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판단에 따라 의결권 인정 지분 3.8% 잃을 수도
채이배 및 시민단체, 리베이트 의혹 둔 한진그룹 반박에 ‘재반박’

주주총회 의결권 기준 한진칼 지분 현황. / 인포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주주총회 의결권 기준 한진칼 지분 현황. / 인포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의결권 자문사들이 연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을 지지 의사를 밝히면서 업계와 일부 언론을 통해 조 회장이 승기를 잡았다는 반응이 나온다. 그러나 상황을 뒤집을 수 있는 변수들이 남아있어 현 시점에서 승리를 확신하긴 어려워 보인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3자연합(KCGI·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반도건설)이 추천한 한진칼 이사 후보 7명은 전날 입장자료를 통해 한진칼의 두 가지 논란을 지적했다. 해당 논란은 향후 결과에 따라 경영권 분쟁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 법원 판단에 ‘의결권 인정 지분 3.8%’ 향방 정해져

이사 후보들이 지적한 논란은 ‘대한항공 자가보험 의결권 행사 허용 여부’와 ‘에어버스 리베이트’건이다. 이들은 대한항공 자가보험과 관련해 “법원에 (의결권 행사 금지)가처분 신청이 제기된 상태”라면서 “사법부와 관계 당국의 빠른 조사와 판단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KCGI는 지난 11일 대한항공 자가보험, 대한항공 사우회, 우리사주조합 3개 단체가 보유한 한진칼 지분 224만1629주(3.8%)에 대해 의결권 행사를 금지해달라고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냈다. KCGI 등 3자연합은 이들 3개 단체가 사실상 조 회장의 특수관계인 역할을 하고 있음에도 그동안 ‘대량보유변동보고의무’ 등 주식보유상황을 공개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조 회장의 우군으로 불린 카카오가 2%에 육박했던 지분을 대거 매도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법원이 KCGI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일 경우 정기 주총에서의 지분 싸움 결과는 확신할 수 없다. 지난 16일 이와 관련해 심문기일을 진행한 법원은 다음주 중 가처분 신청에 대한 결과를 발표한다.

카카오 지분을 1%로 가정하고 의결권이 인정되는 지난해 말 기준 양측 지분을 비교하면, 조 회장 측이 확보한 지분은 32.45%다. 3자연합이 보유한 지분은 31.98%로 양 측의 지분 차이는 1%p 내외다. 법원 판결이 경영권 분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 채이배 의원 및 시민단체, 한진그룹 반박에 ‘재반박’

에어버스 리베이트 논란도 남은 변수다. 18일 채이배 민생당 의원 및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에어버스의 대한항공 리베이트 관련 조원태·조현아 등 대한항공 이사 고발’이라는 제목의 기자회견을 갖고 고발장을 제출했다.

채이배 의원 및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에어버스 리베이트 의혹에 대한 한진그룹의 반박에 재반박했다. / 사진=시사저널e

이날 채 의원 등 시민단체는 한진그룹의 반박에 재반박했다. 한진그룹은 에어버스 리베이트 의혹이 불거진 이후 지난 8일 보도 참고자료를 통해 “프랑스 검찰의 ‘수사종결합의서’를 ‘판결문’이라고 거짓주장하고 있다”면서 “객관적 증거에 기초한 재판의 판결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한진그룹의 반박에 대해 채 의원은 “(한진그룹이) 법정 합의문 공신력이 떨어진다며 호도한다”면서 “국회에서 의혹을 제기한 지 2주가 지났지만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정상영 변호사는 채 의원 발언에 덧붙여 “법정 합의문은 (프랑스 검찰) 조사에 따른 결과이기에 공신력이 있다”고 말했다.

한진그룹이 반박한 ‘시기’를 두고선 “조 회장은 어떤 식으로든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한진그룹은 “합의서에서 언급된 리베이트 의혹 시기는 1996년부터 2000년 사이”라면서 “2003년 한진그룹에 입사한 조 회장은 리베이트 의혹과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정 변호사는 “계약 체결 당시만 놓고 보면 조 회장은 관련이 없으나 항공기를 받을 당시 조 회장은 경영본부장이었고 3자연합 주장에 따르면 (에어버스 항공기 구매에 대해) 설명하기도 했다”면서 “어떤 형태로든 책임이 있지 않느냐”고 재반박했다.

앞서 3자연합은 “조 회장은 2009년 이후부터 항공기 도입계획을 수립하는 여객사업본부장과, 경영전략본부장으로 에어버스 항공기 구매에 직접 참여했고 이와 같이 구매된 에어버스 항공기에 장착되는 엔진도입계약에 직접 서명하기까지 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한편 채 의원은 일각에서 제기하는 3자연합과의 유착설에 대해 “의정활동을 폄하하는 행위”이라고 비판했다. 채 의원은 “이전부터 일감 몰아주기 등 (한진그룹 관련) 의혹을 제기했다. 조현아와 한 편으로 매도하는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면서 “주총을 앞두고 경영권 다툼이 점입가경이다. 신속한 조사가 필요하고 한진그룹 지배구조 개선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ISS, 한국지배구조연구원 등 의결권 자문 기관의 지지 의사는 분명 조 회장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요인이지만 주총이 끝날 때까진 양측의 행보를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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