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확산·유가 폭락 ‘겹악재’···해외 사업 지연·취소 가능성 커져
국내 주택 공급, 분양가 상한제 등 정부 규제로 난관 예상
주가도 역대 최저치 기록···김형 대우건설 사장 어깨 무거워질 듯

‘코로나·저유가’ 여파로 대우건설의 국내·외 사업이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매각에 앞서 ‘기업가치 제고’에 나선 김형 대우건설 사장의 어깨도 무거워지고 있는 형국이다.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대우건설의 매각 계획이 ‘난기류’에 봉착한 모습이다. 기업가치를 올리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는 상황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이어 국제유가 급락 사태까지 맞닥뜨렸기 때문이다. 예상치 못한 ‘겹악재’로 대우건설의 국내외 사업 일정들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에 따라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투입된 김형 대우건설 사장의 셈법이 더욱 복잡해질 전망이다.

◇입국 제한 조치로 베트남 등 해외 사업 차질···국제유가 폭락도 변수

1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이 추진 중인 ‘베트남 스타레이크시티 복합개발사업’은 코로나19 여파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베트남 정부가 한국인 입국을 제한하면서 지난달 말 예정됐던 현장실사 일정이 갑작스럽게 취소됐기 때문이다.

스타레이크시티 복합개발사업은 대우건설의 리츠자산관리회사(AMC) ‘투게더자산운용’의 첫 사업장이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신성장 동력’의 하나로 투게더자산운용을 설립해 리츠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리츠를 조성해 베트남 대형 부동산 개발 사업에 직접 투자하고 개발해 기존의 시공 이익 외 개발 이익, 임대 이익, 처분 이익 등 사업 수익원 다각화를 꾀한다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베트남의 입국 제한 조치가 풀릴 때까지 전체 사업 일정은 지연될 가능성이 커졌다.

베트남 외에도 많은 나라가 한국인 입국을 제한하면서 해외 현장의 인력 교대나 투입도 차질을 빚고 있다. 실제로 휴가 차 귀국했던 대우건설 직원 20여명은 현장인 이라크, 쿠웨이트, 인도, 인도네시아 등에 투입되지 못하고 본사에서 근무를 하고 있다. 현지 주재 직원들의 복귀가 늦어질 경우 신규·기존 발주 처리에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만큼 대우건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주요 산유국 간 갈등으로 촉발된 국제유가 폭락도 대우건설의 해외수주 실적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인이다. 국제유가는 뉴욕상업거래소(WTI)의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12일(현지 시각) 전날보다 배럴당 4.5% 떨어진 31.50달러에 거래됐다. 지난해 12월 말 63달러에 거래된 점을 감안하면 3개월 새 절반이나 떨어진 셈이다. 국제유가가 떨어지면 유가 하락으로 재정 압박을 받은 중동 국가들이 발주 일정을 취소하거나 연기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송유림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원유가격이 20~30달러까지 내려가게 되면 산유국들의 재정 악화, 발주처의 경영 상황 악화, 프로젝트의 수익성 하락 등으로 신규 프로젝트 발주가 취소·지연될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아울러 기존 공사 진행이나 공사비 수령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분양가 상한제 여파로 국내 주택 공급 일정 불투명

국내 상황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신규 주택 공급 일정이 미뤄지고 있어서다. 시공을 맡은 대전 ‘계룡푸르지오더퍼스트’(833가구)는 지난달 공급이 예정됐지만 일정이 5월로 연기했다. 앞서 대우건설은 올해 신규 주택 공급 계획을 3만4000가구로 제시하며 대형 건설사 가운데서도 공격적 목표를 세웠다. 전체 매출의 60%가량을 주택 사업에서 올리고 있는 만큼 공급 계획을 늘려 실적을 올리겠다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와 분양가 상한제 등 정부의 규제로 인해 분양 일정은 차질을 빚게 됐다.

공급 물량 감소는 실적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대우건설의 셈법도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대우건설은 2018년 분양가 산정에 대한 이견 등으로 일부 사업장에서 분양과 착공이 지연되면서 또다시 매출이 감소하는 불운을 겪었다. 그 결과는 매출·영업이익 동반 감소로 이어졌다. 김열매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사태가 2분기까지 장기화한다면 대우건설을 포함한 주요 건설사의 올해 주택 공급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다”고 내다봤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2년 안에 대우건설의 기업가치를 올려 재매각 추진 의사를 밝혔다. 매각이 순항하기 위해서는 올해 사업 흐름이 가장 중요한 셈이다. 하지만 국내외 악재로 대우건설의 기업가치는 점점 떨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대우건설의 주가는 전날 3520원에 마감되며 역대 최저치를 찍었다. 이에 따라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투입된 김형 대우건설의 어깨도 더욱 무거워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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