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호응·美설득 관건···정부는 '난색'

2019년 8월 14일 경기도 파주시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 도라전망대에서 바라본 개성공단 일대의 모습. / 사진=연합뉴스
2019년 8월 14일 경기도 파주시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 도라전망대에서 바라본 개성공단 일대의 모습. /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과 국내 확산에 대응하기 위한 방법으로 개성공단에서 마스크를 만들자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미국의 입장을 고려하면서 난색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대북 제재 면제 조치 추진 자체가 의미가 크다고 주장했다.

지난 12일 개성공단 기업인들과 더불어민주당, 정의당에서는 코로나19에 따른 마스크와 방호복 부족 상황을 대응하기 위해 개성공단을 활용하자고 제안했다. 국민청원에서도 수 만명의 국민들이 개성공단에서의 마스크 생산을 동의했다.

이에 통일부 관계자는 현실적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가 난색을 표한 부분은 실질적인 마스크 생산량 의문, 북한의 호응 문제, 대북제재 등이다. 그러나 개성공단 관계자들은 월 1000만장 가까이 마스크 생산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13일 김서진 개성공단기업협회 상무는 <시사저널e>에 “공단에서 3만명 가량의 노동자들이 하루 300장 정도의 면마스크 생산이 가능하다. 이 면마스크에 필터를 넣어 사용하는 방식이다”며 “정세균 국무총리가 마스크 필터의 부족을 얘기했다. 그러나 필터 수준을 꼭 KF94에 맞출게 아니라 조금 낮춰서 대응하는 방식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 상무는 “개성공단이 재개돼 전기만 들어오면 2주 안에 마스크 생산이 가능하다”고 했다. 관건은 대북제재와 북한의 호응 여부다. 개성공단 중단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일방적 구두 지시로 결정 된 사안이기에 정부가 다시 원상복구 시킬 수 있다. 그러나 미국 주도의 국제 사회 제재가 걸려있다.

유엔 안보리가 2017년 9월 합의한 대북제재 결의안 2375호는 북한과의 합작 사업을 금지하고 있고 개성공단 생산품목인 섬유제품의 수출을 금지하고 있다. 개성공단 내 마스크 생산과 수출이 여기에 걸릴 수 있다.

이에 김 상무는 “코로나19의 세계적 유행, 팬데믹으로 마스크와 방호복은 전세계적으로 필요하다. 이는 미국도 유럽도 마찬가지다”며 “그러나 미국과 유럽의 마스크 생산 시설은 충분하지 않다. 전세계적으로 코로나19 대응이 필요한 상황임을 감안해 개성공단에서 마스크를 생산해 한국과 해외로 공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부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유엔과 미국이 개성공단에서의 마스크 생산에 대해 대북제재 면제 조치를 하도록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장렬 전 국방대 교수(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위원)는 “개성공단에서 마스크 생산은 코로나19 대응과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해 필요하다”며 “특히 전세계적 코로나19 대유행 상황에서 보건과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추진해야한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마스크 생산의 경우 대북 제재의 목적인 핵과 미사일 확산 방지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이를 실행하는 데는 한국 정부의 의지가 중요하다. 북한과 미국을 설득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가 개성공단에서 마스크를 생산해 코로나19에 대응하겠다는 선언 자체가 의미가 크다. 이는 대북 제재완화에 나서겠다고 북한과 미국에 보내는 신호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앞서 개성공단 재개의 걸림돌로 언급한 유엔 안보리 결의안 2375호에는 인도주의적 지원, 한반도 평화를 위해 대북 제재 조치의 일부 면제가 가능하다고 돼있다. 결의안 2375호의 26항은 ‘유엔의 대북제재가 북한 주민에 대한 인도주의적 조처에 역행하거나 제재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경제활동, 상호협력, 식량 원조, 인도주의적 지원, 원조 또는 구호활동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거나 중단되지 않도록 해야 하며, 필요할 경우 제재 조치 일부를 면제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28항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6자 회담의 재개와 2005년 9.19합의를 지지한다’는 내용이며, 29항은 ‘한반도, 동북아의 평화와 안전은 매우 중요하며 상황의 평화적이고 외교적, 정치적 해결을 지지한다’고 돼 있다. 이는 유엔 안보리가 2017년 12월 결의한 대북제재 2397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 결의안은 인도주의적 목적과 민생에 관한 것은 예외로 뒀다. 이 부분에 관한 교류 협력은 가능하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관건은 북한의 호응 여부다. 여기에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들이 나온다. 우선 개성공단에서 남북 관계자들이 모여 일하게 될 경우 코로나19 확산을 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만의 필요에 따라 개성공단을 여는 것이 아니라 북한과의 상호 논의가 중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김광수 ‘평화통일센터 하나’ 이사장은 “개성공단에서의 마스크 생산은 한국의 필요에 의한 것이다. 이에 대한 북한의 입장도 고려해야 한다”며 “개성공단의 전면적 제재를 풀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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