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들 “소비자 설득시킬 수 있는 상품성 갖춰야”

국내 업사이클링 스타트업 대표들은 친환경 제품이라도 관건은 결국 상품성이라고 지적했다./ 사진=셔터스톡
국내 업사이클링 스타트업 대표들은 친환경 제품이라도 관건은 결국 상품성이라고 지적했다. / 사진=셔터스톡

# 허아무개(26‧여)씨는 2년 전 ‘프라이탁(Freitag)’에서 가방을 구매했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디자인이라는 문구와 낡은 트럭 방수포로 가방을 만들었다는 점이 호기심을 자극했다. 프라이탁은 1993년 등장한 업사이클링(up-cycling) 브랜드다. 

최근 길거리에서 강렬한 원색에 낡고 투박한 모양새를 한 가방을 메고 다니는 젊은이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스위스 업사이클링 브랜드인 프라이탁 가방이다. 가격이 싸지도 않고 폐기물을 재활용해서 만드는데도 두터운 팬층을 보유하고 있다. 

업사이클링(up-cycling)은 재활용품에 디자인과 활용성을 더해 새로운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을 말한다. 유럽‧북미 지역에서는 자원을 새롭게 활용하는 방안으로 일찍 주목을 받아왔다.

국내도 친환경이 트렌드가 되면서 업사이클링 인기가 높아졌다. 글로벌 환경 기업인 테라사이클이 2017년 가능성을 보고 국내에 진출했고, 스페인 업사이클링 브랜드 누깍도 국내에서 단골 고객층을 확보하며 국내 유통‧판매하고 있다.  

김아무개(29‧남)씨는 “대학생 시절 매일같이 업사이클링 브랜드 ‘얼킨’ 가방을 멨다. 직장인이 되면서 더는 찾지 않게 됐지만, 여전히 각별히 여기는 가방”이라며 “버려지는 회화작품을 패션 소품으로 제작하는 점에서 특별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업사이클링 제품을 제조‧판매하는 국내 스타트업 대표들은 친환경 제품이라도 관건은 결국 상품성이라고 입을 모았다. 기업이 주력하는 메시지를 소비자에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상품성과 홍보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바다와 고래를 살리는 업사이클링 ‘우시산’은 스토리에 주력한다. 플라스틱을 먹고 죽는 고래를 보호한다는 취지로 폐플라스틱을 활용해 고래 인형과 에코백을 제작하고 있다. 지난해 네 차례에 걸쳐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하면서 제품을 알렸다. 

변의현 우시산 대표는 “업사이클링은 B2C(기업과 소비자간 거래) 영역으로 한정된 만큼, 소비자에게 알려지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며 “대부분이 환경을 보호하는 취지에 동감하지만 결정적으로 마음을 건드리는 스토리가 없으면 구매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폐자동차 시트 가죽과 에어백으로 패션용품을 만드는 ‘모어댄’은 지난해 연매출 30억원을 돌파했다. 방탄소년단의 RM, 최태원 SK회장 등을 통해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진 덕을 톡톡히 봤다. 현재 모어댄은 파주에 업사이클링 과정을 볼 수 있는 오픈 팩토리 오픈을 앞두고 있다. 

최이현 모어댄 대표는 “환경을 위한 제품을 만드는데 어떤 소재를 사용해서 만드는지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도 매우 중요하다”며 “시민과 소비자와 공유해 모어댄의 환경에 대한 철학과 실천과정을 공유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 업사이클링 시장 규모는 아직 작다. 쓸모없는 각종 자원을 수거하고 공정을 거쳐 재가공하기까지는 많은 비용과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대다수 기업은 서울새활용플라자 등을 비롯한 각종 지자체 업사이클링 센터에 입주해 이런 문제를 해결한다. 

한국업사이클링디자인협회 관계자는 “국내 업사이클링 기업이 100여개 정도로 추정된다고는 하지만 아직 집계해본 적이 없어 정확한 업계 현황은 파악이 안 된다”며 “국내 업사이클링 시장은 이제 태동기지만 몇 업체는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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