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예술, 심술은 덜어내는 것이 기술.

사진=정택

 

같은 것을 보고 서로 다른 생각을 한다는 것, 대화를 통해 이런 점을 알고 서로를 알아간다는 것은 참으로 흥미로운 일이다. 에디터가 영화, 책, 전시를 비롯한 문화를 즐기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 최근〈인간, 물질 그리고 변형-핀란드 디자인 10 000년〉(이하 ‘핀란드 디자인 역사’)〈, 바우하우스와 현대 생활〉(이하 ‘바우하우스’)’, 앨런 플레처 회고전〈웰컴 투 마이 스튜디오!〉(이하 ‘앨런 플레처’) 전시에 다녀왔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이들 전시를 찾는다면, 어떤 다른 감상을 받게 될까? ‘핀란드 디자인 역사’는 핀란드의 고고학 유물부터 현대 산업디자인 제품까지를 총 망라한 전시다. 우리나라 빗살무늬토기와 닮은 그들의 오래된 그릇과 돌도끼, 나무 썰매와 현대 스키 등을 비교해 보여준다. 인간은늘 새로운 물질을 탐구하며, 이에 따라 문화는 진화하고 기술은 발달한다. 편리함을 추구하고, 삶은 군더더기 없이 간단해진다.

‘바우하우스’는 바우하우스 100주년을 맞이해 금호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바우하우스 제품들로 구성한 전시이다. 가구와 조명, 유리 공예품 등 바우하우스를 대표하는 디자이너들의 크래프트 작품들을 차례로 보여준다. 기술이 발달하기 전에는 나무를 손으로 하나하나 깎아 디테일이 살아 있는 장인정신의 가구를 만들었다면, 기술이 발전하면서 대량생산 체제를 시작, 가성 비를 위해 심미보다는 기능을 선택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세계 적인 디자인 컨설팅 회사 펜타그램(Pentagram)의 창립 멤버로 유명한 그래픽 디자이너 앨런 플레처는 50여 년간 방대한 양의 작품을 남겼는데, 그의 회고전에서 대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펜글씨, 수채화, 콜라주 등 그만의 유머러스함을 드러내는 작업 물들에서 그 역시 디자인을 간결하게 줄이는 연습을 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에디터의 전시 후기는 하나로 귀결된다. 삶은 덜어내고 비워내는 과정을 통해 편리하게 업그레이드되고, 창작 예술 또한 그래야 가치를 지닌다는 것. 그러던 차 법정 스님의 열반 10주기를 맞아 출간된《스스로 행복하라》를 읽으면서 마음을 덜어내는 것이 곧 수행이라는 생각에 다다랐다. 스님은 “집착은 바다에서 소금물을 마시는 것과 같다. 더 많이 마실수록 더 목이 마르다”며 집착과 욕심은 쓰레기와 같다고 강조한다. 에디터는 그간 어리석게도 지식을 쌓고 요소를 더하는 것이 발전이라 생각했으니 이젠 무엇이든 조금씩 덜어내는 연습을 해야겠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여러분의 전시 감상 후기는 어떤 긍정의 힘을 가져다줄지.

 

 

김하양 기자

‘백문불여일행(百聞不如一行)’을 모토로 궁금한 것은 몸소 다해보는 호기심 많은 모험왕. 경험적 사고를 통해 흔들리지 않는 바르고 큰 마음을 장착해보려 한다.

 

 

리빙센스 2020년 0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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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김하양 기자 사진 정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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