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청약 부추김·사유재산 침해 논란 초래···분양가 산정기준 투명하게 공개해야

노경은 금융투자부 기자

 

코로나19의 집단 감염 우려가 확산되면서 올 4월 말 시행할 것으로 예정됐던 분양가 상한제가 3개월 연기됐다. 분양가상한제를 피하려던 서울의 10여 곳 정비사업장으로썬 일정에 다소 여유가 생기며 한 숨 돌리는 모습이다. 그럼에도 어수선한 정비조합이 있다.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이다.

둔촌주공 재건축조합은 수개월 째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분양가 산정을 두고 양측의 입장이 달라서다. 조합 측은 일반분양가 3.3㎡당 3500만 원을 책정하고 조합원 상대로 예상되는 추가분담금을 공지했지만, HUG는 결코 3.3㎡당 3000만 원을 넘는 것은 불가하다며 2970만 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진다. 분양가는 조합원의 추가분담금 증액여부와 직결되므로 조합이 가장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부분이다보니 조합원들의 마음이 편치 않은 것이다.

재건축 사업의 시행자는 조합이다. 조합은 아파트 신축사업 계획에서부터 공사, 입주까지를 총 책임지는 실질적인 개발사업 운영자다. 이들의 당초 계획과 이행이 달리 된다면 시행자로썬 어디서부터 판단이 잘못 된 건지 파악해 보는 건 당연한 절차다. 이에 조합을 비롯해 개개인의 조합원 일부는 HUG나 국토교통부에 민원을 통해 분양가 산정과정을 공개해 줄 것을 민원을 통해 요구하고 있지만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특히 조합이 의심을 거두지 못하는 건 지난달 밝힌 분양가 심사기준 변경안이 전혀 반영이 안된 듯한 결과를 HUG가 내놓아서다. HUG는 인근 비교 단지에 단순 공식을 대입해 산정하던 고분양가 심사기준에 단지 규모와 브랜드, 입지 조건 등을 감안해 가중치를 적용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3개역을 낀 트리플 역세권에 국내 1군 시공사들의 컨소시엄 형태, 국내 단일아파트로는 1만세대가 넘는 역대 최대규모가 지니는 가치는 시장에서 엄청나다. 단일 아파트 단지 하나를 두고 하루에도 수십개의 기사가 언론에서 쏟아지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HUG가 이 조합에 제시한 3.3㎡당 2970만 원이라는 수준은 지난해 말 인근에서 중견건설사가 분양한 인근 89세대 규모의 초미니 단지 힐데스하임 올림픽파크(3.3㎡당 2896만 원)과 크게 다르지 않다. 조합 입장에서는 HUG가 입맛대로 분양가를 주무르고 있다는 월권행위 의혹이 나올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분양가 허가권자인 HUG의 입장대로 분양가를 최종 결정하게 되면 조합원들은 기존 추가분담금 당초 조합이 예상하고 공지한 금액보다 1인당 1억 원 씩 더 내야 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5000명이 훌쩍 넘는 조합원들의 자금조달계획이 어그러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익은 누가 얻는가? 당연히 청약해 낮은 값에 청약 당첨돼 분양받는 수분양자들이다. 이 같은 구조는 로또 청약을 부추긴다. 더 크게보면 가뜩이나 서울 집이 부족한데, 주택공급의 방법인 정비사업의 중단을 초래한다.

HUG의 분양가 산정방식에 대한 의혹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이제는 가격산정이 어떠한 방식을 거쳐 결정된 건지 투명하게 공개할 때다. 늦으면 늦을수록 HUG의 공신력에 금이 갈 뿐이다. 월권행위, 사유재산 침해 논란, 로또 청약 부추기기 등의 논란을 잠식시킬 수 있도록 HUG의 투명한 정보공개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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