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항공기 멈추고 中공장 가동중단···일부 석유화학社 적자우려 팽배
“국제유가 폭락, 평상시면 분명 수혜요인이지만 불확실성만 키워”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여파가 후방산업으로 빠르게 전이되고 있다. ‘수출효자’ 석유화학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다운사이클로 진입한 상황에서 코로나19 여파까지 감내해야 하는 처지다. 전문가들은 수요회복이 급선무라 조언한다. 결국 코로나 사태 종식이 절실한 상황인데, 현재로선 장담할 수 없어 우려감만 커지고 있다.

11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올 1분기 및 상반기 주요 화학·정유사들의 손실규모가 당초 추정치보다 확대될 전망이다. 주요 증권사 애널리스트들도 일제히 당초 예측치보다 하향 조정했다.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의 경우 올 1분기 3000억~4000억원에 이르는 영업손실이 유력시 되는 상황이다.

원인은 코로나19다. 단순히 정제 마진 악화에 따른 이익률 감소를 넘어, 중국에서 시작된 코로나19가 한국·일본 등 동아시아를 거쳐 중동·유럽·북미 등으로 빠르게 전파되면서 시장이 급속도로 얼어붙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기업들의 피해가 선제적으로 드러난 데 이어, 유관 산업으로의 전이가 빠르게 이뤄지는 양상인데 석유화학 업계도 마찬가지인 셈이다.

정유업을 영위하는 업체들의 경우 운송수요 감소가 뼈아프다. 감염확산을 막고자 사회적으로 이동에 제한을 두고, 국내외 사정에 따라 여행수요가 급감하면서 자연히 유류소비가 줄었다. 한 정유업체 관계자는 “재택근무 등이 확대되면서 휘발유·경유 등의 소비가 줄었고, 마찬가지로 항공운항 편수가 줄어들며 항공유 판매도 급락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화학업계도 사정은 비슷하다. 무엇보다 이번 코로나19의 발원지가 중국이라는 점에서 타격이 크다. 현지공장들의 가동이 중단되면서 제품 판매가 눈에 띄게 줄었다. 자연히 기업들의 부담은 더욱 커졌다. 정제마진이 악화된 상황서 매출까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주요 대기업이 영위하고 있는 분야지만, 사태가 길어질수록 이들의 여력 역시 감소할 수밖에 없다.

최근 국제유가가 폭락했지만, 사태진정에 큰 도움이 되지는 못할 것이란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일반적으로 유가감소는 곧 원가감소인 까닭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받아들여진다. 수요가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유가만 감소하게 될 경우, 선제적으로 구입한 원유가격이 급락해 재고평가손실을 입게 된다. 유가하락의 수혜를 위해선 수요회복이 선제돼야 한다는 의미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유가폭락에 발맞춰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는 감산을 추진하고 있지만, 러시아 등 산유국들은 이에 동의하고 있지 않아 오히려 불확실성만 커진 상태”라면서 “유가하락에 따른 일부 수혜요인도 분명하지만, 전체적인 시장을 고려했을 때 조속한 코로나19 사태종식과 이에 따른 수요회복이 시급하다”고 분석했다.

한편, 업계는 공장가동을 낮추는 방식을 통해 급한 불부터 끄겠다는 자세다. SK에너지가 선제적으로 원유정제 시설의 가동을 낮추고 추가감산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주요 업체들 역시 유사한 행보를 보일 것으로 예측된다. 다만, 국내뿐 아니라 중동·유럽·북미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함에 따라 현재로선 조속한 사태종식이 어려운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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