감을 부채질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 견해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코로나19에 감염되면 확진자 동선이 공개되기 때문에 해당 환자는 트라우마를 겪을 수 있다”며 “일반인은 자택 근처 간단한 산책 정도만 하는 등 감염과 관련된 각종 스트레스로 이어지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말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가벼운 우울감이 주요우울장애로 발전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권고한다. 여러 정황상 가벼운 우울감은 막을 수 없지만, 하루 종일 우울한 감정을 느끼는 기간이 2주일을 넘기지 말아야 한다는 조언이다.

우선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것은 코로나19와 관련, 불확실하고 근거가 미약하며 검증되지 않은 정보다. 신뢰성이 떨어지는 정보는 일반인들이 불안과 두려움을 갖게 하는 요소로 꼽힌다. 

주로 자택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며 일반인들이 규칙적 식사와 운동 등 생활패턴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운동은 가능하면 자택을 벗어난 야외에서, 식사와 음주 등은 이전과 동일한 수준과 횟수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울감을 떨쳐내는 데에는 지인과 소통도 바람직한 방법으로 꼽힌다. 전화 통화나 전자메일, 카카오톡 등 통신수단으로 지인들과 대화하며 소통하는 것이 현재 고립감을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고 전문가들은 권유한다. 

손보경 교수는 “갑갑하다거나 외롭다, 다소 우울하다는 감정은 현 상황에서 자연스러울 수 있으며 슬기롭게 이를 조절해야 한다”면서 “이같은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는 상태가 이어지면 상담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질병관리본부와 한국심리학회는 심리상담 전문가 230여명의 자발적 협조를 받아 1339콜센터로 심리상담을 요청하는 경우 한국심리학회 전공교수 등 전문가 상담을 지원하고 있다. 또 보건복지부 코로나19 통합심리지원단도 전국적 전문 상담을 진행 중이다. 확진자 및 가족은 국가트라우마센터(02-2204-0001~2), 자가격리자와 일반국민은 정신건강복지센터 (1577-0199)에서 상담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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