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부터 자금조달계획서 강화되며 제출 서류 한 장서 십 수장으로 늘어
번거로운 우편계약, 서류제출 강화로 외출 잦아져··‘계약일정 연기해야’ 목소리도

코로나19로 느려진 분양계약에 늘어난 자금조달계획서 서류제출로 수분양자들의 불편이 늘고 있다. /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코로나19로 느려진 분양계약에 늘어난 자금조달계획서 서류제출로 수분양자들의 불편이 늘고 있다. /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서울 강남구에 분양계약을 앞둔 재건축 아파트 소유주 A씨는 최근 하루 일과를 아파트 계약서류 준비하기로 시작한다. 기존에는 하루 날 잡아 재건축조합이나 시공사가 마련한 견본주택에서 대면접촉을 통해 계약하면 길어야 한 시간 만에 끝날 일이었지만 코로나19로 계약환경이 우편계약으로 변한 탓이다. 단숨에 해결 가능한 일을 수분양자인 조합원과 시공사가 약 한달 동안 우편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일을 지지부진하게 처리하는 것도 마뜩잖은데, 심지어 정부가 개정안까지 바꾸며 지난 13일부터 강화하도록 바꾼 자금조달계획서 서류 제출안에 준비할 일은 더 늘어났다. A씨는 “시공사나 조합과 대면접촉을 통한 지원이 아닌 우편으로 모든 걸 해결하려다 보니 궁금증 해소가 안 된다. 또 처음 시행되는 15종에 달하는 서류 떼러 주민센터, 은행, 부동산, 직장 회계팀 등을 오가며 서류를 준비하자니 벅차다”고 토로했다.

분양업계가 코로나19확산으로 어게인 20세기를 맞았다. 대다수 분양사업장은 사회적 거리두기차원에서 기존의 대면접촉을 통한 계약서 작성이 아닌 수기를 통한 우편접수로 대신하고 있다. 건설사와 수분양자가 계약서류 접수, 계약서 발송, 계약서 접수, 계약서 최종발송 등의 절차를 우편으로 약 한 달에 걸쳐 주거니 받거니 하는 것이다. 코로나19 확산 전인 지난달 초만 해도 대면접촉을 통해 한 시간 만에 해결할 수 있는 일이었다. 집을 구매하는 게 일생에 몇 번 겪지 않는 일이다보니 대다수 수분양자에게 생소하게 느껴지는데 주택매입 계약서를 혼자 오랜 기간에 걸쳐 해결하자니 버겁게 느껴지는 것이다.

여기에 시기적으로 정부의 규제 강화도 계약을 앞둔 수분양자들에게 불편을 보탠 격이 됐다. 정부는 지난 10일 국무회의에서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과 같은 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기존에 한 장의 A4용지에 자금조달 계획을 기재해 제출했던 것과 함께 이제는 최고 15종에 달하는 서류를 내야 한다. 개개인의 자금조달 내역에 따라 ▲예금잔액증명서(통장 내 예금으로 주택구입할 경우) ▲대출확인서(대출을 활용해 주택매입자금을 마련할 경우) ▲부동산처분예정 증빙자료(보유중인 여타 부동산을 매각해 주택매입자금을 마련할 경우) ▲전세계약서(전세보증금을 주택매매자금으로 활용하는 경우) ▲주식거래내역서(주식이나 채권같은 유가증권을 매각해서 주택매매자금에 보태는 경우) ▲소득금액증명원(미래에 벌어들일 급여를 활용해 주택매매자금에 더하는 경우)등을 첨부해야 하는 것이다. 부동산 처분예정 증빙자료로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첨부해야 하는지 처음이다보니 불명확해 일선에서 혼선을 빚는 사례도 늘고 있다. 무슨 서류를 제출해야 하는 건지에 대한 질의응답이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은 물론이다.

결국 계약서 작성에 답답함을 느끼는 수분양자들은 해당 조합이나 견본주택을 찾아 상담을 받고 있다. 대치동에 마련된 한 견본주택 관계자는 “공식적으로는 견본주택이 문을 닫았지만, 밀려드는 전화연결도 통화연결이 안 돼 불편을 호소하며 내방하는 계약자들이 있다”고 말했다.

분양업계 전반에서 시행중인 우편계약이 사실상 실효성 없다는 지적도 있다. 수분양자 입장에서는 강화된 주택자금조달계획서 증빙서류 제출을 위해 은행, 관공서, 부동산 등 불특정다수가 모이는 공간을 돌아다녀야 하다 보니 사회적 거리두기가 제대로 이루어지지는 않고 불편만 초래한다는 이유에서다. 직장인 B씨는 “사회 전반이 멈춰섰는데 건설사들이 계약금 수금을 목적으로 계약일정을 무리하게 이행하고 있어 계약자들의 건강을 담보한 불편만 늘고 있다”며 “공사 중단 시 수급업체 피해 최소화를 위해 공기를 조정하고 지체상금도 부과하지 않는 곳이 많은 만큼 계약일정도 미루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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