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허위공시 판단 시 3자연합 경영권 확보 물 건너갈 가능성 높아
한진칼, 권 회장뿐 아니라 KCGI도 ‘주요주주 보고 의무 위반’ 등으로 시정 요구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미국 현지에서 숙환으로 별세했다고 대한항공이 밝힌 8일 오전 서울 서소문 대한항공 사옥에서 직원들이 평소처럼 근무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17일 한진칼은 전날 금감원에 3자연합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조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 사진=연합뉴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이 명예회장 요구 논란을 놓고 상반된 입장을 내놓은 가운데, 금융감독원이 반도건설의 행위를 ‘허위 공시’로 판단할 경우 3자연합(KCGI·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반도건설)의 경영권 확보는 사실상 물 건너갈 가능성이 높다.

17일 한진칼은 전날 금감원 기업공시국에 3자연합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에 대한 조사를 요구하는 조사요청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한진칼이 지적한 3자연합의 자본시장법 위반 내용은 ▲허위공시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경영권 투자 ▲임원 및 주요주주 규제 등이다.

만일 금감원이 권 회장의 행위가 자본시장법 위반에 따른 허위 공시라고 판단할 경우 반도건설은 한진칼 발행주식 중 5%를 초과하는 주식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 즉, 27일로 예정된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5%의 의결권 있는 지분만 행사할 수 있다. 현재 반도건설이 보유한 의결권 행사가 가능한 지분은 8.37%다.

전날 권 회장은 본인이 한진그룹에 명예회장을 요구했다는 논란에 대해 보도자료를 통해 반박했다. 권 회장은 “도와달라고 만남을 요청해놓고 몰래 대화 내용을 녹음해 악의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과연 대기업 총수(조 회장)가 할 일인지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반박 직후 한진그룹이 반박에 대한 반박을 이어갔다. 한진그룹은 ‘반도건설 측 반론에 대한 입장’ 자료를 내고 “권 회장의 요청에 따른 만남”이라면서 “권 회장은 그 자리에서 명예회장 후보자 추천, 등기임원 및 감사 선임, 부동산 개발권 등 경영 참여를 노골적으로 요구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당시 상당한 양의 지분(6.28%)를 보유하고 있는 권홍사 회장의 제안은 당시의 상황을 고려하면 제안이 아닌 협박에 가까웠다”고 덧붙였다.

한진칼은 권 회장의 허위 공시 조사 외에도 KCGI의 의결권 위임활동 위반 및 임원·주요주주 보고의무 위반 등을 금감원에 시정 요구했다.

한진칼은 KCGI가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활동 위반 행위를 했다며 “KCGI는 2020년 3월6일(금)에 위임장 용지와 참고서류를 제출했기 때문에 주말을 제외하고 이틀이 지난 후인 3월 11일(수)부터 의결권 대리 행사 권유가 가능했다. 하지만 KCGI는 이보다 앞선 3월 7일부터 의결권 위임 권유를 시작해 정당한 의결권 행사를 방해하는 등 법을 위반했다”고 비판했다.

KCGI의 주요주주 보고 의무 위반 논란에 대해선 “주요주주인 그레이스홀딩스는 주요 주주 각자가 소유하고 있는 주식을 개별적으로 보고할 의무가 있지만 그레이스홀딩스는 2019년 3월 이후 특별관계자인 엠마홀딩스나 캐트홀딩스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 수를 그레이스홀딩스의 소유 주식수로 포함해 공시했다. 이에 따라 실제 주식의 소유자를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한 것인데 이는 심각한 공시의무 위반”이라고 밝혔다.

KCGI의 특수목적회사(SPC)인 그레이스홀딩스는 2018년 12월28일 부로 한진칼 주식 10% 이상을 보유해 자본시장법상 ‘주요주주’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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