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중소기업 근로자 각각 34.2%·24.3%는 재택근무
근로자 “재택근무 한계 직면···고사양 PC 없이 업무 힘들어”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가 빠른 속도로 확산됨에 따라 중견·중소기업 재택근무 기간도 기약없이 길어지고 있다. 근로자들은 재택근무가 장기화될 경우 ‘의사소통 불편’ ‘개인 PC 성능 부족’ 등 문제로 생산성 악화를 우려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위메프는 본사 임직원 1800명 가운데 90% 이상이 재택근무 중이다. 중소협력사(고객센터) 직원들도 오는 18일부터 시행한다. NHN, 스마일게이트 등은 재택근무 기간을 오는 20일까지로 확대했다. 취업포털 인크루트에 따르면 중견, 중소기업 근로자 각각 34.2%, 24.3%는 지난 1월28일부터 지난 9일 사이에 재택근무를 했다.

재택근무 전환 기업이 늘면서 정부는 재택근무 인프라 지원 방안을 마련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15일 중견·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업무용 소프트웨어, 네트워크 보안 등 구축비용의 50%(최대 2000만원)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PC, 모니터 등 장비 구입비는 지원 대상이 아니다.

협업툴 업체들도 자사 서비스를 한시적으로 무상 제공하고 있다. 협업툴은 메신저, 화상회의, 드라이브, 근태관리 등 협업에 필요한 기능을 지원한다. 웍스모바일은 ‘라인웍스 Lite’를 오는 6월30일까지, 이스트소프트는 ‘팀업’을 도입일로부터 1년간 무료로 제공한다.

다만 중소기업 근로자들은 이같은 민관 지원이 재택근무 장기화에 따른 생산성 저하를 막을 수는 없다고 주장한다. 메신저나 화상회의는 업무보조 역할이나 임시방편에 불과해 ‘의사소통 불편’ ‘개인 PC 성능 부족’ 등으로 빚어지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의견이다.

현재 재택근무 4주차에 접어든 중소기업 웹 개발자 장아무개씨는 “처음에는 출퇴근 시간을 아낄 수 있어 업무효율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메신저나 화상회의 시 의사소통이 대면에 비해 불편해 근무시간이 출근했을 때보다 늘었다”고 지적했다.

기업 웹페이지 관리자 추아무개씨는 “회사에서 듀얼모니터와 고사양 PC를 쓰다 개인 장비를 쓰니 작업이 늦다. 이에 주 2~3일은 불가피하게 출근하고 있다”며 “회사가 직원들에게 장비를 보급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곧 일주일 내내 출근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다시 사무실로 출근하게 됐다는 광고대행사 직원 한아무개씨는 “PC에서 작업한 그래픽 결과물은 실물과 색상이 다를 수 있어 거래처와 함께 눈으로 확인해야 한다. 이에 재택근무가 3주 만에 중단됐다”고 설명했다.

보안관제시스템 개발자 김아무개씨는 “재택근무를 해도 지장이 없는 직무는 고사양 PC를 쓰지 않는 서비스기획이나 온라인마케터 등 한정적”이라며 “개발자도 집에서 원격제어 프로그램으로 회사 PC를 조작할 수는 있지만, 반응속도가 느려 생산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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