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집단감염 발생 가능성 상존···각론 차이 있지만 “길면 연말까지 장기화 불가피”

의료진과 환자, 보호자 등 다수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진료가 중단된 경기도 성남시 분당제생병원에서 지난 6일 이영상 병원장이 브리핑을 하고 있는 모습. / 사진=연합뉴스
의료진과 환자, 보호자 등 다수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진료가 중단된 경기도 성남시 분당제생병원에서 지난 6일 이영상 병원장이 브리핑을 하고 있는 모습. / 사진=연합뉴스

최근 코로나19 확산세가 롤러코스터를 타는 가운데, 대다수 감염병 전문가는 향후 완전 종식 대신 장기전이 유력하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추가 확진자와 종료 시점 등에 대해서는 일부 차이가 있지만, 이들 모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강력한 전염력으로 인해 장기전이 진행될 것이란 전망에 공감하고 있다.  

18일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 기준 신규 코로나19 확진자는 93명이다. 이에 총 누적 확진자 수는 8413명으로 집계됐다. 최근 하루 신규 확진자는 100명 이하로 유지되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확진자 규모 등을 근거로 희망적 관측도 내놓지만, 전문가들은 장기전을 예상하는 분위기다. 교회와 요양원, 요양병원 등 일단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공간에서는 언제든지 소규모 집단감염 발생 가능성이 상존한다는 분석이다. 실제 이날 한사랑요양병원 등 대구 요양병원 5곳에서 80여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는 등 지역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다시 확진자가 배출되는 형국이다. 

최근 감염병 전문가들 사이에서 코로나19 장기전 예상은 봇물처럼 제기되고 있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는 최근 “우리나라는 좁은 사회이고 교류도 많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종식된다는 개념 없이 낮은 수준으로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전 세계가 비슷한 수준으로 가라앉지 않고는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철인 대한감염학회 전문위원도 최근 한 간담회에서 “현 상황에서 언제 코로나19 사태가 마무리될지 명확히 전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도 “짧아도 올해 상반기, 길면 올해 내내 산발적 감염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시사저널e가 이날 접촉한 전문가들도 각론에서는 일부 차이가 있지만, 장기전 가능성에 대해 모두 공감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전병율 차의과학대학교 보건산업대학원장(전 질병관리본부장)은 “전체 확진자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감염 경로를 파악할 수 없는 확진자가 많아질 수밖에 없다”며 “수도권에 이어 지방 광역시급 대도시로 퍼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전 원장은 “최근 대구 지역 신천지 교인들이라는 돌발변수가 없더라도 평상시 감염 형태로 확진자는 꾸준히 늘어날 것”이라며 “연말까지도 (이번 사태가) 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지난 2009년 5월부터 2010년 8월까지 진행된 신종플루 사태를 감안해야 한다”며 “신종플루보다 더 감염력이 큰 코로나19는 사람 힘으로 감염을 막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한 달이나 두 달 더 상황을 봐야겠지만, (현재로선) 장기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천 교수는 “그동안 제가 요양원과 요양병원을 우려해 왔는데 결국 대구 지역 요양병원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했다”며 “간병인도 마스크를 착용하지만 감염 매개체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여름이 돼 기온이 올라가면 바이러스가 다소 약해질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약해지지만 바이러스가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재갑 한림대학교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는 장기전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 교수는 “전에는 코로나19 발생지역인 중국에 인접해 있었지만, 이제는 한국이 전 방위로 둘러싸여 있는 상태”라면서 “바이러스는 계속해 상존할 것이며, 유럽과 미국에 이어 아프리카나 남미 지역에서도 코로나19가 창궐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내 코로나19 종료 시점을 알 수는 없지만, 지역사회 감염이 이어지며 당장 다음달 개학 후 환자가 다시 늘어날 것”이라며 ”교회가 가장 우려스럽다“고 토로했다. 

엄중식 가천대학교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내부적으로 보면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한 사람이 많으면 몇 십명, 적게는 몇 명에게 감염시키고, 외부적으로는 유럽 등지에서 감염병이 유입되는 상황”이라며 “하루 추가 확진자가 몇 명에서 백 몇 십명 단위로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엄 교수는 “코로나19 유행의 불씨가 이렇게 남아 있기 때문에 낙관적으로 봐도 유행이 이르면 오는 7~8월경까지, 길면 연말까지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지난달만 해도 이르면 3월 말에 정점을 찍고 5월께 종식될 것이라는 희망적 관측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이 전망이 아예 사라진 상태”라며 “이제는 장기전에 대비해 대응 전략을 새롭게 짜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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