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개인화’, SK텔레콤 ‘시너지’, LG유플러스 ‘콘텐츠’

이미지=이다인 디자이너
이미지=이다인 디자이너

유료방송 시장에서 KT 독주가 막을 내리고 올해부터 본격적인 삼국지 시대가 열릴 전망이다. 케이블TV M&A(인수합병)를 통해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KT를 바짝 뒤쫓기 시작했다. 3사 모두 자신만의 전략을 통해 점유율 지키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유료방송 시장은 1강(KT) 5중(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CJ헬로비전, 티브로드, 딜라이브) 구도를 형성해 왔다. 그러나 LG유플러스가 CJ헬로비전을 인수해 LG헬로비전이 출범했고 SK브로드밴드가 티브로드와 합병하면서 유료방송 시장은 3강 구도로 재편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조사한 지난해 상반기 유료방송시장 점유율 조사에 따르면 시장 1위는 점유율 31.31%를 확보한 KT다. 이는 계열사 KT스카이라이프 점유율을 합산한 수치다. 그 뒤를 LG헬로비전(구 CJ헬로비전)이 당시 LG유플러스와 CJ헬로 가입자 점유율을 합산한 수치로 24.72%를 차지해 2위를 기록, SK텔레콤은 티브로드를 인수하면서 24.03%로 3위가 됐다. 

위기를 느낀 KT도 케이블TV 업계 3위 업체인 딜라이브 인수를 추진했으나, 합산규제에 묶여 딜라이브 인수에 실패했다. 합산규제란 유료방송 가입자 수의 3분의1(33%) 이상을 확보할 수 없는 법안이다.

유료방송 시장이 통신사 위주의 3강 구도로 재편되면서 통신 3사는 치열한 경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각기 다른 3사3색 전략으로 유료방송 시장에서 승자가 되겠단 포부다.

먼저 오랜시간 1위 자리를 지켜왔던 KT는 현실적으로 추가 가입자를 늘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대신 점유율 지키기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이에 KT가 내놓은 해답은 ‘개인화’다. 1인 가구 증가와 개인화된 미디어 소비 등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 맞춰 개인화 서비스를 제공해 성장을 이어가겠다는 게 KT의 복안이다.

KT는 이와 관련해 개인화 IPTV 서비스 3가지를 제시했다. 독립형 VR HMD에 IPTV 서비스를 넣은 ‘슈퍼VR tv’, 초소형 무선 셋톱박스 ‘올레tv UHD 4’, 콘텐츠 추천 서비스 ‘AI 큐레이션’이다. 

슈퍼VR tv는 세계 최초 VR IPTV다. IPTV를 TV 대신 VR 기기로 구현한 점이 특징이다. 올레tv UHD 4는 초소형 무선 셋톱박스다. 기존 셋톱박스 대비 크기를 5분의1로 줄였다. UHD 4는 인터넷 선은 물론 전원 선도 필요 없다. 기가 와이파이만 있으면 집 안 어디든 원하는 곳으로 자유롭게 이동해 설치할 수 있다. AI 큐레이션은 개인화된 맞춤형 콘텐츠 추천 서비스다. 1개의 IPTV에 최대 4개의 계정을 제공해 구성원별로 다른 콘텐츠를 추천해준다. 개인의 시청 이력을 바탕으로 첫 화면에 사용자가 좋아할 만한 콘텐츠를 띄워주는 식이다. 

SK텔레콤은 오는 4월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합병 법인을 출범할 계획이다. 통합법인 명칭은 아직 미정이다. 합병이 완료되면 통합 유료방송 가입자는 단번에 800만명을 돌파하게 된다. 여기에 최근 출범한 통합 OTT 서비스 ‘웨이브’ 가입자 270만명을 더하면 SK텔레콤의 미디어 플랫폼은 1000만명을 넘어서는 가입자 규모를 갖추게 된다.

SK텔레콤은 통합 법인과 웨이브의 ‘시너지’ 효과에 집중하겠단 계획이다. 현재 넷플릭스의 유일한 대항마로 평가받는 웨이브와의 연동이 SK텔레콤 전체 미디어 사업부문 성장을 이끌 것이란 분석이다. 웨이브는 지난해 9월 론칭 이후 한달 만에 270만 가입자 유치에 성공, 약 200만명의 사용자를 거느린 넷플릭스를 뛰어 넘은바 있다. 

향후 SK텔레콤은 IPTV와 웨이브의 연동 서비스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웨이브에서 독점 제공하는 콘텐츠를 ‘Btv’를 통해 시청하는 방식 등이 그 예다. 웨이브가 투자하고 있는 오리지널 콘텐츠 역시 향후 IPTV를 통해 제공될 가능성이 높다. 업계에 따르면 SK브로드밴드는 웨이브와의 결합 상품 출시를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LG유플러스는 ‘콘텐츠’로 차별화에 나서겠단 방침이다. 현재 LG유플러스가 특히 집중하고 있는 분야는 AR·VR이다. LG유플러스는 오는 2024년 말까지 AR·VR 콘텐츠 분야에 2조6000억원의 거금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기존 5G 네트워크 기반의 모바일 환경에서만 이용 할 수 있었던 AR·VR 콘텐츠를 TV 플랫폼에도 적용해 유선 고객에도 5G 서비스를 확대 제공하겠단 계획이다. 그동안의 가격 경쟁에서 벗어나 콘텐츠 자체로 승부를 보겠단 의지로 풀이된다.

최근 LG헬로비전은 헬로tv에 ‘U+tv 아이들나라’를 론칭하기도 했다. 아이들나라는 LG유플러스가 2017년 첫선을 보인 키즈 및 영유아 부모 맞춤형 플랫폼이다. 전체 이용자 중 47%가 U+tv 가입 이유로 꼽을 만큼 대표 서비스로 자리매김한 콘텐츠다. 아울러 LG헬로비전은 아이들나라 론칭에 맞춰 무료 키즈콘텐츠를 대폭 강화했다. 헬로tv의 무료 키즈 VOD 비중을 약 30%까지 확대했다. 이 역시 콘텐츠 강화의 일환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유료방송 시장은 단순 가격 경쟁에 몰두해 왔다”며 “그러나 이제는 OTT 등 신흥 강자 출현으로 인해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통신 3사 역시 이번 시장 재편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변화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