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민주노총 공항항만운송본부 쿠팡지부, 기자회견 열고 쿠팡 규탄
노조 “22명 중 15명이 한 주간 단 한 번도 쉬지 못해” 주장···쿠팡 로켓프레시 폐지 요구도

1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사무실에서 조찬호 공공항만운송본부 쿠팡지부 조직부장이 쿠팡 배송 현장의 노동 환경 개선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사무실에서 조찬호 공공항만운송본부 쿠팡지부 조직부장이 쿠팡 배송 현장의 노동 환경 개선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전날 밤 12시에 주문하면 다음날 아침 7시에 도착한다. 새벽배송 이야기다. 편리함이 주무기인 새벽배송 뒤에는 불편함을 감수하는 배송기사들이 있었다. 밤 12시에 들어온 주문을 7시간 만에 해결해야 하는 이들은 상당한 업무 압박에 시달리고 있었다. 

쿠팡의 배송기사인 쿠팡맨이 배송기사를 위험에 노출시키는 새벽배송을 규탄하고 나섰다. 지난 12일 새벽에 숨진 비정규직 40대 쿠팡맨 김 아무개씨의 죽음에 대해 회사에 책임을 물은 것이다. 이들은 식사시간과 휴게시간도 없이 일하는 현재의 노동환경 개선도 함께 주문했다. 

공공운수노조 공항항만운송본부 쿠팡지부는 18일 영등포구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벽배송을 없앨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쿠팡은 밤 12시까지 주문하면 다음날 아침 7시까지 제품을 배송해주는 로켓프레시(새벽배송)를 진행하고 있다. 

노조에 따르면 현재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온라인 장보기 수요가 늘어나면서 배송 물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2019년 8월 기준 2020년 3월 기준 22%의 물량이 증가했다. 2015년 1월  직접 고용된 쿠팡맨 1명이 처리한 평균 물량은 56.6개였으나, 2017년 12월에는 210.4개로 늘어났다. 아울러 코로나19가 국내에서 번지기 전부터 로켓프레시를 통해 배송 물량은 꾸준히 늘어 왔다고 밝혔다.  

폭증한 물량에 대한 책임은 쿠팡의 전담 배송기사인 쿠팡맨에게 지워진다. 노조에 따르면, 현재 쿠팡맨의 퇴사율은 75%, 이 중 1년 미만 퇴사자는 96%에 달한다. 2019년 3월 기준, 한 지역에서 일주일간 휴게시간을 아예 갖지 못한 쿠팡맨은 22명 중 15명에 달했다. 물량 압박에 조기 출근도 불사하며 주당 노동시간이 52시간을 넘었지만, 관리·감독 의무가 있는 본사가 이런 상황을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는 게 노조 측 주장이다. 

쿠팡 양주캠프의 5년 차 쿠팡맨인 정진영 조직부장은 신입 쿠팡맨의 경우에도 일반 쿠팡맨과 비슷한 양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 조직부장은 "지금 현 상태는 신입 쿠팡맨을 교육해서 바로 단독 배송을 시킨다. 기존 쿠팡맨들보다 살짝 적게 일한다"고 말했다. 이전에 쿠팡 측은 신입 쿠팡맨의 경우 일반 쿠팡맨에 비해 50%가 적은 물량만 배정받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신입이 50%만 배정받은 걸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정 조직부장은 특히 새벽배송에 대한 압박이 크다고 밝혔다. 쿠팡은 곧 의류 PB(자체 브랜드)를 선보여 옷도 새벽배송해주는 서비스 론칭을 예정하고 있다. 노동 강도가 이전보다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그는 "로켓프레시 근무환경도 많이 바뀌었다"면서 "물량을 (아침) 7시까지 끝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다. 회사에서는 마치지 못할 물량을 주고 시간내에 끝내지 못하는 사람에게 플렉스(일반인 아르바이트)를 붙여서 쉐어를 받는다. 신입이 쉐어를 받지 않고 끝낸다는 압박이 상당하다"고 털어놨다. 이들이 쿠팡의 효자 노릇을 하고 있는 새벽배송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이에 대해 쿠팡 관계자는 "개인사업자인 택배기사들과 달리 쿠팡맨은 본사가 직고용하는 인력이다. 2년이 지나면 94%가 정규직으로 전환된다"면서 "택배기사님들이 요구해온 내용 상당 부분은 이미 현실화 된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 “쌀 140kg 배송하면 추가 1만원”

무거운 제품은 온라인 구매가 편리하다. 생수 및 쌀의 온라인 장보기가 활성화된 이유다. 이 과정에서 간과된 사실이 있다. 내가 편하게 받아보는 무거운 중량의 제품을 누군가가 나르고 있는 현실이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이하 마트노조)도 이날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온라인 배송기사에 대한 중량물 대책 수립을 촉구했다. 

정민정 마트노조 사무처장은 "중량물 제한 등에 대한 대책을 요구했지만 노동부도 대형마트도 제대로 들어주지 않았다. 이 억울한 죽음을 누가 책임질 수 있겠나"라면서 "대형마트는 배송노동자의 노동량 감소를 위해 중량물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18일 마트노조가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과도한 중량의 배송 시연을 하고 있다. /사진=시사저널e
18일 마트노조가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과도한 중량의 배송 시연을 하고 있다. / 사진=시사저널e

마트노조에 따르면 택배의 경우 35kg 이상, 우체국택배는 30kg 이상 상품의 배송에는 취급 제한이 걸린다. 배송기사에게 큰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산업안전보건법 제38조에 따르면 사업주는 굴착, 채석, 하역, 벌목, 운송, 조작, 운반, 해체, 중량물 취급, 그밖의 작업을 할 때 불량한 작업 방법 등에 의한 위험으로 인한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 다만 대형마트, 쿠팡 등 온라인 배송기사의 경우 중량물에 대한 제한 없이 배송하고 있다는 게 노조 측의 주장이다. 

이들은 노동부에 온라인 배송기사들의 노동 실태를 제대로 파악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산업안전보건법에 중량물에 대한 지침이 있지만 온라인 배송노동자들에게는 무용지물인 상황"이라면서 "노동부는 노동 실태에 대한 파악부터 시작해 온라인 배송노동자들이 다시는 억울한 죽음을 맞이하지 않도록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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