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폭락장’ 우려에 수요자들 고민 깊어져
“금융위기와 달리 실물경제까지 영향···장기화되면 문제”
“강남 등 집값 급등 지역 중심 낙폭 클 것”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국내·외 경제가 흔들리면서 부동산 시장에도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외환위기나 금융위기 때처럼 집값이 폭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어서다. 부정적인 전망이 쏟아지면서 수요자들은 갈피를 못 잡고 있는 모양새다. 다수의 부동산 전문가는 불확실성이 너무 큰 만큼 올 연말까지 ‘관망’할 것을 추천했다.

◇사상 초유 ‘보건 위기’ 직면···“실물경제 무너지면 집값 폭락 불가피”

전문가들은 현 상황을 사상 초유의 ‘보건위기’라고 진단했다. 현재 코로나19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번지면서 전 세계 주가는 폭락하고, 국제유가도 바닥을 친 상황이다. 우리나라 역시 금융시장과 실물경제가 동시에 타격을 받고 있다. 글로벌 악재와 국내 경기 위축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부동산만 살아남을 수는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나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때보다 상황이 더 심하다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창무 한양도 도시공학과 교수는 “금융위기는 금융시장의 신용경색 문제였지, 실물경제가 무너진 상황은 아니었다”며 “신용 문제가 해결되면서 20%까지 떨어졌던 아파트값이 1년 만에 고점 가까이 오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역시 “지금까지 사스·메르스 같은 전염병으로 집값을 조정 받는 일은 없었다”며 “하지만 당시에는 거시경제 충격이 별로 없었지만, 이번 코로나19는 거시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우려감을 나타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져 경제전반이 위축되면 사람들이 먹고 사는데 관심을 두기 때문에 집을 사거나 파는 것을 뒤로 미룰 수 있다”고 말했다.

관건은 코로나19가 장기화 되느냐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이 조정장에 들어선 상황에서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경기 침체가 지속될 경우 낙폭은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심 교수는 “지난해 집값이 너무 빨리 움직이면서 적정 수준 이상으로 뛰어오른 ‘오버슈팅’ 국면에 진입했다”며 “과열 이후엔 반드시 조정이 오는데 지금이 바로 그 시점이다”고 진단했다. 이어 “국내 주택 시장이 조정을 받아야할 현 시점에 코로나19가 장기화된다면 집값 하락폭이 더 클 것”이라며 “특히 강남권 재건축 시장과 마·용·성(마포·용산·성동) 등 집값이 크게 올랐던 지역 위주로 크게 떨어질 것이다”고 전망했다.

◇무주택자·1주택자, ‘급매물’ 대기 매수

다수의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종식될 것으로 예상되는 연말까지 보수적인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보건위기라는 게 그동안 한 번도 시스템이나 경제에 영향을 크게 준 적이 없기 때문에 어느 정도까지 전이될지 전문가들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며 “다만 현재 해외에서 코로나19가 무서운 기세로 확산되고 있는 만큼 금방 끝나진 않을 것 같다”고 예상했다. 이어 “가격의 변동폭이 커질 수 있으니 바로 매수에 들어가기 보다는 가격의 추이나, 코로나19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보고 의사결정을 하는 게 좋겠다”고 덧붙였다.

주택 갈아타기를 하려는 1주택자들이나 청약 가점이 낮아 당첨이 어려운 30~40대 젊은 층은 급매물을 노려볼 것을 권했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연구소 소장은 “실수요자들은 집값 하락을 고민하기 보다는 전략적인 바꿔타기가 필요하다”며 “보유세 인상 영향으로 시장에 나올 급매물들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함 랩장은 “매수우위 시장인 만큼 기존 주택을 매도하고, 집을 매수하는 ‘선 매도, 후 매수’ 방법도 고려할 만 하다”고 말했다.

가점이 높은 무주택자들은 청약을 추천했다. 현재 분양시장에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강력한 분양가 규제로 주변 시세보다 낮은 가격으로 신축 아파트들이 등장하고 있다. 아울러 정부도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를 예고하고 있어 분양가는 더 낮아질 전망이다. 김 소장은 “경제 위기와 상관없이 청약시장은 이미 기존 시세 대비 낮은 가격으로 나오기 때문에 부담이 적은 편이다”며 “가점이 높은 무주택자들은 청약을 넣는 게 기존 매입보다는 훨씬 유리할 것이다”고 설명했다.

◇“다주택자, 순수 투자 물건 정리하고 ‘똘똘 한 채’ 중심으로 남겨야”

다주택자들은 주택 매도가 힘들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임대사업자 등록이나 증여를 고려해볼만 하다. 양도세 중과 한시적 유예 시한이 오는 6월까지인 데다 보유세 과세기준일이 6월 1일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5월까지는 불필요한 물건을 정리하는 게 최선이다. 김 소장은 “위기가 커지기전에 순수 투자 물건으로 들어간 건 정리하고, ‘똘똘한 한 주택’ 위주로 남기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다만 현재 부동산 시장이 매수자 우위 시장인 만큼 매도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임대사업자 등록이나 증여를 통해 과세를 줄이는 게 차선이 될 수 있다. 권 교수는 “다주택자의 양도세가 62%에 달하하는데 증여세는 이보다 훨씬 낮으니 부부나 세대 분리한 자녀에게 증여하는 게 세금 면에서 유리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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