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경영활동 위축·위험자산 회피 선호···한계기업 자금 조달 어려움 가중 전망
“국내 유동성 풍부하다는 측면에서는 과도한 우려”라는 주장도 나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상장사들의 경영활동이 위축되고 있는 가운데 신용경색 가능성이 국내 증시의 리스크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영업 부진과 재무구조 악화에 따라 신용등급 강등 사례가 다수 나올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한계기업의 경우 자금 조달 시장의 냉각으로 차환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의 발생으로 국내 기업활동이 위축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국내 기업들의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수출 기업에 대한 우려가 높아진 상태다. 글로벌 교역이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해외 곳곳에서 한국인 입국 제한 조치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 글로벌(S&P Global Ratings)은 지난 12일 ‘코로나19, 긴장된 한국 기업에 위험을 더하다’는 보고서를 통해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기업들이 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으로 상당한 충격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S&P는 코로나19로 인해  한국 기업 중 23%가 현재 부정적 등급 전망으로 신용등급이 떨어질 가능성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국내 기업의 무더기 신용등급 강등은 증시에 충격을 줄 수 있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신용등급이 내려갈 경우 자금 조달 비용이 증가하고 일부 기업의 경우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그중에서도 투기등급에 속하게 된 상장사의 경우 상황이 더욱 좋지 않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글로벌 시장의 투기등급 디폴트 비율 전망치를 기존 3.4%에서 3.6%로 높였는데, 최악의 경우 9.7%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계기업의 경우엔 상황이 더욱 나쁘다. 한계기업의 경우 주로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데, 이미 발행된 CB와 BW에서 풋옵션(매수청구권) 행사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 CB와 BW 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최근 주가 하락으로 주식 전환을 통한 차익 실현이 쉽지 않아진 데다 경기 악화에 따라 해당 자산 보유에 따른 리스크가 커진 상태다. 

풋옵션이 나오거나 만기가 도래할 경우 해당 한계기업의 차환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극대화된 상태에서 재무구조가 부실한 기업에 투자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특히 코스닥벤처펀드가 오는 4월로 출범 2년을 맞이하는데, 대부분 풋옵션 행사가 가능하다. 만일 풋옵션이 줄줄이 나올 경우 증시에 충격을 줄 수 있다”라고 밝혔다.

다만 아직 국내에 유동성이 풍부하다는 점에서 자금 경색 우려는 과도하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S&P글로벌은 국내 신용평가 대상 기업에 대해 “한국에서 유동성이 풍부하고 많은 기업들이 은행과 안정적 관계를 맺고 있음을 고려할 때 대다수 기업이 차환용 자금 조달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계기업의 자금 조달과 관련해서도 수익률을 극대화하려는 투자 수요가 있다는 측면에서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란 주장도 존재한다. 최근 주가 하락에 따라 CB와 BW의 주식전환가가 낮아진 상태인데, 투자자들은 빠르게 풋옵션을 행사하기보다는 조금 더 기다렸다가 주가 상승시 차익을 얻는 전략을 선택할 수 있다. 한계기업이 차환이나 CB와 BW 신규 발행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매수자는 이전보다 유리하게 투자에 나설 수 있어 수요가 발생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인해 상장사들의 경영 활동이 위축되고 있는 가운데 신용경색 가능성이 국내 증시의 리스크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 그래픽=셔터스톡.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인해 상장사들의 경영 활동이 위축되고 있는 가운데 신용경색 가능성이 국내 증시의 리스크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 그래픽=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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