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증시 급락과 함께 비트코인도 휘청
전문가들 “안전자산으로 보기 어려워”

​세계보건기구의 코로나 19 펜데믹 선언으로 비트코인 가격이 급락하고 있다./그래픽=이다인디자이너​
​세계보건기구의 코로나 19 펜데믹 선언으로 비트코인 가격이 급락하고 있다./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암호화폐 맏형님격인 비트코인 가격이 지난달 중순 이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이달 들어서는 그래프가 더 가파르게 꺾였다. 코로나19 확산이란 글로벌 위기 속에 비트코인 가격이 함께 떨어지면서 암호화폐 안전자산 역할에 대한 회의론이 나왔다.   

시세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17일 9시 30분 기준 글로벌 비트코인 시세는 24시간 전 대비 6.28% 하락한 5008달러(한화 약634만원)다. 열흘만에 가격이 40%가 빠졌다. 지난 7일 비트코인 가격은 1067만원을 기록했다.  

비트코인의 안전자산 지위에 금이 가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사태가 전 세계로 확산되자 안전자산 역할을 하지 못하고 폭락했다. 이에 전문가들 사이에서 회의론이 확산됐다.

비트코인은 업계에서 금과 같이 안전자산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증시 불안에 금값이 오르는 것처럼 비트코인을 일종의 자산처럼 위험회피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비트코인은 코로나 19가 본격화된 지난달 초에도 1만달러를 넘기며 상승세를 보였다.

하지만 세계보건기구(WHO)의 코로나 19 팬데믹(pandemic·세계적 대유행) 선언으로 상황은 달라졌다.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달 12일 올해 최고가 1만900달러를 찍고는 점차 폭락해 안전자산이라는 말이 무색해졌다. 전문가들도 비트코인이 더는 안전자산이 아니라는 의견에 힘을 싣고 있다.

주동헌 한양대학교 응용경제학과 교수는 “충격의 시작점이 코로나 19처럼 실물 충격일 경우 암호화폐는 안전자산으로 받아들이기 힘들다”며 “코로나 19사태가 진정되면 시장의 큰 폭 하락을 경험한 투자자들은 비트코인에 대한 높은 위험회피 성향과 다른 디지털 암호화폐로 대체될 가능성이 크다는 디지털 암호화폐 특성에 따른 제약으로 이전수준으로 가치 회복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인호 고려대학교 컴퓨터공학과 교수도 “이런 세계 경제 위기 상황에는 보통 주식이 빠지면 금으로 다 몰리는데 이번에는 그것조차 안되는 상황이다”며 “디지털 골드라고 하는 비트코인이 금값과 동시에 하락하고 있는 현상은 비트코인을 현시점에서 안전자산으로 보기는 어려운 부분이고 코로나가 좀 진정되면 금값 추이와 함께 비트코인도 변동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강조했다.

해외 전문가들도 비트코인의 안전자산 역할 회의론을 제기하고 있다. 대표적인 비트코인 회의론자 ‘닥터 둠’ 누리엘 루비니 미국 뉴욕대학교 교수는 트위터에 “최근 비트코인 가격은 글로벌 증시의 하락세보다 더 큰 낙폭을 보이는데 이는 비트코인이 위험회피 자산이나 안전자산이 아니라는 또 다른 증거”라고 지적했다.

캠벨 하비 미국 듀크대 경제학과 교수도 “만약 비트코인이 안전자산이었다면 가치를 유지하거나 상승해야 하지만 되레 10% 이상 폭락했다”며 “사람들이 시스템적인 위험을 감지한 상태에서 증권시장의 붕괴를 목격했다면 자연스럽게 스스로 자산을 안전자산으로 이동시키지만 안전자산으로 암호화폐를 선택하기보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를 더 선호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비트코인 가격 급락 원인은 다른 곳에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지난 9일 암호화폐 전문매체 코인데스크는 비트코인 가격 하락 이유로 중국 암호화폐 다단계 사기 프로젝트 플러스토큰을 지목했다. 플러스토큰이 보유한 비트코인이 시장에 대량 유입하면서 가격이 큰 폭으로 내렸다는 이유다. 블록체인 보안업체 펙실드에 따르면 지난 6일 플러스토큰이 소유한 것으로 의심되는 지갑 주소에서 비트코인 1만3112개가 여러 개의 지갑으로 분산해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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