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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마스크 앱보고 약국 갔더니 남은 건 '유아용'
  • 김용수 인턴기자(yong0131@sisajournal-e.com)
  • 승인 2020.03.13 10: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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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사이즈별 재고 확인 불가능해 소비자 불편
약사 “마스크 재고 등록 프로그램 한계” 지적

“오늘은 대형이 조금 들어와서 소형밖에 없어요.”

“우리도 어떤 사이즈가 얼마나 들어오는지 몰라요. 받아봐야 알 수 있어요.”

지난 12일 오전 9시 서울 강서구 화곡동 A약국 약사는 ’대형‘ 마스크 품절 여부를 묻는 기자에게 이같이 답했다. 마스크 재고 확인 앱이 ’보통‘ 단계를 알리고 있음에도 해당 약국에선 대형 사이즈는 구할 수 없었다.

약사는 재입고 시간을 묻는 기자에게 “지금 소형 마스크는 어제 입고된 마스크가 남은 것”이라며 “오늘은 2시쯤 들어올 것 같다”고 말했다. 기자 뒤로 약 20명의 시민들이 줄 서 있었지만 누구도 ’대형‘ 사이즈 재고가 없다는 사실은 알지 못했다. 앱으로는 사이즈별 재고를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12일 오전 마스크가 입고 된 약국 앞엔 긴 줄이 늘어서 있다. / 사진 = 김용수 인턴기자
12일 오전 마스크가 입고 된 약국 앞엔 긴 줄이 늘어서 있다. / 사진=김용수 인턴기자

전날 오전 8시 공적마스크를 판매하는 약국의 위치와 판매 수량 등을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앱 서비스가 시작됐다. 굿닥, 똑닥, 웨어마스크 등 개발사들은 개방된 데이터를 활용해 마스크 재고 현황 정보를 색깔과 함께 4단계로 나누어 제공한다. 약국별 마스크 보유 현황은 '재고 없음(회색·0~1개)', '부족(빨간색·30개 미만)', '보통(노란색·100개 미만)', '충분(녹색·100개 이상)' 등으로 표시된다.

그러나 일부 소비자들은 해당 앱을 통해 마스크의 사이즈별 재고 확인이 불가능하다며 불편을 토로했다. 약사들도 불편하긴 마찬가지였다. 약국 마스크 재고 관리 프로그램은 수량만 입력할 수 있을 뿐 사이즈를 입력할 순 없었다. 정부는 베타테스트를 끝내고 관련 평가를 반영해 프로그램을 개선해나갈 방침이다.

실제 기자가 만난 소비자들은 사이즈별 재고 확인이 불가능한 것에 불만섞인 목소리를 냈다.

이날 오후 약국 앞에서 만난 김아무개씨는 "줄은 서 있는데 이게 유아용인지 성인용인지 모른다. 일단 주민등록상 9라서 목요일이 구매 가능한 날이라 서 있다"면서 "앱을 보면 유아용 제품인지 나오느냐"며 반문하기도 했다.

편의점에서 중형 마스크를 구매했다는 이아무개씨는 “오늘 아침에 마스크를 두고 나왔다. 머리가 큰 편이라 불편이 예상됐지만 요즘 마스크를 안 쓰면 갈 수 있는 곳이 없어서 급한대로 샀다”며 “한 시간 정도는 괜찮았는데 귀가 너무 아파 마스크 재고 앱으로 인근 약국을 찾아봤다. 근데 전체 마스크 재고만 나올 뿐 사이즈별 수량 확인이 어려워 아쉬웠다”고 말했다.

12일 오후 마스크 재고 앱을 통해 수량을 확인한 사람들이 약국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 사진 = 시사저널e
12일 오후 마스크 재고 앱을 통해 수량을 확인한 사람들이 약국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 사진=강수지 PD

이 같은 불만에 대해 약사들은 마스크 재고 등록 시스템의 한계를 토로했다. 약사들은 마스크가 입고되면 ‘Pharm IT 3000’ 프로그램을 통해 재고 수량을 등록한다. 그러나 해당 프로그램엔 마스크 수량만 입력할 수 있을 뿐 사이즈별 수량을 입력할 수 없다. 약사들이 소비자들에게 마스크 사이즈 정보까지 제공할 수 없는 이유다.

B약국의 약사는 “사이즈별로 매일 입고되는 수량이 다르다. 소형이 안 들어 오는 날도, 소형만 많이 들어오는 날도 있다. 앱에는 (재고) 있다고 나오는데 본인이 필요한 사이즈가 왜 없냐고 하는 분도 있어 당혹스럽다”며 “오늘도 필요한 사이즈를 구하지 못해 발길 돌리는 방문객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일부 약사들은 수요가 적은 소형 마스크는 아예 입고 시스템에 등록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비치기도 했다.

맞은 편 C약국 약사도 “오늘 아침에도 사이즈 문제로 발길 돌린 손님이 몇 분 있었다. 우리도 받는 매일 받는 (사이즈별) 수량이 달라서 소형을 필요로 하는 고객분들에게 정확하게 말씀드리지 못하고 있다”며 “이렇다 보니 누구나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다. 저희도 손님도 속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시스템상으로 사이즈별 재고 확인 안 된다. 지금 약국에 정신없이 마스크 들이다 보니까 사이즈별로 구분 가능한 체계가 안 잡혀 있다”며 “소형 마스크의 경우는 입고 등록 하지 말라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고 현행 시스템의 문제를 꼬집었다.

정부는 베타서비스 종료 후 시스템을 개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선 아직 결정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정보화진흥원 관계자는 “해당 문제 논의 진행 중이다. 베타서비스 이후 개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반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관계자는 “기획재정부에서 지침 전달 받은 것만 시행하고 있다”며 “아직 구체적으로 진행 중인 사항은 없다”고 전했다.

김용수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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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ng0131@sisajournal-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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