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창기와 달리 증권사 보고서 보수적으로 바뀌어
유가 급락, 신용 경색 리스크 등 예상치 못했던 이슈 나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확산 충격에 글로벌 증시가 요동치고 있는 가운데 주류를 이뤘던 증권사들의 증시 낙관론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당초 일시적 영향에 그칠 것이란 예상과는 달리 코로나19가 실물경제뿐만 아니라 신용경색, 디플레이션 등 파생적인 리스크를 낳고 있는 까닭이다.

1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의 공포가 국내외 증시를 짓누르고 있다. 코스피는 이날 장중 5.23% 급락한 1808.56을 기록하며 2015년 8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코스피는 지난 1월만 하더라도 2277.23까지 오르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보여왔다. 미국 뉴욕 증시에서도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가 한 달 만에 20% 넘게 하락하며 본격적인 약세장에 접어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당초 코로나19가 중국에서 퍼져나갈 때만 하더라도 가장 가능성이 낮은 시나리오로 평가됐다. 2002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와 비교해 치사율이 낮았던 데다 역사적으로 전염병이 증시에 미쳤던 영향은 단기적인 수준에 그쳤던 까닭이었다. 특히 경기 회복 국면이라는 점에서 글로벌 경제의 펀더멘탈(기초체력) 훼손은 크지 않을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 당시 증권사 보고서에서는 낙관론이 우세했다. ‘과도한 공포심을 경계해야 해야 한다’거나 ‘단기 노이즈에 따른 변동성은 비중 확대의 기회’라는 문장들이 증권사 보고서를 장식했다. 반도체 경기 회복을 필두로 국내 경제의 회복 속도가 빠를 것으로 점치면서 관련 종목을 저가 매수해야 한다는 의견도 다수였다. 

그러나 최근들어서는 어조가 바뀐 모습이다. 저가 매수 ‘기회’보다는 추가적인 ‘위험’을 더 고려해야 한다는 뉘앙스의 보고서가 다수 나오고 있다. 일부 증권사에서는 올해 주식시장 전망 수정 보고서도 나오고 있다. 대표적으로 교보증권은 전망 수정 보고서를 통해 “기대했던 비상(飛上)과는 다른 비상(非常)”이라며 “현금비중을 최대한 높여 정상화 국면의 진입시 가용 투자능력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올바른 선택”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 이슈가 처음 증권사들의 예상과는 다른 방향으로 번진 배경에는 이번 이슈가 다양한 구조적 리스크를 이끈 데 있다. 우선 코로나19로 이동과 활동이 상당 기간 제한되면서 생산과 소비 등 실물 경제에 영향을 미쳤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의 소비자 신뢰지수(CCI)는 전월 대비 0.4 포인트 하락한 99.6을 기록했는데 이는 OECD 25개국 가운데 가장 낙폭이 컸다. 이는 어느정도 증권사 예상 범위에 들었지만 보다 더 장기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발생했다.

코로나19가 국제 유가 급락의 단초가 됐다는 점도 예상치 못한 이슈였다. 원유 소비가 줄어들면서 1차적으로 유가에 영향을 미쳤고, 주요 산유국들의 감산합의 실패가 나오면서 되려 증산 경쟁으로 이어졌다. 이로 인해 지난 1월 초 배럴당 63.27달러 치솟았던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이달 9일 31.13달러까지 큰 폭으로 내렸다. 수요 부진에 따라 유가의 하락 가능성은 일부 제기됐지만 이 같이 큰 폭의 하락은 예상하기 쉽지 않았던 것이다.

특히 국제 유가 하락이 미국 셰일가스 관련 업체들의 신용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당시 전망하지 못했던 부분이다. 국제 유가 급락에 미국 에너지기업들의 수익성 악화 우려가 확대됐고, 이들 가운데 발행된 하이일드(high yield, 고위험·고수익) 채권의 부실 가능성이 커졌다. 이러한 부분이 하이일드 전체 시장의 투심 악화로 이어질 경우 펀드를 통한 자본 공급이 줄어 다른 업종의 신용경색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결과론적이지만 당시 코로나19가 급격하게 퍼지지 않았다는 점, 글로벌 펀더멘탈을 과신했던 점, 과거 전염병 사례에 기댔다는 점 등이 코로나19를 과소평가하게 된 배경이라고 생각한다”며 “위기가 기회임을 보여주기 위해선 증권사들이 지금이라도 현재 상황과 앞으로의 예상 경로를 더 면밀하게 분석해줄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선언에 글로벌 증시가 요동치고 있는 가운데 주류를 이뤘던 증권사들의 증시 낙관론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사진과 기사 본문과는 관계 없음. / 사진=연합뉴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선언에 글로벌 증시가 요동치고 있는 가운데 주류를 이뤘던 증권사들의 증시 낙관론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사진과 기사 본문과는 관계 없음.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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