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해결할 ‘변형카메라법’은 다음 국회로

지난 16일 오후 용산 전자상가 인근 판매점에서 ‘몰래카메라 판매’라는 문구를 써 붙여놓고 영업하고 있었다./ 사진=양세정 인턴기자
지난 16일 오후 용산 전자상가 인근 판매점에서 ‘몰래카메라’라는 문구를 써 붙여놓고 영업하고 있었다./ 사진=양세정 인턴기자

“최근 20대 여성부터 30~40대 여성까지 몰래카메라 탐지기를 찾는 사람이 많습니다”

지난 16일 용산 전자상가 앞은 몰래카메라 탐지기를 파는 매장이 꽤 많이 눈에 띄었다. 용산 전자상가 인근 한 몰래카메라 탐지기 판매점 직원은 기자가 제품을 보여 달라고 하자 여러 종류의 제품을 바로 꺼내 진열했다.

유통가 직원은 “최근 초소형 카메라를 추적할 탐지기 수요가 부쩍 늘었다”고 설명했다.

법적 보호장치가 될 ‘변형카메라법’이 2년간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동안 몰래카메라가 불안한 사람들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탐지기를 찾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전파기반과 관계자는 “초소형 카메라에 쓰이는 카메라 모듈과 관련해 여러 이해가 얽혀 있어 법안 통과가 지연된 것으로 보인다”며 “국회에서 법안만 통과된다면 초소형 카메라 판매와 소지 등을 등록제로 변경하는 것으로 바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몰래카메라와 관련한 법률안은 20대 국회에서 총 두차례 발의됐다. 지난 2017년 장병완 민생당 의원이, 2018년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했다. 하지만 모두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법안심사소위 안건 목록에 이름을 올린 데에 그쳤다.

법안이 국회에서 잠자는 동안 탐지기 매장을 찾는 사람들은 늘었다. 국립전파연구원에 따르면 적합성 평가를 받은 ‘초소형 카메라 탐지기’ 제품은 지난해에만 20개가 등록됐다. 지난 2015년 0개, 2016년 5개, 2017년 3개, 2018년 9개, 2019년 20개로 2년 사이 인증 제품이 크게 증가했다. 그만큼 초소형 카메라 탐지기에 대한 수요도 늘었다는 얘기다.

초소형 카메라 탐지기 가격대는 저렴하게는 7만~40만원대까지 다양했다. 해당 직원은 “아무래도 사람들이 불안하다 보니 30만원이 넘는 고가 탐지기까지 산다”고 말했다.

직원에게 탐지기를 문의하자 곧바로 얼마짜리 제품을 찾느냐는 질문이 돌아왔다. 10만원대 이하 제품을 보고 싶다고 대답하니 앞서 다른 판매점에서 봤던 제품 가운데 하나를 꺼내 왔다. 판매점 직원은 “이 정도면 무난하게 쓸 만할 것”이라며 “더 비싼 것을 쓸 필요도 없을 것 같고 이동하면서 사용하기에는 이 정도가 제격”이라고 설명했다.

역설적으로 몰래카메라로 이용되는 초소형 카메라도 함께 판매했다. 창과 방패를 함께 파는 셈이다.

한 판매점 직원은 “몰래카메라 판매는 합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몰래 카메라는 이혼소송을 준비하는 사람부터 경찰까지 증거를 수집하려는 사람들이 사가고, 탐지기는 관공서 등에서 몰래카메라가 있는지 확인하려는 사람들이 사 간다”고 말했다.

전파관리법상 기술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고 적합성 평가만 거치면 초소형 카메라는 국가 인증 제품이 된다. 이후 판매처는 소비자가 초소형 카메라를 어떻게 쓰고 활용하는지에 대해서 책임을 질 필요가 없다.

실제로 판매점을 방문할 때마다 직원들이 내놓은 물건은 한눈에도 초소형 카메라가 탑재된 제품임을 알아볼 수 없었다. 볼펜형, 클립형, 라이터형 등으로 다양한 종류에 각각 1~2mm의 미세한 렌즈가 탑재된 제품들이었다. 가격대는 13만원대부터 30만원대까지여서 마음만 먹으면 당장 구매할 수 있을 듯했다.

그러면서도 일부 유통점에선 탐지기로 초소형 카메라를 잡는 데는 사실상 한계가 있다고 귀띔했다. 한 판매업체 사장은 “탐지기가 12만~40만원까지 다양한 가격대와 기능을 갖추고 있지만, 초소형 카메라는 더 다양한 모습으로 발전하고 있어서 완벽하게 탐지해내기는 어렵다”며 “시계 초침이나 인형 눈에 카메라를 숨겨도 너무 감쪽같아서 찾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역대 최악의 ‘식물국회’란 오명을 얻은 20대 국회에서 몰래카메라 법률은 여전히 잠자고 있다. 진선미 의원실 관계자는 “처리해야 할 다른 민생 법안이 많아 밀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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