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상승·기업 홍보 노리고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발표하는 업체 많아···“국내 치료제 승인은 3건뿐”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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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기업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특수를 노리고 있다. 진단 키트, 백신, 치료제 등을 개발했다거나 후보물질을 발견했다는 바이오 기업이 쏟아져 나오는 가운데, 실제 보건당국의 허가를 신청한 업체는 많지 않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동안 바이오 업계에서는 감염병 백신과 치료제 등은 개발이 쉽지 않다며 신중론을 보여 왔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15여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이 백신, 치료제, 진단 키트 개발 계획을 밝혔다. 진단 시약 및 후보물질을 개발하거나 기존 치료제에서 코로나19 치료 효능을 발견했다는 바이오 기업도 나타나고 있다.

일부 바이오 기업은 코로나19 백신이나 치료제를 공식 허가받았다거나 글로벌 임상시험을 승인받았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코로나19 ‘긴급임상시험계획’을 허가받았다는 업체도 있다. 그러나 긴급임상시험계획이라는 승인 절차는 국내에 없다. 감염병 대유행을 막기 위해 질병관리본부의 요청으로 진단 시약 등 의료기기를 한시적으로 허가하는 긴급사용 승인 제도만 존재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코로나19 치료제와 관련해 공식 임상시험을 승인받은 사례는 길리어드의 에볼라 치료제였던 ‘렘데시비르’ 3건이다. 그밖에 치료 목적 사용 승인을 받은 기업은 이뮨메드뿐이다. 이뮨메드는 서울대병원과 함께 바이러스 치료 1상을 진행했다. 이뮨메드는 코로나19 집단 투약을 위해 임상 2상을 식약처에 신청한 상태다.

진단 키트의 경우에도 4개 업체만 긴급사용 승인을 받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1월28일부터 2월28일까지 약 한 달간 42개 업체에서 진단 시약 긴급사용 승인 64건을 신청했다. 이 중 19건은 검토가 완료됐다. 코젠바이오텍, 씨젠, 솔젠트, 에스디바이오센서 4곳에 대해 진단 키트 긴급사용이 승인됐다.

식약처 측은 “(진단 키트 신청 건 중) 6건은 성능 미흡으로 부적합 판정을 받았고 1건은 임상 성능 평가 불가를 받았으며, 8건은 업체가 신청을 취하했다. 나머지 45건은 아직 질병관리본부나 식약처 평가 자료 보완 등 검토가 진행 중”이라며 “현재 코로나19와 관련해 정식 허가를 받은 치료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바이오 업계 전문가들은 코스닥에 진입한 바이오 기업들이 주가를 올리기 위해 ‘편법’을 쓰고 있다고 주장했다. 진단 키트 허가를 받은 기업들의 주가가 급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덩달아 코로나 특수를 누리려는 기업이 많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치료제나 백신, 진단 키트를 허가받은 업체가 많지 않을뿐더러 임상 성공 확률도 높지 않다고 강조했다.

바이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바이오 주가는 신약 출시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바이러스에 대한 연구 데이터나 후보물질조차 없는 업체들이 코로나19 백신이나 진단 키트 개발에 들어갔다는 의미 없는 홍보자료를 뿌리기도 한다”며 “실제로 기존 치료제 후보물질에서 코로나19 효능을 발견했더라도 전 임상 단계인 경우가 다수”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코로나19 관련 연구가 국책기관이나 글로벌 제약사를 중심으로 많이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감염병 적응증 치료제는 단기간에 나오지 않는다"라며 "허황된 자료인지 아닌지 신중하게 살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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