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임대료’ 탓 롯데, 현대, 신세계 도전 망설여···정부 임대료 인하 대상은 ‘중소기업’ 한정
DF2·DF6 두 구역 재입찰 곧 공고···대기업 면세점 “공고 확인 후 결정”

지난 4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면세구역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지난 4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면세구역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T1) DF2·DF6 두 구역에 대한 재입찰 공고가 곧 뜰 예정이다. 가장 많은 매출을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DF2 사업장에 1차 공고 당시 대기업 면세점이 모두 입찰에 참여하지 않아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DF2·DF6 구역을 둘러싸고 면세점 사이에 치열한 눈치싸움이 예고된다.

13일 면세업계에 따르면 인천공항 제1터미널 면세점 입찰에서 DF3·DF4(주류·담배), DF7 구역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신라·롯데·현대백화점이 각각 선정됐다. 중소·중견기업 사업권 3곳 중 DF8 사업권은 그랜드관광호텔, DF9 사업권은 시티플러스, DF10 사업권은 엔타스듀티프리가 각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입찰이 없었던 DF2(향수·화장품) 사업권과 입찰 수가 부족했던 DF6(패션·기타) 등 유찰됐던 2개 사업권에 대해 재공고를 낼 계획이다. DF2는 연간 1000억원이 넘는 높은 임대료에 모든 업체가 참여하지 않았고, DF6는 현대백화점면세점만 입찰에 참여해 경쟁 미성립으로 유찰됐다.

인천공항 T1 서측에 위치한 DF2는 향수와 화장품을 판매하는 곳으로, 인천공항 면세구역 중 가장 매출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지난해 T1 면세점 품목별 매출 비중을 보면 향수·화장품 매출 점유율은 38%로 주류·담배(28%), 패션·잡화(22%)보다 높다.

다만 면세업계 내부에선 롯데·신라·신세계·현대 등 대기업 면세점이 DF2에 입찰 도전을 하지 않았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특히 DF2에서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는 신라면세점이 이번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점도 이목을 집중시켰다.

업계가 입찰 도전에 망설이는 배경에는 ‘높은 임대료’가 있다. 면세점 업계는 인천공항공사 측에 지속적으로 임대료 인하를 제기해 왔다. 코로나19로 인천공항 방문객이 줄어들면서 매출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높은 최소보장금 때문에 이익보다 임대료가 더 높은 상황이 발생한 이유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올 1월 국내 면세점 매출액은 2조247억원으로 지난해 12월 2조2847억원보다 11.3% 줄어들었다. 업계에선 1월,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절에 시작된 코로나19 사태로 ‘면세점 큰손’으로 불렸던 중국 보따리상(代工·대리구매상)이 줄어든 것과 맞물려 매출 감소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2월에는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돼 매출이 더 줄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면세점 사업자들은 대부분 “임대료 조정 없이는 재입찰에도 쉽게 도전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그럼에도 인천공항공사 측은 임대료 문제는 중소기업에 한정된 것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지난달 27일 정부가 ‘코로나19 파급 영향 최소화와 조기 극복을 위한 민생·경제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인천공항공사 등 임대시설을 운영하는 공공기관 103곳에 입점한 업체에 임대료를 6개월간 25~30% 인하하겠다고 했지만, 인천공항공사 측은 노력해보겠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고수하고 있다.

우선 높은 임대료로 고전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업계는 DF2 입찰에 가장 적극적인 업체로 롯데면세점을 꼽았다. 이번 DF4(주류·단배) 사업권을 가져간 롯데면세점은 T1 사업장이 1개뿐이고, T2에서 운영 중인 사업장 역시 주류·담배 매장이기 때문이다. 점유율 확장을 노리는 롯데 입장에선 추가 입찰이 절실할 수 있다.

신세계면세점은 선택지가 별로 없는 상황이다. DF2의 경우 높은 임대료 탓에 입찰에 참여할 가능성이 낮고, DF6 역시 녹록지 않다. 신세계면세점은 “이들 구역이 재공고되면 참여를 다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DF6의 첫 해 임대료는 441억원으로, 4차 연도부터 해당 금액에 112억원 이상의 임대료가 더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이러한 임대료를 적지 않은 금액으로 보고 있어 섣불리 도전하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선 현대백화점면세점이 DF2 사업권까지 노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DF7을 차지하며 인천공항에 입성한 현대백화점이 DF2까지 가져갈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재무 부담은 한계로 남았다. DF7의 경우 패션잡화 사업장으로 계열사인 한섬과 호실적을 낼 수 있지만, 향수·화장품 사업은 롯데·신라 등에 비해 역량에서 밀릴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백화점면세점 관계자는 “우선 재입찰 공고된 것을 검토해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우션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업체들은 관세청에서 특허심사 승인을 받아 오는 9월부터 면세점을 운영할 계획이다. 확정된 운영 사업자는 5년간 면세점 사업을 벌이고, 평가 기준을 만족하면 추가로 5년을 더해 최대 10년까지 매장을 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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