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 부동산 규제 풍선효과···현장 반응은 회의적
코로나19로 인한 부정적 영향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나

“다음이 안시성이라고 하던데 제가 보기에 2·20 부동산 대책 영향은 전혀 없어요.”

“2월 이후 거래가 없어요. 요즘은 전화 문의조차도 없네요. 매매도 많이 하고 가격도 올랐으면 좋겠네요.”

17일 오전 시흥시 배곧신도시 상권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사진 = 김용수 인턴기자
17일 오전 시흥시 배곧신도시 상권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사진 = 김용수 인턴기자

지난 17일 오전 11시 시흥시 배곧신도시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2·20 대책 영향에 대한 기자의 물음에 이같이 답했다. 규제 이후 비규제지역인 시흥시로 투자 수요가 몰릴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2·20 풍선효과는 미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12·16 대책 이후 전체적으로 오르기 시작해 1월까지 5000만원에서 1억5000만원 정도 올랐으나 2월부터는 거래 자체가 거의 없다. 2월 20일 규제 영향은 더더욱 없다”며 “지금이 한계라고 본다. 지금까지 올랐으면 내려갈 일만 남았지 더 이상 오르긴 힘들다고 본다. 지금은 누가 사주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오히려 2·20 풍선효과보다 코로나19 여파가 더 큰 상황이다. 그는 “코로나19 영향이 정말 크다. 우리뿐만 아니라 부동산 전부 손님 자체가 없다. 우리 같은 사무실은 하루에 최소 10명 정도 있었는데 지금은 한두 명도 채 안 온다. 손님이 없어서 가격 낮춰 내놓고 있다. 오늘도 1000만원 이상 낮춰서 내놓은 곳이 여럿 있다”며 코로나19로 침체된 부동산 시장 상황을 설명했다.

정부가 지난달 20일 집값이 급등한 수도권 일부 지역, 일명 ‘수용성’을 추가 규제지역으로 지정하면서 ‘풍선효과’로 ‘안시성(안산·시흥·화성)’의 집값이 들썩일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교통·개발 호재가 예정된 비규제지역 안시성으로 투자 수요가 확대될 것이라는 논리다. 한국감정원 자료에 따르면 시흥시 아파트값은 규제 발표 후인 2월 24일 기준 0.54% 올라 규제 전인 17일 0.37% 오른 것보다 상승폭이 확대됐다. 그러나 해당 지역의 매매가 상승폭이 다른 지역에 비해 유독 컸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 지난해 12월만 해도 집값 상승률이 마이너스거나 보합 수준을 기록하다가 올 2월 들어 상승폭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24일 기준 수원(1.56%), 용인(0.67%) 등에 비해 특별히 많이 올랐다고 보기 어렵다.

실제 이날 기자가 만난 시흥시 공인중개사들에 따르면 규제 이전에 이미 집값이 올랐으며 2·20 대책의 영향은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오히려 코로나19로 시장 침체가 장기화될까 봐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17일 오후 시흥시 죽율동 공인중개업소 앞. / 사진 = 김용수 인턴기자
17일 오후 시흥시 죽율동 공인중개업소 앞. / 사진 = 김용수 인턴기자

시흥시 죽율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우리끼리 이용하는 네이버 밴드 단체방에선 안시성에 대해 다들 코웃음 친다. 이쪽 지역은 규제 여부랑 큰 차이가 없다”며 “오히려 코로나19 여파로 문의전화 한 건도 못 받다가 퇴근하기도 한다. 문의 전화가 와도 실제 거래 이뤄지는 경우는 없다. 집을 보러 와야 하는데 매도자건 매수자건 사람 간 접촉을 꺼려해 다음으로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시흥시 안에서도 광역교통망 호재를 끼고 있어 수요가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장현지구 역시 풍선효과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장현지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동원(동원로얄류크) 4월 입주 물량이 많은데 찾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 지금쯤 원래 계약을 해야 할 시기인데 문의가 없는 상황”이라며 “근처 모아(모아미래도 에듀포레)같은 곳도 7~8월에 3000세대 넘게 입주하는데 더 심각하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부동산 시장 자체가 멈춘 상태이기 때문에 안시성 풍선효과는 미비할 것으로 전망했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코로나19가 아니라면 풍선효과가 있었을지 모르겠지만 지금으로선 더 이상 확산은 없을 것이다. 수용성만큼의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선행지표로 여겨지는 강남 재건축과 고가아파트들이 최근 호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데다 코로나19로 실물경제 위기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 비규제지역인 안시성의 풍선효과가 수그러들 가능성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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