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증가·공급 부족 맞물려 SSD 가격상승·
현장 방문객 줄어든 매장은 가격 쉽게 못 올려

지난 18일 오후 서울 용산구 전자상가는 한산했다./사진=임지희기자
지난 18일 오후 서울 용산구 용산전자상가는 한산했다./사진=임지희기자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가격이 급등세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사태가 중국공장 가동률 저하로 이어져 공급이 부족해진 결과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오프라인 매장 상인들은 이같은 상황을 걱정하면서도 현장 판매가는 못 올리는 이중고를 겪는다.

지난 18일 서울 용산구 용산전자상가는 평일 오후임을 감안해도 한산했다. 부품 상자를 가득 싣고 오가는 사람들만 보일 뿐 구매하러 온 방문객은 손에 꼽았다.

상인에게 삼성전자 SSD(860 EVO 250GB) 가격을 묻자 “현금가로 6만원까지 깎아준다”고 말했다. 이는 같은 날 가격 비교 사이트 다나와 최저가인 67000원보다 7000원 저렴한 가격이다. 상인에게 온라인 판매가를 보여줬더니 현장 상황에 고충을 털어놨다.

상인은 “핵심부품들의 중국 의존도가 큰데 공장가동이 어렵다 보니 가격이 계속 오르는 것이다. 우리도 매장까지 온 사람한테는 저렴하게 팔아야 장사를 하지”라며 “공급 부족에 대한 걱정뿐만 아니라 그 밖에 부품도 언제 가격이 오를지 몰라 실시간으로 점검하고 있지만 현장 판매가는 올리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SSD는 지난해 메모리반도체 시장 부진 속에서도 수요가 늘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SSD 수출은 약 1조298억원으로 전월 대비 171.7% 올랐다. 여기에 코로나 19로 인한 공급 부족이 더해져 SSD 가격은 꾸준히 상승할 전망이다. 다나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52100원이던 삼성전자 SSD(860 EVO 250GB) 가격은 이달 19일 기준 67000원으로 28.5% 올랐다.

현장 상인들은 이런 상황 속에도 오프라인 가격은 올리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코로나 19 확산으로 외출을 꺼리는 분위기에 그나마 현장을 찾는 고객 발길마저 끊길 것을 염려하는 까닭이다.

또 다른 매장은 같은 제품을 6만2000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상인에게 온라인 판매가를 넌지시 말하자 “SSD는 상인들 대부분 재고를 쌓지 않고 필요 때마다 주문해 가격 영향을 크게 받지만 사람들이 워낙 밖을 안 나오니까 물량이 남아있으면 그냥 싸게 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부품 가격은 뉴스에 따라 등락을 반복하는데 코로나 19로 힘들다 보니 상인들도 예민해지고 부담을 떠안고 있다”고 덧붙였다.

상황은 건너편에 있는 다른 업체도 마찬가지였다. 이곳 역시 동일 제품을 온라인보다 4000원 싸게 판매하고 있었다. 상인은 “지금 중국공장이 제대로 안 돌아가니까 SSD 가격이 쭉쭉 오르고 있다. 재미를 보려는 상인도 일부 있겠지만 길게 보면 결국 손해다”고 말했다. 현장방문객에게 남은 재고는 싸게 팔면서도 향후 가격책정에는 난감함을 표했다.

삼성전자는 향후 SSD 수요 증가에 대응해 낸드 생산량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10일 중국 시안 2공장에서 낸드플래시 제품 양산을 시작하고 출하식을 열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현재 낸드플래시 메모리와 SSD를 만드는 중국 시안 공장 가동률은 문제가 없으며 향후 공급량을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배현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SSD 가격은 수요 증가랑 공급 부족이 맞물려 계속 오르는 가운데 제조업체들이 설비투자를 늘리고 있지만 이 과정은 느리게 진행돼 가격상승은 계속될 것”이라며 “하반기에 전방수요가 받쳐주지 않으면 많이 가져갔던 부품들이 재고로 남아 가격이 다시 낮아질 수도 있지만 확실한 가격 예측은 어려운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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