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일드 채권 스프레드 급등···유가 급락에 에너지기업 리스크 증대 영향
관련 펀드 수익률 하락 가능성↑···“유동성 풍부해 기우” 의견도 존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코로나19) 확산과 국제유가 급락으로 미국 신용시장에 경고등이 들어온 가운데 국내 글로벌 하이일드(high yield, 고위험·고수익) 펀드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어 주목된다. 미국발 신용경색이 발생할 경우 하이일드 시장부터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아직 위험이 현실화되지 않았고 각종 경기 부양책이 나오고 있어 기우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11일(이하 현지 시각) 미국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의 집계에 따르면 미국 국채 대비 하이일드 채권의 스프레드를 반영하는 ‘ICE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US 하이일드 마스터 II 옵션 연계 스프레드’가 지난 9일 6.68%로 치솟았다. 이 스프레드는 지난달 20일만 하더라도 3.62% 수준이었다. 2011년 9월 유럽 재정위기 당시 이 스프레드는 8.41%까지 오른 바 있다.

ICE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US 하이일드 마스터 II 옵션 연계 스프레드. / 그래프=시사저널e.
ICE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US 하이일드 마스터 II 옵션 연계 스프레드 기준. 단위=%. / 그래프=시사저널e.

 

이는 그만큼 미국 내 하이일드 채권의 리스크가 증대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이일드 채권은 낮은 신용도로 인해 위험도가 높지만 수익률은 좋은 채권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신용평가사 무디스 평가 기준으로 ‘Ba1’ 이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평가 기준으로 ‘BB’ 이하인 채권이 이에 속한다. 하이일드 스프레드가 벌어졌다는 것은 신용도가 높은 미국 국채에 비해 하이일드 채권 금리가 상승(가격 하락)했다는 것으로 부도 위험성이 커졌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이번 하이일드 채권의 스프레드 확대는 국제유가 급락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최근 코로나19에 따른 수요 감소와 산유국들의 감산 합의 실패에 따라 지난 9일 배럴당 31.13달러까지 급락했다. WTI는 지난달 19일만 하더라도 53.29달러에 거래됐었다. 이 영향으로 미국 에너지기업들의 수익성 악화 우려가 확대됐고, 이들 가운데 발행된 하이일드 채권의 부실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하이일드 시장의 리스크가 높아지면서 국내 글로벌 하이일드 펀드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위험 회피 선호 현상이 더욱 짙어져 미국뿐만 아니라 글로벌 하이일드 채권의 가치가 전반적으로 떨어질 경우, 펀드의 수익률 저하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일각에선 리스크가 미국 에너지 섹터뿐만 아니라 항공업, 여행업 등 코로나19 악재를 맞은 다양한 산업으로 전이될 경우 펀드 환매 리스크가 커질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하이일드 채권 가격이 하락하고 펀드 수익률이 떨어지게 되면 투자자들의 환매 요청이 늘어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자금 회수가 안 돼 유동성 불일치로 환매 요청에 대응하지 못하게 되면 환매가 중단될 가능성도 존재한다”며 “라임자산운용 무역금융 펀드를 비롯해 최근 채권 관련 펀드의 환매 중지 사태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어 상황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0일 현재 33개의 글로벌 하이일드 펀드가 운용되고 있다. 이들의 설정액은 1조366억원 수준으로 올해 초 이후 690억원의 자금이 유입된 상태다. 최근 한 달간 수익률은 마이너스(-) 2.59% 수준으로 같은 기간 해외 채권형 펀드 평균 수익률인 0.49%를 밑돌고 있다. 

다만 아직 시장 리스크가 현실화되지 않았고 관련 경기 부양책들이 나오고 있다는 점에서 위기론은 섣부르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이태훈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시장 악화에 따라 펀드를 통한 신용 공급 경로에 문제가 발생할 수는 있지만 현재로서 상황이 나쁘지만은 않다”며 “기준금리가 인상이 아닌 인하된 시점이고 미국 중소기업 신용과 유동성 여건이 아직 우호적인 상태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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