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대우건설·삼성물산, 이달 주총에서 사외이사 교체
‘기술·행정·재무’ 실무 경험 갖춘 전문가 영입···공정거래 전문가도 다수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이달 정기 주주총회를 앞둔 현대건설, 대우건설, 삼성물산은 사외이사를 대거 교체할 예정이다. 관료 출신보다 기업 경영에 직접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전문가형이 많은 편이다.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정기주주총회를 앞둔 건설사들이 새 사외이사 수혈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후보로 오른 사외이사의 면면을 살펴보면 관료 출신보다 기업 경영에 직접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전문가형이 많은 편이다. 대내외적으로 건설업황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경영 회복과 새 먹거리 창출을 위해 경영·사업 자문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정부가 상생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함에 따라 공정거래 분야 전문가들도 대거 영입됐다.

◇현대건설, 4년 만에 사외이사 교체···‘건설기술·공정거래’ 전문가 영입

1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오는 19일 제70기 주총을 앞둔 현대건설은 기존 전문성 비율(법률 2명·건축 1명·행정 1명)을 유지한 가운데 사외이사 4명 중 2명을 교체한다. 현대건설이 사외이사를 교체하는 건 2016년 3월 김영기 전 국세청 조사국장을 영입한 후 4년 만이다. 현대건설은 건설 경영과 관리·시공 분야 전문가인 김재준 한양대학교 건축학부 교수와 서울지방법원 판사 출신인 홍대식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사외이사 후보로 공시했다. 각각 건설 경영과 법률·공정거래 분야의 전문가인 만큼 회사 의사결정 과정에서 다양하고 전문적인 의견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김 교수는 건축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건설정보모델링(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의 전문가다. 최근 인공지능(AI), AR·VR, 5G 등과 함께 4차 산업혁명의 대표적인 기술로 꼽히는 BIM은 기획부터 설계·시공까지 건축물에 관한 모든 정보를 3차원 영상으로 구현해 활용하는 기술이다. 가상공간에서 미리 설계·시공한 뒤 공사에 들어가기 때문에 시공상의 불확실성이나 설계 변경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췄다. 김 교수는 한국BIM학회의 제3대 회장을 역임했으며 지금도 학회의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정부가 4차 산업혁명에 따른 건설산업 도약을 위해 스마트 건설 기술 육성·확대 정책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만큼 BIM의 중요성은 매우 커지고 있다. 김 교수는 BIM을 기반으로 ‘스마트워크 프로세스’를 강화하려는 현대건설에 든든한 지원군이 될 전망이다.

김 교수와 함께 사외이사 후보에 오른 홍 교수는 20년 이상 경쟁법 일반과 방송통신법상 경쟁 이슈를 연구한 공정거래법 전문가다. 특히 분쟁조정과 방송통신, 인터넷 등 ICT(정보통신기술) 관련 분야에서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다. 현재에도 서울서부지방법원 조정위원, 한국공정거래조정원 약관분쟁조정협의회 위원, 서강대학교 ICT법경제연구소장,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자율분쟁조정위원 등으로 활동 중이다. 현대건설은 두 후보의 안건이 통과되면 건설 경영부터 재무·법률까지 안정적인 외부 전문가들로 사외이사진을 갖출 전망이다. 현재 남아 있는 사외이사는 김영기 국세청 조사국장과 박성득 리인터내셔널법률사무소 변호사다.

◇대우건설, 건설·재무·경영 두루 영입···기업가치 제고

25일 주총을 여는 대우건설은 문린곤 전 감사원 국장, 장세진 인하대 명예교수, 양명석 변호사(전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 등 3명을 사외이사 후보로 올렸다. 이번 사외이사 후보군은 건설업과 기업 경영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전문가들로 꾸려졌다. 새로운 사외이사 후보진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문 전 국장이다. 문 전 국장은 관료 출신이지만 유연한 시각을 지닌 건설행정 전문가라는 평가를 받는다. 토목공학·기계공학을 전공한 데다 감사원 건축사무관, 기술서기관, 건설환경감사국 과장 등 건설행정 분야의 요직을 두루 거쳤다. 또 문 전 국장은 감사원 명예퇴직 후 현대건설 상근자문, 한국항공우주산업 비상근 고문으로 활동한 바 있다. 건설과 행정에서 실무 경험을 두루 갖춘 만큼 대우건설의 기업가치 제고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장 명예교수는 노무현 정부 시절 대통령 자문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을 지낸 원로 진보 경제학자로 평가된다. 20년간 공인회계사로 일하면서 동시에 인하대학교 경제학과에서 교편을 잡았다. 경제민주화 방안을 연구하는 민간 연구기관인 서울사회경제연구소도 이끌고 있다. 또 다른 사외이사 후보인 양 변호사는 미국 포드자동차 엔지니어를 거쳐 삼성물산·삼성증권 법무실장으로 활약한 기업 법무 전문가다. 가장 최근까지 법무법인 바른의 공정거래팀 파트너로 일했다. 1990년대 중반에는 대우그룹 회장실 특별보좌관을 지낸 경험이 있다. 두 사람은 재무·회계·법률 등과 관련한 경영 전반에 자문 역할을 하게 된다.

◇‘건설은 나중에’···삼성물산, ‘투명 경영·주주 친화’ 초점

20일 주총을 여는 삼성물산은 사외이사 5명 중에 3명을 교체한다. 다만 현대건설·대우건설과 달리 사외이사 후보군에 건설 전문가가 아닌 기업 내부 관리 전문가들이 주를 이룬다는 점이 특징이다. 20일 주총을 여는 삼성물산은 여성·재무 전문가 제니스 리 김앤장법률사무소 고문, 고용·노동정책 전문가 정병석 한양대 경제학부 특임교수. 공정거래·기업지배구조 전문가 이상승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등 3명을 사외이사로 새로 선임하는 주총 안건을 올렸다.

삼성물산은 사외이사를 새롭게 선임한 후 이사회 중심의 투명 경영과 주주 친화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정 특임교수는 참여정부 시절 고용노동부 차관을 역임했다. 이 교수는 서울대 경제학과 82학번으로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의 1년 후배이자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과 동기다.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가 퀄컴과 1조원대 과징금 소송에 증인으로 참여해 공정위 승리에 크게 기여한 인물이다. 제니스 리 고문은 중장비업계 최초 여성 임원, 국내 통신업계 첫 여성 CFO라는 타이틀에서 알 수 있듯 전문성과 실무 능력을 두루 갖췄다는 평을 듣는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국내외 건설 경기의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으면서 새로운 먹거리 및 내실 경영과 관련된 내용이 주총의 주요 안건으로 오를 예정이다”며 “이에 따라 관료 출신보다는 실무 경험이 많은 전문가들이 건설사들의 선택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새로운 이사진은 주요 사업 안건 검토는 물론 미래 경쟁력을 키우는 데 일조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아울러 건설사들은 외부 수혈을 통해 그동안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공정거래 이슈에도 대비하는 모습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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