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상권 상인들 "다른 유통업체보다 가격 비싸고 온라인 접근성 떨어져"···서울시 “유통 채널 확장 등 개선 나설 것”

지난 12일 서울시 내 골목 슈퍼 상인들을 만나 중소유통물류센터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 사진=임지희 기자
지난 12일 서울시 내 골목 슈퍼 상인들을 만나 중소유통물류센터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 사진=임지희 기자

서울 시내에 유일했던 중소유통물류센터가 존폐 위기에 몰렸다. 지난 2013년 개소 이후 꾸준히 영업적자가 쌓인 탓이다. 골목 슈퍼 상인들은 서울 중소유통물류센터의 위기에 대해 이미 예상했던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기자는 지난 12일 서울 금천구 골목 슈퍼에서 영업 중인 상인을 만났다. 상인에게 중소유통물류센터 거래 경험을 묻자 “몇 년 전에도 어떤 기자가 같은 질문 하러 왔었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변한 건 하나도 없다”고 털어놓았다.

서울시는 지난 2013년 국비 42억원을 들여 서초구 양재동에 중소유통물류센터를 설립했다. 골목 슈퍼 유통단계를 줄이고 저렴한 가격으로 상품을 공급해 가격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현장 상인들은 애초 취지에 맞지 않는 운영에 불만을 제기하며 거래를 꺼려하는 상황이다.

상인은 “가격에 특히 더 민감한 골목 슈퍼의 고민을 덜어준다고 중소유통물류센터가 생겼다지만, 되레 다른 업체보다 물품 가격이 비싸니 누가 거래하겠나”라며 “나도 직접 물류를 하고 있지만 중소유통물류센터의 경우 교환도 원활하지 않고 운영에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곳 슈퍼는 중소유통물류센터와 한번 거래한 이후 현재는 다른 업체와 거래 중이다.

인근에 있는 골목 슈퍼도 상황은 같았다. 한 상인은 “골목 슈퍼는 대량 구매에 부담이 따르는데 중소유통물류센터의 경우 일정 금액 이상 사야 낱개 구매가 가능하고 가격 측면에서도 장점이 없어 거래처를 옮겼다”며 “가격뿐만 아니라 여타 운영 면에서도 골목 상인들의 여건에 맞지 않은 점이 많으니까 이용률이 낮을 수밖에 없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상황이 이런 탓에 중소유통물류센터는 6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조원진 자유공화당 의원이 지난해 10월 중소벤처기업부 국정감사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 중소유통물류센터는 개소 이후 전국 41개 물류센터 중 유일하게 6년 연속 적자를 보였다. 센터는 매년 당기순손실을 기록해 총 31억9600만원의 누적 적자를 냈다.

한편 서울시는 중소유통물류센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온라인 유통 채널을 확장하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이에 대해 현장 상인들은 이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 방안이 아니라고 지적하고 있다. 서울 관악구 골목 슈퍼 상인은 “골목 슈퍼 상인들은 나이 드신 분이 대다수여서 상품을 주문하면 바로 결제하는 시스템조차 잘 이해하지 못해 애를 먹는 경우가 태반이다”며 “온라인 채널 확대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줄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지난 11일 유통 전문 기관에 중소유통물류센터에 대한 ‘운영 활성화 타당성 조사’ 용역을 맡긴 상태다. 시는 2개월 후 조사 결과를 토대로 중소유통물류센터 이전 대책을 수립할 계획이다. 2022년부터 서울의 현 중소유통물류센터 자리에는 양재 R&D 캠퍼스가 들어설 예정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올해부터 온라인 유통 채널 확장을 위해 물류센터 구매 전용 카드를 만들어 상인들의 수수료 부담을 줄이는 방안을 마련 중”이라며 “거래 대상 또한 골목 슈퍼에서 음식점 및 전통시장 소상공인으로 확장하고 지역마다 물류 거점 가게를 선정해 배송 시스템의 효율을 높일 계획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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