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남 부회장, 주주총회에서 준법감시위 언급

서울 서초동 삼성 사옥 입구. / 사진=삼성전자
서울 서초동 삼성 사옥 입구. / 사진=삼성전자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권고에 따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과 발표가 예상했던 대로 삼성전자 주총 시점을 넘기게 됐다. 준법위 권고 30일 안에 입장을 내놓아야 할 이 부회장이 향후 어떤 방식으로 사과 발표를 할지 주목되는데, 준법위 측은 형식보다 내용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삼성전자 주총은 특히 이 부회장이 삼성 준법위의 사과 권고안을 이행할지 여부를 둘러싸고 관심을 모았다. 삼성 준법위는 지난 11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승계 논란과 관련해 국민들에게 직접 사과하고 향후 이 같은 논란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공표하라고 권고했다. 이 부회장은 해당 요청에 대해 4월10일까지 회신해야 한다.

일각에선 주총 자리가 갖는 상징성을 들어 이 부회장의 사과를 점치기도 했지만, 이 부회장이 주총에 직접 참석하지 않고 사과하지 않은 것은 당연한 것이란 해석이 중론이다.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는 “주총은 그야말로 주주들과의 자리이고, 특별한 이슈가 없는 이번 주총에서 사과를 했다면 큰 임팩트가 없었을 것”이라며 “이재용 부회장은 재판 일정 등을 고려해 가장 효과적인 시점에 사과를 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부회장에게 승계 문제와 관련해 사과를 권고한 삼성 준법위원회 측은 이 부회장의 사과 형식과 관련해선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주총이나 다른 여러 이벤트들과 별도로 정해진 시일 내에 제대로 된 내용만 담아 발표되면 된다는 입장이다.

삼성 준법위 관계자는 “기자회견식으로 하든 발표식으로 하든 사과를 받든 형식은 중요하지 않고, 국민 입장에서 진심과 실속이 느껴질 내용을 담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형식보단 내용을 중점적으로 보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다만 준법위 관계자는 “오늘 김기남 대표이사가 직접 준법감시위원회를 언급하고 준법경영 활동에 대한 의지를 표명했기 때문에 해당 부분과 관련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주총에서 김기남 부회장은 “외부 독립 조직으로 준법감시위원회를 설치함으로써 글로벌 수준의 엄격한 준법 관리 체계를 구축했다”고 밝힌 바 있다.

승계 문제는 그동안 이 부회장이 공식적으로 거론하지 않았던 부문이고 삼성 합병과 관련해 별도 검찰 수사도 이뤄지고 있어 사과 발표 내용은 신중하게 결정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승계 문제는 노조 문제와 더불어 예전부터 삼성에선 함부로 이야기를 꺼내기조차 어려운 주제였다”며 “과거와 분위기가 좀 달라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전했다.

한편 삼성 준법위는 이 부회장의 재판 과정에서 설립됐다는 이유로 초창기엔 독립성 부분 등과 관련해 의심을 받았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준법 경영 도입을 위해 강하게 이 부회장을 압박하는 조직이 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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