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피해 여성 주장 믿기 어려워···공소유지 집중
금품·성접대 3억 수뢰 1심 “입증부족·면소” 무죄 판결

3억원대 뇌물 혐의로 구속기소됐으나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지난해 11월 22일 오후 서울 동부구치소에서 석방돼 나오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3억원대 뇌물 혐의로 구속기소됐으나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지난해 11월 22일 오후 서울 동부구치소에서 석방돼 나오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검찰이 건설업자 윤중천(59)씨의 별장에서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고소당한 김학의(64·사법연수원 14기) 전 법무부차관을 무혐의 처분했다. 지난해 3월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의 수사권고에 따라 관련 수사단(단장 여환섭 대구지검장)이 출범한 뒤 10개월 만에 사건 수사는 종결됐다.

10일 검찰에 따르면 수사단은 지난 1월 말 여성 A씨가 김 전 차관을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강간등치상), 무고 등 혐의로 고소한 사건에 대해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무혐의 처분했다. A씨가 윤씨를 강간치상 등 혐의로 고소한 사건 역시 같은 이유로 혐의없음 처분을 내렸다. 김 전 차관과 최씨가 서로를 무고 혐의로 고소한 사건도 무혐의로 종결됐다.

A씨는 2008년 3월 강원 원주시에 있는 윤씨의 별장 내 옷방에서 두 사람에게 합동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해왔다. 김 전 차관도 고소장을 통해 A씨와 만나거나 성관계를 한 사실이 없고 A씨가 거짓으로 진술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검찰은 A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떨어지고, 또 그 주장이 허위임을 입증할 반대 증거도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김 전 차관의 별장 성접대 의혹을 둘러싸고 검찰에 접수된 고소·고발 사건은 모두 마무리됐다.

검찰은 남은 재판 공소유지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성폭행 의혹 사건과 별개로 성접대비를 포함해 3억3000만원 상당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 전 차관은 지난해 11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검찰의 공소사실에 대해 입증부족이나 공소시효 만료에 따른 면소 판결을 내렸다. 이에 불복한 검찰이 항소장을 접수함에 따라 김 전 차관은 2심에서 다시 유무죄를 다투게 됐다.

김 전 차관이 법적 책임을 모두 피하는 분위기가 굳혀져 가면서, 과거 두 차례 이 사건을 수사하고도 김 전 차관을 기소하지 않았던 검찰에 대한 ‘부실수사’에 비판이 일었다.

앞서 검찰은 두 차례 김 전 차관을 재판에 넘길 기회가 있었지만 모두 불기소 처분했다. 지난 2012년 경찰은 김 전 차관 비위 첩보를 입수하고 내사에 착수해 2013년 7월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으나, 검찰은 같은 해 11월 김 전 차관을 한차례 소환한 후 무혐의 처분(1차 수사)을 내렸다.

또 2014년 성폭행 피해자의 고소가 있은 후 한차례 더 수사에 나섰지만 김 전 차관을 소환하지도 않은 채 이듬해 1월 무혐의 처분(2차 수사)을 내렸다.

지난 2018년 4월 법무부 산하 검찰과거사위원회는 김 전 차관의 사건을 재조사 대상으로 선정했으며, 지난해 3월 김 전 차관을 비롯해 1차 수사 당시 외압을 행사한 의혹을 받은 곽상도 전 청와대 민정수석(현 미래통합당 의원)에 대한 수사를 권고했다.

하지만 수사단은 지난해 6월 김 전 차관을 특가법상 뇌물 혐의로 구속기소하면서도 성범죄와 수사외압은 밝혀내지 못했다. 수사단은 곽 의원과 이중희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현 변호사)에 대해서도 증거를 찾지 못하거나 공소시효가 지났다며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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