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경기 부양책에도 증시 큰 폭으로 내려
안전 자산인 금값 마저 하락···국내 증시도 급락 출발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 영향

글로벌 금융시장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공포에 최악의 국면을 보이고 있다.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들은 지난 주에 이어 또다시 10% 넘게 급락했고 유럽 증시의 주요 지수들도 5% 넘게 하락했다. 지난 주말부터 이어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유럽중앙은행(ECB)의 공격적인 경기 부양책도 백약무효했다. 안전 자산으로 분류되는 금 가격 마저 하락하는 모습이었다.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에 국내 증시도 충격을 피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코스피는 이날 4% 하락한 채 장을 시작했다. 코스닥 지수도 3%대 급락 출발했다.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달러당 5.0원 오른 1231.0원 개장했다.

◇ 글로벌 증시, 코로나19 공포에 줄줄이 폭락

16일(이하 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2997.10포인트(12.93%) 폭락한 20188.52에 거래를 마쳤다. 이로써 다우존스 지수는 지난 12일 이후 2거래일 만에 1987년 ‘블랙먼데이’ 이후 최대 하락률을 다시 갈아치웠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도 전 거래일 보다 324.89포인트(11.98%) 급락한 2386.13에 장을 끝냈다. 나스닥 지수는 970.28포인트(12.32%) 폭락한 6904.59에 장을 마감했다.

이날 뉴욕 증시 개장 직후에 거래가 15분간 중단되는 ‘서킷브레이커’가 또다시 발동됐다. 서킷브레이커 발동은 지난주 두 차례에 이어 이달 들어 세 번째다. 

유럽 증시도 급락을 피할 수 없었다. 이날 영국 런던 증시의 FTSE100 지수는 전 거래일 종가 대비 4.10% 떨어진 5151.08로 장을 마감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지수는 5.31% 하락한 8742.25로 거래를 마쳤다.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 40 지수는 5.75% 내려간 3881.46으로 거래를 끝냈다.

유럽에서 코로나19로 인한 피해가 가장 심각한 이탈리아의 이탤리40 지수는 8.35% 떨어진 1428.9로 거래가 끝났다. 이탈리아 다음으로 유럽에서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가 많은 스페인의 IBEX 35지수도 7.94% 하락한 6103.00으로 거래를 끝냈다. 범유럽지수인 유로 Stoxx 50지수는 2450.37로 장을 마감해 5.25% 내려갔다.

◇ 국제 유가와 ‘안전자산’ 금 가격도 약세

국제 유가도 급락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9.6%(3.03달러) 내린 28.7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2016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5월물 브렌트유도 오후 5시50분 현재 배럴당 12.02%(4.07달러) 급락한 29.78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안전자산으로 평가받는 금값도 큰 폭의 하락세를 기록했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금은 전 거래일보다 온스당 2.0%(30.20달러) 떨어진 1486.50달러를 기록했다. 안전자산과 위험 자산을 가리지 않고 투매 현상이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국채 가격은 ‘나홀로’ 급등세를 보였다. 일반적으로 채권은 가격과 금리가 반대로 움직인다. 10년 만기 미국채 금리는 0.22%포인트 급락한 0.722%를 기록했다. 10년여만의 최대 낙폭이다. 미국 연준이 지난 주말 기준 금리를 1.00% 파격 인하한 효과가 채권시장에서 나타난 것이다. 

◇ 펀더멘탈 악화 우려에 연준 부양책도 ‘무용’

미국 연준의 부양책이 나왔지만 이날 금융시장 혼란을 막지 못했다. 연준은 지난 주말 긴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기준 금리를 제로(0~0.25%)로 100bp(bp=0.01%포인트) 전격 인하했다. 또 7000억달러 규모 양적완화(QE)도 발표했다. 연준과 유럽중앙은행(ECB) 등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은 달러 스와프 금리를 25bp 내려 달러 유동성 공급을 돕기로 했다. 

이날에도 연준이 하루짜리(오버나이트) 환매조건부채권(Repo·레포) 운영을 5000억달러 한도로 긴급 실시한다고 밝히는 등 유동성 확대 조치를 이어갔다. 이밖에도 세계 각국의 유동성 공급 정책이 나왔지만 코로나19에 따른 세계 경제 침체 우려를 불식하지는 못했다. 

이같은 부양책도 코로나19 공포를 이기지 못한 것이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이 각국 발표를 취합한 전 세계 코로나19 발생 현황에 따르면 16일 기준 전 세계 확진자는 16만9387명으로 그 수가 계속 늘고 있다. 이에 미국 샌프란시스코는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집에 머물라며 사실상 이동금지 명령을 내렸다. 캐나다는 자국 시민과 미국 시민 등을 제외한 외국인 입국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유럽 각국에 대한 외국인 입국 제한 조치를 취할 것을 제안했다. 

특히 코로나19가 세계 곳곳에 급속도로 퍼지면서 경기 침체를 이끌 수 있다는 우려가 확대됐다. 실제 이날 발표된 뉴욕주의 제조업 경기를 보여주는 ‘엠파이어스테이트 제조업 지수’는 올해 2월 12.9에서 3월 -21.5로 폭락했다. 이는 2009년 이후로 최저치다. 엠파이어스테이트 제조업 지수는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집계하는 지표로 지역별 제조업 경기를 보여주는 핵심 잣대로 꼽힌다.

NH투자증권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연준의 전격적인 금리 인하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기자회견이 경기에 대한 우려를 키웠다고 분석했다. 조연주 연구원은 “주말에 단행한 연준의 금리 인하가 오히려 경기에 대한 우려를 증가시키고 통화정책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을 키웠다”며 “이에 뉴욕 주가지수가 급락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유진투자증권 역시 유동성 공급이 펀더멘탈 악화를 이기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상재 연구원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통했던 중앙은행의 공격적 금융완화가 이번에는 약발이 안 먹힌 셈”이라며 “그 이유 중 하나는 1~2월 중국 경제에서 코로나19의 경제 파괴력이 확인되면서 오늘의 중국 부진이 내일의 미국과 유로존 경제가 되리라는 우려가 나왔다. 다른 하나는 유동성 공급이 펀더멘털 악화를 이기지 못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 글로벌 증시 급락에 코스피도 급락 출발

글로벌 증시 급락에 코스피도 급락 출발했다. 17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74.02포인트(4.32%) 내린 1640.84로 개장했다.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6.49포인트(3.27%) 내린 488.02에 장을 시작했다. 이날 오전 9시 5분 기준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나홀로 225억원어치 순매도에 나서고 있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개인 홀로 순매도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달러당 5.0원 오른 1231.0원 개장했다. 장 개장 이후에는 상승 폭을 키우고 있는 모습이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공포에 최악의 국면을 보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글로벌 금융시장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공포에 최악의 국면을 보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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