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전격적 0%대 금리 결정
2월 이어 예금금리 또 내려
은행권 “당분간 고객 이탈은 없을 듯”

서울 여의도의 한 시중은행 창구 모습. / 사진=연합뉴스
서울 여의도의 한 시중은행 창구 모습. / 사진=연합뉴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전격 인하하면서 은행들의 예금금리도 0%대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들은 수신금리 인하에 따른 고객 이탈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는다. 

◇시중은행 예금금리 0% 인하 초읽기 

18일 은행권에 따르면 한은이 기준금리를 사상 처음 0%대로 인하하면서 은행들도 수신금리 조정을 검토하고 있다. 수신금리는 대출금리와 달리 각 은행이 기준금리·채권금리를 포함한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 자체적으로 산출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가중평균금리는 올 1월 1.53%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0.48%포인트 떨어졌다. 지난해 한은이 7월과 10월 기준금리를 각각 0.25%포인트씩 낮추면서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도 계속 하락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국내 4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상품은 만기 1년 기준으로 기본금리 1.05~1.15%를 기록하고 있다. 지방은행의 경우엔 이미 금리가 0%대인 예금이 나왔다. BNK경남은행의 매직라이프예금(1년 만기)은 금리가 0.8%, 광주은행의 플러스다모아예금은 0.96%다. 

4대 시중은행의 주력 정기예금 상품을 기준으로 만기 1년에 기본금리를 보면 국민은행은 1.05%(국민수퍼정기예금), 신한은행은 1.1%(신한S드림정기예금), 하나은행은 1.1%(하나원큐 정기예금), 우리은행은 1.15%(우리슈퍼주거래정기예금)를 기록했다. 모두 금리가 1% 초반대로 기준금리가 0%대로 떨어지면서 이들 은행의 예금금리도 조만간 0%대로 내려갈 예정이다.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가중평균금리 추이. / 사진=이다인 디자이너

◇“돈 넣어도 손해” 은행 고객 이탈 나타날까

금융업계는 한은이 전격적인 금리 인하를 단행했지만 은행들이 서로 눈치를 보는 상황이라 수신금리를 바로 내리진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앞서 지난해 10월 기준금리가 인하된 이후 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는 올 2월에 와서야 내렸다. 자칫 금리를 먼저 내리면 은행 고객들이 다른 은행으로 자금을 이동시킬 수 있어 쉽게 수신금리를 내리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한 은행이라도 0%대로 수신금리를 내릴 경우 올 2월과 마찬가지로 대다수 은행들도 본격적으로 수신금리 인하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선 은행들이 시간을 끌지 않고 이달 중으로 수신금리를 내릴 것으로도 전망한다.  

이에 업계에선 수신금리 0%대가 출현하면 은행권 전반적으로 고객 이탈이 발생할지를 주목하고 있다. 일각에선 수신금리가 0%대로 떨어지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감안하면 사실상 은행에 돈을 넣어두는 것이 손해가 돼 고객 이탈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국내 주가가 크게 하락하는 등 투자 불확실성이 커져 당분간 은행 예금 규모가 줄어들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수시입출식 예금 규모는 한 달 새 38조6000억원이나 증가했다. 전년 같은 기간 증가 규모(10조원)보다 3배 이상 높은 증가폭이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가 더 길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고객들이 투자보다는 예금을 선호하게 될 것 같다”며 “다만 수신금리가 계속 0%대로 유지될 경우 코로나19가 진정된 이후 고객들이 은행을 찾지 않는 분위기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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