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상한제 또 다시 유예···일관성 없는 행보에 비난 ‘봇물’

국토교통부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3개월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수백명이 모이는 총회를 개최할 경우 다수 인원 밀집으로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에 따라 분양가 상한제는 7월 29일 적용될 예정이다.

국토부는 지난해 10월 말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시행 방침을 발표하며 다음 달 28일까지를 유예기간으로 지정했다. 이 기간 안에 입주자 모집공고까지 마친 정비사업장은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조합은 입주자 모집공고를 신청하기 전 관리처분계획 변경 등 중요 안건을 처리하는 총회를 열어야 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총회 일정이 줄줄이 취소되면서 비상이 걸렸다.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려고 했던 조합은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 서초구 신반포3차 등 11곳이다.

분양가 상한제 유예 기간이 3개월 더 연장되면서 조합들은 일정에 다소 여유가 생겼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분양가 산정을 놓고 갈등을 빚어온 일부 조합들도 시간을 벌수 있게 됐다.

하지만 국토부를 바라보는 대중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분양가 상한제는 과도한 분양가 상승을 막아 집값 안정을 이루겠다는 정부의 마지막 카드였다. 하지만 시행 한 달여를 앞두고 ‘오락가락’ 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일관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도입 의지가 있는지 의문을 던지는 시민들도 적지 않다. 분양가 상한제는 이미 6개월의 유예 기간을 준 상황이다. 도입을 검토한 이후 정책 발표까지 3개월을 더하면 총 9개월의 시간이 걸렸다. 이번 유예 연기 결정은 이마저도 더 늦추는 것이다.

물론 코로나19 확산 예방 차원이라는 국토부의 생각도 십분 이해가 간다. 다만 총회는 온라인 총회나 전자투표 등 여러 가지 방식으로 개최할 수 있다. 실제로 일부 단지들은 직접 참여율 한시적 완화나 전자투표제 허용 등을 국토부에 요구하기도 했다.

더군다나 일부 조합은 분양가 상한제 유예 결정을 내린 이후에도 총회를 강행한다고 한다. 그대로 진행될 경우 국토부의 유예 결정이 무색해질 수 있다.

분양가 상한제 도입이 지지부진한 사이 집값은 급등했다. 수익 악화를 우려한 정비사업장이 위축되면 주택공급이 부족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강남 재건축 단지는 상한제 발표 전후로 수억원이 올랐고, 수도권 전체로 퍼져나갔다. 

국토부의 유예 결정은 또 다시 내 집 마련을 꿈꾸던 예비청약자들에게 실망감을 안겼다. 더 나아가 국민들에게는 일관성 없는 국토부로 낙인찍혔다. 일각에서는 7월에 가서 분양가 상한제가 또 연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모두 국토부가 자처한 일이다. 국토부가 바닥난 신뢰도를 찾기 위한 방법은 단순하다. ‘임시방편’이 아닌 강단과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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