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승 기대심리 클 땐 증여·하락기 진입 땐 매도 움직임 보여
코로나19로 주택시장 조정기 사실상 진입, 조정지역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유예 활용가능성↑

국토교통부가 18일 공시가격 현실화에 따른 공시가격 인상안을 발표함에 따라 다주택자들이 보유, 증여, 매도의 갈림길에 섰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 잠실동 일대 아파트 전경 / 사진=연합뉴스
국토교통부가 18일 공시가격 현실화에 따른 공시가격 인상안을 발표함에 따라 다주택자들이 보유, 증여, 매도의 갈림길에 섰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 잠실동 일대 아파트 전경 / 사진=연합뉴스

 

다주택자들의 공포가 현실화됐다. 코로나19로 침체에 접어든 주택시장이 공시지가 현실화에 따른 보유세 급등이라는 또 다른 악재로 변곡점을 맞아서다. 시장도 이들의 셈법과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증여보다 정부의 퇴로를 활용한 매도에 무게를 두고 있다.

19일 국토교통부가 아파트와 연립, 다세대 등 전국의 공동주택 1383만 호에 대해 발표한 공시가격을 보면 전국 평균 상승률은 5.99%다. 지역별로는 서울의 상승률이 14.75%로 13년 만의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서울 안에서는 강남구가 25.5%로 가장 많이 올랐고, 서초구 22.5%, 송파구 18.4% 양천구 18.3% 순이다. 공시가격은 고가주택일수록 상승 폭이 더 컸다. 공시가 12억 원 이상 15억 원 이하는 17.2% 올랐고, 9억 원에서 12억 원 이하는 15.2% 상승했다. 비싼 집을 보유한 소유자일수록 부담이 커진 것이다. 반면 3억 미만 주택은 1.9% 떨어졌다.

소유주의 단지별 보유세 시뮬레이션을 한 결과를 보면 국내 처음으로 3.3㎡당 1억 원을 찍은 서울 서초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 소유주의 보유세는 1123만원에서 1652만원으로 50% 가까이 늘었다. 2주택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들의 세금부담은 더욱 커졌다.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이하 래대팰) 전용 84㎡와 인근 은마아파트 동일평형을 보유한 2주택자의 보유세는 지난해 3047만 원이던게 올해 6144만 원으로 2배 이상 급등했다. 래대팰과 은마 전용 84㎡, 개포주공1단지 전용 50㎡까지 보유한 3주택자는 지난해 보유세로 5278만 원을 냈지만 올해는 9747만 원을 내야 한다. 3주택자의 경우 세금만 1억 원에 육박하는 것이다. 국세청이 발표한 국세통계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근로자 평균 연봉은 3647만 원인 것에 견주어보면 두 채 이상의 주택을 보유한 다주택자의 보유세는 근로자 평균 연봉의 최소 1.5배, 3배에 육박하는 것이다.

다주택자가 세금 부담으로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매도와 증여가 있다. 지난해만 해도 증여가 많은 부분을 차지했지만 이번엔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업계는 예상한다.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클 때 매매보다 증여를 택하는데, 코로나19로 주택시장 침체기 맞은 현 상황에선 증여보다 매매가 나을 것이란 판단이 더 상식적이라는 것이다.

박원갑 KB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고가주택일수록 시세 현실화율을 높여 고가주택 보유자들의 재산세와 종부세 등 보유세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며 “주택시장 활황기보다 위축기에 집주인이 느끼는 과세부담이 더욱 민감해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특히 다주택자를 중심으로 처분을 놓고 고민이 깊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코로나19가 실물경기를 위축시켜 부동산 수요의 관망을 초래한 상황에서 공시가격 인상에 따른 세금 부담이 동시에 가중되면 대기 수요가 취약한 지역 또는 과잉공급지역 위주로 일부 가격조정이 있을 것”이라며 “조정지역에선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조치가 상반기에 종료되는 만큼 6월 이전에 매물이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다른 부동산 시장조사업계 관계자는 “그동안은 정권이 바뀌면, 또는 이 지역이 개발이 된다면 하는 여러 기대심리에 보유세를 지불하더라도 매매보다는 증여를 택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보합이나 하락 전망이 우세해지면서 고정수입이 적은 노령층이나 은퇴자는 정부가 다주택자 대상으로 한시적으로 마련한 퇴로를 택하는 이들도 많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는 서울과 수도권 조정대상지역에서 10년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를 중심으로 6월 말까지 한시적 양도세 중과 배제를 해주겠다며 살지 않는 집은 팔라는 신호를 계속해서 주고 있다. 결국 다주택자들은 정부가 한시적으로 열어준 퇴로인 매도를 택할 가능성이 이전보다 커진 것이다.

게다가 정부는 12·16 대책을 통해 종합부동산세율 인상도 추진을 예고하고 현재 여당과 함께 추진하고 있다. 종부세법 개정안은 정부의 지난해 12·16대책 발표 후 의원입법 형태로 진행 중이다. 일반 과세대상은 종부세율 0.1~0.3%포인트, 3주택자 이상 및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 0.2~0.8%포인트 각각 인상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법이 통과되면 1주택자는 최고 3%, 다주택자는 최고 4%의 세율이 적용된다. 또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 세부담 상한을 200%에서 300%로 확대하는 내용도 포함된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아직 보유세 부담에 따른 매도접수는 없지만 코로나19 영향인지 소폭 가격조정된 매물은 나오는 상태”라며 “시장에서는 올해가 다주택자에게는 위기, 현금보유액이 많은 누군가에게는 1997년 2008년 이후로 맞게되는 인생역전의 기회가 될 것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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