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감염 우려에 명동 일대 한산···오프라인 매장 매출에 직격탄
온·오프라인 시너지 내는 패션업계···“온라인 사업에만 집중하기 어려워”

17일 오전 명동 한 의류매장 내부 모습. / 사진=한다원 기자
17일 오전 명동 한 의류매장 내부 모습. / 사진=한다원 기자

“손님들 방문이 많이 줄어들었어요. 봄옷도 재고만 쌓일 것 같아요.”

서울 명동 일대의 패션업체들이 고전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외출을 꺼리는 소비자들의 발길이 끊겨 관광특수거리에 걸맞지 않게 텅 빈 거리만 보여주고 있다. 예년 같으면 봄 시즌, 신학기 특수를 누리는 시기이지만 상인들은 매장 운영을 접어야 할지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17일 오전 찾은 명동 거리는 한산했다. 날씨가 흐린 영향도 있지만, 거리에는 근처에서 볼일을 본 뒤 일터로 돌아가는 직장인들만 보일 뿐 관광을 목적으로 다니는 이들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여러 국가의 언어가 뒤섞여 시끌벅적하던 호객행위도 사라졌다. 점포에서 활발하게 호객행위를 이어가던 점원들도 마스크를 쓴 채 지나가는 손님들을 멍하게 바라보기만 했다.

특히 이번 겨울은 예년보다 날씨가 따뜻해 방한복 판매가 부진해 기대 이하의 실적을 거뒀는데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쳐 봄 장사마저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인근 의류매장에서 근무하던 A씨는 “오늘 아침에 출근해서 지금까지 하나도 팔지 못했다”면서 “2월부터 지금까지 거의 마스크를 끼고 손소독제를 바르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직원 B씨는 “날이 좀 풀리는 이때가 대목인데 매출이 많이 줄어들었다”며 “마스크 끼고 불안해하면서 일하느니 차라리 잠시 휴업을 할까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봄 시즌을 맞아 봄옷도 재고만 쌓일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날 살펴본 명동은 활력을 잃은 모습이었다. 명동 거리에 위치한 일부 매장은 임시 휴업에 돌입하기도 했다. 매장 문 밖에 ‘임시 휴업’이라는 종이만 붙여놓고 별다른 안내 없이 영업을 잠시 중단한 곳도 있었다.

17일 오전 명동 한 의류매장 내부 모습. / 사진=한다원 기자
17일 오전 명동 한 의류매장 내부 모습. / 사진=한다원 기자

소상공인연합회 빅데이터센터가 지난 16일 발표한 ‘코로나19 사태 관련 소상공인 시장 분석’ 자료를 보면, 코로나19 감염병이 경계 단계였던 지난달 9일 중구의 유동인구는 930만명에 달했다.

다만 위기경보 단계가 ‘심각’으로 격상되고 하루 확진자 수가 813명으로 증가한 같은 달 29일 서울 중구를 찾은 시민들은 215만명에 그쳤다.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외출을 삼가면서 유통인구가 급감한 탓이다. 유동인구 감소로 소상공인들은 매일 평균 3000억원가량 손실이 난 것으로 조사됐다.

직원 C씨는 “보통 주말에 사람들이 몰리는데 요새는 주말에도 손님이 없어서 아르바이트생들도 당분간 나오지 말라고 했다”면서 “하루에 한두 장의 옷이 팔릴까 말까 할 정도로 현재 상황은 심각하다”고 했다.

상황이 이러자 업계에선 온라인으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자체 온라인몰을 강화하거나 전용 상품 출시를 선보이는 등의 방식으로 고육지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여기에 다양한 할인전과 기획전 등을 통해 온라인으로의 유입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패션업계는 다른 업종과 달리 온라인에만 주력할 수 없다고 했다. 대다수 패션기업의 오프라인 매출은 전체 매출에서 70~80%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오프라인 수요가 온라인으로 넘어오는 비율이 제한적이라 온라인몰을 강화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면서 “온·오프라인이 서로 시너지를 내는 구조여서 오프라인 회복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이어 “당분간은 온라인을 통한 마케팅에 주력할 수밖에 없다”며 “다만 겨울 장사에 이어 봄 장사도 잘 되지 않으면 재고가 쌓이게 돼 브랜드 가치 하락과 함께 다음 시즌 생산에까지 차질이 생기게 된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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