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 금통위, 기준금리 0.50%p 인하···선제적 대응 실패 지적에 정면 반박
“미국 금리 인하, 실효하한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추가 인하 가능성도

1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이주열 한은 총재/사진=한국은행
1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이주열 한은 총재/사진=한국은행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기준금리 인하 시점과 관련해 일각에서 제기되는 ‘한은 실기론’에 대해 정면 반박했다.

이 총재는 16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금와서 판단해도 2월 동결은 적절한 조치였다고 생각한다”며 “그때 금리 인하를 했더라면 시장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았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날 오후 이 총재를 비롯한 금통위원들은 임시 금통위를 개최해 기준금리를 기존 연 1.25%에서 0.75%로 0.50%포인트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임지원 금통위원은 0.25%포인트 인하 소수의견을 제시했다. 지난달 27일 금통위 정례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한지 약 2주만에 금리 인하를 단행하자 시장 일각에서는 한은이 선제적 대응에 실패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이 총재는 “지난달 동결 이후 코로나19가 유럽과 미국 등 전세계로 급속히 확산됐다”며 “글로벌 경기 위축 우려가 확대되고 있으며 각국이 입국 제한조치를 취하는 등 경기 위축 현상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통화정책 여력이 크지 않아서 제로금리까지 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인하)시점을 잘 골라야한다고 생각했다”며 “실기론을 잘 짚어보면 타이밍은 지금이 훨씬 적기라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추가 금리 인하에 대해서는 가능성을 어느 정도 열어놨다. 이 총재는 “일반적으로 기준금리를 실효하한 밑으로 내리기 곤란한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실효하한이 고정돼 있는 것은 아니다”며 “국내외 금융시장과 주요국 정책금리, 산정 기준 등에 따라서 가변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의 금리 조정폭과 실효하한이 1대 1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지만 미국 금리 인하가 실효하한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은 맞다”고 덧붙였다.

통화정책 여력이 줄어듦에 따라 비전통적 정책 수단을 활용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이 총재는 “이번 코로나19 사태의 영향을 정확히 가늠할 수 없지만 충격이 과거에 비해 상당히 크다”며 “단계별로 취할 수 있는 모든 사안을 점검했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한은법상 할 수 있는 정책 수단들을 활용해 그때 그때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금통위는 금리 인하 외에도 ▲금융중개지원대출 금리 인하 ▲공개시장운영 대상증권 확대 조치도 함께 결정했다. 금융중개지원대출은 시중은행의 중소기업 대출을 촉진하기 위해 한은이 낮은 금리로 시중은행에 자금을 빌려주는 제도다. 금통위는 연 0.75%였던 금융중개지원대출 금리를 0.25%로 0.50%포인트 인하하기로 했다.

또한 현행 환매조건부채권(RP) 대상증권에 ▲은행법에 의한 은행 발행 채권 ▲산업금융채권 ▲중소기업금융채권 ▲농업금융채권 ▲수산금융채권 ▲수출입금융채권을 더하기로 했다. 다만 자기발행채권 및 관계회사 발행채권은 제외된다.

은행채를 포함하는 조치는 한국은행 RP매매 대상기관들의 담보여력을 확충함으로써 원활한 유동성 공급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동시에 은행채에 대한 수요와 유동성도 일부 증대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이 총재는 “앞으로도 대내외 불확실성이 매우 높은 만큼 통화정책을 완화적으로 운용하고 경제성장 하방리스크와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완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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