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 규모 11.7조원 유지돼···‘전례 없는 경제상황’, 적극적 재정정책 목소리 높아
美 ‘제로금리’·‘양적완화’ 등 비교해 ‘소극적 대응’···‘팬데믹’ 상황 극복위해 ‘2차 추경’ 불가피
文대통령 “전 산업 분야 위기, 대규모 지원 실행”···與 “가능한 모든 안정 방안 마련할 것”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청와대에서 코로나19 대응 논의를 위한 경제주체 원탁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청와대에서 코로나19 대응 논의를 위한 경제주체 원탁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7일 국회는 본회의를 열어 11조7000억원 규모의 추경안을 우여곡절 끝에 처리했다. 추경안의 목적은 ‘코로나19 사태’ 대응차원의 방역, 경제 등 지원을 위한 긴급재정 투입이지만, 벌써부터 현재의 상황을 극복하기에는 ‘역부족’인 규모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국내는 물론이고 글로벌 시장경제도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전례 없는 상황’인 만큼 ‘2차 추경’ 편성 등을 통한 보다 적극적인 재정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청와대와 여당 등을 중심으로 높아지고 있다.

추경 규모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은 지난 국회 추경안 처리 과정에서도 이미 공론화된 바 있다. 앞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관련 국회 상임위원회 추경안 논의에서 약 6조원의 증액을 요구한 만큼 이를 모두 반영해 추경 규모를 약 18조원으로 늘리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하지만 기획재정부와 야당이 추경을 확대할 경우 ‘재정건전성’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반발해 당초 정부가 제출한 추경안의 규모를 유지하게 됐다.

결국 여야는 추경 규모를 늘리지 않는 대신 세입경정, 일부 세출사업 등을 삭감해 약 3조1000억원의 재원을 마련하고, 이를 대구·경북 지역 지원 예산(1조400억원),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 민생안정 사업, 감염병 대응 사업 등(2조1000억원), 감염병 대응역량 강화 예산(1483억원) 등을 증액하는데 사용하는 것으로 절충점을 찾았다.

사업 예산이 조정되면서 추경의 효과가 보다 극대화됐다는 평가도 일부 존재하지만, 대체로는 이번 추경의 규모가 확대되지 못해 오히려 ‘2차 추경’이 불가피해졌다는 주장이 나온다.

기준금리를 ‘제로금리’ 수준으로 인하하고, 850조 규모의 양적완화를 재개하기로 한 미국의 경우와 비교했을 때 이번 추경은 지나치게 ‘소극적인 대응’이라는 지적이다. 또한 미국, 중국 등 해외국가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대규모 재정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상황을 인식한 듯 문재인 대통령도 ‘2차 추경’의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18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경제주체 초청 원탁회의에서 “크게 걱정되는 것은 경제다. 그리고 민생”이라며 “몇몇 분야가 아니라 전 산업 분야가 위기 상황”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가 내수·소비 진작책을 담은 20조 원 규모의 ‘민생경제 종합대책’에 더해 11조7000억 원 규모의 추경을 편성했지만 문제는 우리만 잘 극복한다고 해결되기 어렵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코로나19’는 수요와 공급의 동시 충격, 실물과 금융의 복합 위기를 야기하고 있다. 전세계가 함께 겪고 있는 문제라 경제 위기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며 “정부는 추경을 포함하여 총 32조 원에 달하는 대규모 지원을 실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악화 상황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정부와 민주당도 ‘2차 추경’ 논의를 본격화하는 분위기가 관측된다. 기본적으로 ‘코로나19 사태’가 정부가 추경안을 작성할 당시보다 악화됐기 때문에 이번 추경에 현재의 온전한 상황이 반영되지 못했다는 것이 민주당의 입장이다.

이낙연 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당정청 회의 후 브리핑을 통해 “(‘2차 추경’의) 시기는 논의하지 않았으나 2차 추경을 전제로 한 대화가 있었다”며 “예를 들어 지방자치단체가 긴급 지원하고 거기에 중앙 정부의 보전이 필요하면 추후 추경을 통해 도와드릴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발언이 정부 측에서도 나왔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2차 추경’에 재난기본소득을 포함할지 여부에 대해서도 “그렇게 빨리 본궤도에 편입될 수 있을까 싶다”며 “일단 지자체들이 앞서서 진행하는 시범 실시 과정으로 평가하겠다. 그러나 어느 쪽도 가능성을 닫아두고 싶지는 않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또한 이 위원장은 ‘2차 추경’에 세금, 대출 상환, 교통벌칙·기타 범칙금 등 민생 부담금을 유예·완화하는 과정에서 지자체의 지원·부담 등을 보전해주는 내용을 포함할지 여부도 검토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도 “지금의 경제 상황을 놓고 국제통화기금(IMF) 사태와 글로벌 금융위기에 메르스 사태를 더한 것과 같다고 할 정도”라며 “국회를 통해 금융·재정 당국과 긴밀히 소통하고 가능한 모든 안정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당정청 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코로나19 국난극복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 부터 이인영 총괄본부장(원내대표), 이낙연,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사진-연합뉴스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당정청 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코로나19 국난극복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 부터 이인영 총괄본부장(원내대표), 이낙연 위원장,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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