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미국 셰일 기업 도산 및 디플레이션과 연결
원·달러 환율, 국내 경제 펀더멘탈과 외인 심리 대변
유가는 하락 전망이 다수···환율은 당분간 변동성 확대 불가피

국내 증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국제유가와 원·달러 환율의 향방이 주목되고 있다. 국제유가는 미국 셰일 기업의 신용경색과 디플레이션 등 다양한 리스크와 관련 있다는 점에서, 원·달러 환율은 국내 금융시장 안정성 측면에서 국내 증시의 상황을 판단할 수 있는 잣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 각종 리스크와 연결된 국제유가 ‘움직임’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금융시장에서 국제유가의 움직임이 주목되고 있다. 국제유가 급락에 따라 코로나19가 글로벌 금융위기로 번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여기에 국제유가 하락이 디플레이션 요인으로 작용해 장기적인 경기침체를 불러올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국제유가는 지난달만 하더라도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골칫거리가 아니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지난달 20일 배럴당 53.78달러 수준에서 거래됐다. 하지만 이후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퍼지면서 수요가 급감한 데 이어 산유국들이 감산 합의에 실패하면서 큰 폭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여기에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원유 공급 확대에 나서면서 투심이 얼어붙었다. 이에 지난 16일(현지 시각) WTI는 배럴당 28.7달러를 기록해 2016년 2월 이후 가장 낮은 가격에 장을 마쳤다.

지난 16일(현지 시간) WTI는 배럴당 28.7달러를 기록해 2016년 2월 이후 가장 낮은 가격에 장을 마쳤다. / 그래프=시사저널e.
지난 16일(현지 시간) WTI는 배럴당 28.7달러를 기록해 2016년 2월 이후 가장 낮은 가격에 장을 마쳤다. / 그래프=시사저널e.

문제는 국제유가 하락이 미국 셰일 기업들의 생존 문제와 직결되면서 증시 리스크로 전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셰일 기업들은 일반 산유국의 석유 기업들과는 달리 생산 방식의 차이로 인해 생산 단가가 높다. 실제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원유 생산 원가는 배럴당 각각 10달러, 17달러 수준이다. 반면 미국 셰일오일은 30달러 안팎이다. 미국 셰일 기업은 이미 생산을 할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에 접어든 것이다.

미국 셰일 기업의 수익성 악화는 채권 디폴트 가능성과 연결된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북미 지역 은행들이 셰일 기업 등 에너지 회사에 빌려준 자금은 1000억 달러(약 124조원)에 달한다. 또 북미 석유·가스 탐사 및 생산업체들은 은행 대출과 별개로 2020∼24년 만기가 도래하는 860억 달러(약 106조원) 상당의 회사채도 안고 있다. 미국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에너지 업계의 회사채 67%가 ‘BBB’ 등급으로 투기등급인 ‘BB’ 등급과 맞닿아 있다.

장기적인 국제유가 하락은 디플레이션을 유발한다는 점에서도 증시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원유는 대다수 산업에 쓰이는 원자재로 중간재와 최종재의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경제심리가 전반적으로 위축된 상황에서 유가 하락이 전반적인 물가 상승 압력을 추가로 낮출 수 있는 것이다. 디플레이션이 나타날 경우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경기가 동반 침체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향후 국제유가의 향방이 주목되고 있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올 2분기 WTI 전망을 기존 배럴당 42.7달러에서 29달러로 낮춘 상태다. 골드만삭스는 브렌트유 가격에 대해서도 기존 배럴당 47달러에서 30달러로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모건스탠리 역시 올 2분기 브렌트유 가격 전망치를 종전 배럴당 35달러에서 30달러로 낮춘 상태다.

◇ 변동성의 커진 원·달러 환율도 ‘주목’

외환시장 안정성 여부도 국내 증시 참여자들의 심리를 좌우할 요인 중 하나로 평가된다. 원·달러 환율은 해외 각국의 기준금리 변화뿐만 아니라 국내 경제의 펀더멘탈(기초체력), 대외여건 변화에 따라 민감하게 움직이기 때문이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의 움직임에도 영향을 받는다는 측면에서 이들의 심리를 유추할 수 있는 가늠자 역할도 하고 있다.

이미 원·달러 환율은 국내 증시의 롤러코스터 장세와 함께 출렁이고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17.5원 오른 1243.5원에 마감했는데, 이는 2010년 6월11일(1246.1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달 2일의 종가인 1193.7원과 비교하면 보름 새 50원(4.17%) 가까이 급등한 것이다. 이는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됨에 따라 위험 회피 성향이 극에 달하면서 상대적인 안전자산인 달러 수요가 높아진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17일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17.5원 오른 1243.5원에 마감했다. / 그래프=시사저널e.
17일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17.5원 오른 1243.5원에 마감했다. / 그래프=시사저널e.

증권업계에서는 당분간 이 같은 외환시장의 변동성 확대는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19의 확산이 여전한 데다 실물 경제의 침체에 대한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글로벌 외환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글로벌 증시의 불안정성이 여전한 상태다. 

다만 예전의 금융위기에 맞먹는 외환시장 불안 상황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에도 무게가 실린다. 글로벌 증시와 한국 증시의 디커플링(탈동조화)이 나올 가능성이 있는 데다 외국인들이 여전히 국채를 순투자하는 등 전체적으로는 한국 시장을 떠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과의 달러 스왑 가능성도 급격한 환율 상승의 제한 요인으로 꼽힌다. 

홍춘욱 EAR리서치 대표는 “글로벌 증시의 부침에 따라 지금과 같은 환율 변동성이 계속해서 나타날 가능성은 있다. 그렇지만 국내 경제의 펀더멘털이 약하지 않은 상태이고 외환보유고도 충분하다. 지금까지 환율이 버텨준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며 “과거 외환위기와 같은 충격이 나타날 가능성은 제한적으로 본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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