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전문가 “이자하락에 따른 레버리지 커진다 해석 아닌 경제위기 방어기전으로 봐야”
코로나19가 종식시기가 관건···장기화 땐 구매시장 위축·거래시장 하방압력 커질 듯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한 아파트 단지 / 사진=연합뉴스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한 아파트 단지 / 사진=연합뉴스

국내 부동산 시장에 짙은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강남권 주택시장의 바로미터라 불리는 서울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아파트 전용 84㎡는 지난달 중순 19억5000만 원에 실거래됐던 게 불과 2주 뒤인 이달 초 3억5000만 원이 하락한 16억 원에 손바뀜이 일어났다. 증여 등 특수관계자 간 거래가 아니라 일반적인 거래였다는 점에서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업계에서는 집값 본격 하락장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경제가 흔들리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15일(현지시간) 코로나19 여파에 대응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기존 1.00%~1.25%에서 0.00%~0.25%로 1%포인트 인하하며 제로금리 수준으로 전격 인하했다. 연준은 앞서 지난 3일 기준금리를 기존 1.50%~1.75%에서 1.00%~1.25%로 0.5%포인트 내린 바 있다. 이달 들어서만 금리를 전격 두 번이나 내렸고 인하의 폭도 상당히 크다. 영국 역시 금리를 0.5%P 내렸고, 일본은행도 금융정책결정회의 일정까지 앞당겨 열며 추가완화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한국은행 역시 금리를 0.5%P 내리며 사상 처음으로 0%대 금리에 도달할 것이 예상된다.

통상 금리인하는 부동산 시장에 온기를 불어넣어주는 호재로 작용해왔다. 그러나 금리인하의 원인 자체가 무엇인지에 주목해보면 이번에는 사정이 다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적 쇼크에 대비하기 위한 방어적 차원의 강력한 저금리 단행이기 때문이다. 세계 경기 전반이 안 좋은데 부동산 시장만 호황을 누리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함영진 직방 랩장은 “단순히 금리가 떨어져서 이자부담이 줄고 레버리지가 커진다고 해석해선 안 된다”며 “부동산을 구매하려던 수요자들의 심리적 위축에 따른 구매력 하락, 거래시장 하방압력은 있을 수밖에 없다. 부동산 시장의 거래가격과 거래량 하락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 역시 “금리가 낮아지면 부동산 시장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했지만 이번엔 아니다”라고 밝혔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연구실장도 “금리인하는 수요를 늘릴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하지만 금리가 낮아지는 건 경제가 안 좋다는 방증이다. 경제의 한 사이클을 차지하는 부동산만 따로 움직일 수 없다. 게다가 부동산 시장은 정부의 대출규제로 촘촘히 싸여있어서 이전과 달리 수요를 봉쇄시키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도 “금리인하가 지금 당장 시장에 영향을 줄 수는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드러냈다.

그럼 부동산 시장에 한 두 건의 급매물 거래가 아닌 시장 전반의 직접적 충격파로 다가올 시점은 언제가 될까. 전문가들은 시기를 예측할 순 없지만 코로나19와 흐름을 같이할 것이라고 말한다. 권 교수는 “코로나19가 금방 끝난다면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여파는 크지 않겠지만 개인적으로 그럴 것 같지 않다”라며 “종식시기가 6월 이후로 넘어가면 지역을 넘어 국가로, 세계 구조적 침체로 갈 것으로 본다. 자영업자가 무너지고 현금유동성이 떨어지는 기업이 무너진다. 여기에 뒤따라오는 게 주택이나 기업용 부동산을 파는 것이다. 이미 저금리였던 데다 유동자금이 많아서 외환위기와 같은 수준까진 아니겠지만 고가아파트 위주로 가격 조정은 이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부동산 시장 침체가 실제 진행된다면 그 정도는 상당히 오래, 깊게 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부동산 구매심리의 특성상 부동산시장이 호황기일 땐 매수자들의 마음이 급하니 단기간에 거래가 늘며 가격이 오르지만 침체기에는 언제 집값이 오를지 요원하니 침체가 장기화된다는 분석이다. 권 교수는 “결국 부동산 시장은 두 갈래로 나누어 봐야 한다. 코로나 사태가 큰 변수로 작용하며, 이것이 언제 종식되는지가 부동산 시장의 영향을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시장 전반적 상황은 어둡지만 코로나19가 정점을 찍고 하락세를 보이는 시점부터는 국소적으로 수요가 몰리는 뜨거운 분양시장에 자금이 몰릴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김덕례 연구실장은 “시장 전반이 침체를 겪지만 유동성은 어디론가 흘러야 한다. 이런 이유에서 인기가 높은 지역의 청약시장에는 수요가 몰릴 수는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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