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위·복지위·산자위 등 8개 상임위 가동···17일 본회의 처리 목표
마스크·음압병상·체온계 등 방역 예산 누락 지적···추경 확대·‘2차 추경’ 등 주장도
홍남기 “추경, 경기보강 대책 포함하면 32조원 규모”···“재난기본소득엔 동의 못해”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이 10일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이 10일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회는 10일 ‘코로나19 사태’ 대응을 위해 정부가 제출한 11조7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한 심사에 돌입했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기획재정위원회, 행정안전위원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환경노동위원회 등 8개의 상임위원회가 총 가동됐다.

이날 상임위별 심사 이후 국회는 11일 예결위 종합정책질의, 13·16일 예결위 예산소위 정밀심사 등 절차를 거쳐 오는 17일 본회의를 개최해 추경안을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여야는 추경의 필요성과 규모 확대 등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어 계획된 시한 내에 추경안이 처리될 가능성은 높은 상황이다. 다만 야당이 ‘총선용 선심성 예산’이 추경안에 포함돼 있다며 ‘현미경 심사’를 공언하고 있는 만큼 심사 과정에서 진통을 겪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정치권, 시장 등에서는 ‘코로나19 사태’로 경제상황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소모적 논쟁을 최소화하고, 추경이 경제·방역 등 지원이 적시에 이뤄질 수 있도록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마스크·체온계 등 예산 누락 지적···野 “소비쿠폰, 총선용 선심성 예산”

이날 추경안에 대한 복지위 심사에서 여야 의원들은 일제히 보건복지부 추경 예산 2조9671억원 중 마스크·읍압병상·체온계 등 지원 관련 예산 항목이 제외돼 있다고 지적했다.

오제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복지부가 마스크 소관 부처임에도 추경안에 마스크와 관련한 예산이 하나도 반영돼 있지 않다”며 “추경을 총 10조원이나 하면서 당장 필요한 마스크 확보 예산이 들어있지 않다면 무엇 때문에 추경을 하는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같은 당 맹성규 의원도 “음압 병상 확충에 배정되는 예산이 실질적으로 2억5000만원인데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와 비교하면 불충분하다”며 “계획을 줄이든지, 추가예산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상진 미래통합당 의원 또한 “체온계 부족에 대구 자가격리자 2000명이 임의로 체온을 측정하고 있음에도 ‘체온계 예산’이 추경에서 빠졌다”며 “자가격리자들이 체온계가 없어서 어려움을 겪고 있고 레벨D 방호복 대신 쓰는 AP가운, 이동식 음압기 등도 부족하다고 한다. 이들 물품 공급을 위해 예산을 편성해 통과해달라”고 강조했다.

이 자리에서 야당 의원들은 추경안에 포함된 ‘소비쿠폰(온누리상품권, 지역사랑 상품권 등) 지급 사업’에 대해서도 강력 비판했다. 해당 사업이 ‘총선용 선심성 예산’이라는 주장이다.

김명연 통합당 의원은 보수의 30%를 상품권을 지급받는데 동의한 노인 일자리 참여자에게 총 보수의 20%를 가산해 지급하는 추경안 사업 내용을 언급하면서, “전부 ‘현금 살포성’ 예산이다. 지방자치단체가 코로나19 사태로 지금 노인 일자리 사업을 중지하고 있는데 왜 이러한 예산을 편성한 것이냐”고 지적했다.

장정숙 민생당 의원도 저소득층에 지역 상품권을 지급하는 사업과 관련해 “음성적 유통 경로로 ‘현금 깡’(현금화)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비판했다.

이와 같은 지적에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은 “(코로나19로 인해) 불가피하게 경제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고 그로 인해 가장 어려운 분들이 노인, 장애인 소위 취약계층”이라며 “미흡한 부분에 대해서는 보완해나가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행안위에서도 ‘소비쿠폰 사업’ 문제에 대한 여야 의원들의 지적은 이어졌다. 추경안에서는 행정안전부 소관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규모를 2400억원 증액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김병관 민주당 의원은 “대구·경북처럼 상품권이 활성화되지 않은 지역은 (상품권 발행의 효과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고, 윤재옥 통합당 의원은 “상품권 발행 지원을 3∼6월 4개월로 한정했는데, 준비단계인 대구는 5월에 시행하겠다는데 전혀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된다. 기간 조정이 필요하고, 발행 지원 규모도 지역별로 차등을 둬야 한다”고 밝혔다.

진영 행안부 장관은 “(지원 기간은) 최초 발행했을 때부터 넉 달로, 발행 시기가 늦어지면 그 이후로 넉 달이 된다”며 “할인율은 10%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한다. (지역사랑상품권을)신청한 지자체가 4조4000억원인데 그 정도는 다 소비가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스크 5부제 시행 이틀째인 10일 서울 주택가의 한 약국 앞에서 우산을 쓴 주민이 공적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사진=연합뉴스
마스크 5부제 시행 이틀째인 10일 서울 주택가의 한 약국 앞에서 우산을 쓴 주민이 공적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사진=연합뉴스

◇추경 규모 확대 필요성 제기···홍남기 “재난기본소득, 동의 어렵다” 일축

대부분의 상임위에서는 추경의 규모가 사태의 심각성에 비해 부족하다는 주장도 일제히 제기됐다.

홍익표 민주당 의원은 행안위 심사에서 “적자재정을 감안하더라도 추경 규모가 25조원 이상은 필요하다”며 “6, 7월이 되면 필연적으로 2차 추경 얘기가 나오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같은 당 이용득 의원도 “특히 일용직 노동자, 특수형태 근로 종사자 등 정부 지원체계 밖에 있는 이들에 대해 직접 지원하는게 있어야 한다”고 밝혔고, 이장우 통합당 의원도 “추경안을 면밀히 재검토해서 실질적으로 중소기업, 자영업자, 취업한 분들의 고용 불안정 문제를 세밀하게 가다듬어야 한다. (추경안에 대해) 증액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같은 비판과 요구는 산자위에서도 관측됐다. 이훈 민주당 의원은 “수출채권 조기현금화 500억원 증액이 추경에 편성됐다. 사스 때도 증액했는데 700억원이었고 메르스 때는 750억원이었는데 너무 적다”며 “코로나 관련 경기 하방 여파를 최소 6개월은 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재위에서는 ‘2차 추경’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도 있었다. 김정우 민주당 의원은 “메르스 때와 달리 지금은 (코로나19가) 전세계적으로 전개될 우려가 있다”며 “경제적 피해가 아무도 예상 못하는 범위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장기화에 대비해 기재부 내부에서 2차 추경도 고심하면서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지적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추경과 별개인 20조5000억원 규모의 경기보강대책을 언급하면서, 추경의 규모가 적정한 규모라고 밝혔다.

그는 “행정부 내부적으로 재정만 8조원, 공공기관까지 하면 20조원 정도가 만들어져서 진행 중”이라며 “(경기보강) 대책과 추경을 같이 봐야 한다. 그러면 32조원 규모가 된다”고 말했다.

‘2차 추경’ 주장에 대해서는 “지금 말씀드릴 사안은 아니다”면서도 “글로벌 경제가 얼마나 어려워질지 판단해서 추가적으로 역량이 있다면 상응하는 대책이 있어야 한다”고 여지를 뒀다.

다만 홍 부총리는 일각에서 제기되는 ‘재난기본소득 도입’에 대해서는 일축했다. 그는 “검토해본 결과 장점도 있겠지만, 여러 가지 문제도 있어서 저희로서는 쉽게 동의하기는 어렵다”며 “전 국민에게 모두 현금을 깔아주는 방식은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추경에는 기초생활보장 대상자나 의료보호 대상자, 주거보호 대상자 등 어려운 계층을 중심으로 소비 쿠폰이나 특별돌봄쿠폰 등을 통해 (기본소득의) 성격에 준하게끔 지원하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0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0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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