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 '100% 자체헤지'지만 보수적 운용
NH투자증권은 백투백헤지 비중 확대
한국투자증권·미래에셋대우, '김연추 대전'

그래픽=이다인디자이너
그래픽=이다인디자이너

 

국제유가와 글로벌 증시가 동반 폭락하면서 원유가격 기반 파생결합증권(DLS)과 주가연계증권(ELS)에서 대거 손실이 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국내 증권사들도 2015년 당시 DLS·ELS 관련 자체헤지를 제대로 하지 못해 큰 손실을 입었던 기억이 있다. 이후 증권사들은 자체적으로 헤지능력 강화에 힘을 기울였는데 현재 증권사별로 다양한 헤지 전략을 내세우고 있어 향후 결과가 주목된다.

증권사들, 코로나19에 DLS·ELS 손실 가능성↑

10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9일 기준 국내 증권사들의 미상환된 파생결합증권 발행잔액은 15조4519억원에 이른다.

파생결합증권은 기초자산 가격 움직임에 따라 투자수익이 결정되도록 설계된 장외파생상품으로 대부분 6개월 단위로 기초자산의 가격이 최초가격의 70~80% 이상이면 약속된 이자와 원금을 지급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기초자산의 가격이 보통 최초 기준가의 50% 이하로 떨어지면 원금 손실이 날 수 있는 ‘녹인’을 갖추고 있다.

가장 일반적으로 쓰이는 기초자산 가운데 하나는 국제유가로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되는 서부텍사스산원유(WTI)나 북해산 브렌트유가 기준이 된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제유가를 자산으로 삼는 파생결합증권 미상환 발행잔액은 최대 1조4500억원가량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재 만기에 도달하지 않은 대다수 원유 기초자산 파생결합증권 중 대부분은 조만간 손실구간에 접어들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간 석유감산을 놓고 합의가 실패하면서 국제유가는 연일 급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초까지만 하더라도 WTI 가격은 최고 63달러에 거래됐다. 그러나 3월9일(현지시간) 4월 인도분 WTI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24.6%(10.15달러) 급락한 31.13달러를 기록했다. 시장은 국제유가가 당분간 추가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파생결합증권과 유사한 파생상품으로 실물자산가격 대신 주가를 기준으로 삼는 주가연계증권(ELS) 역시 손실 가능성이 이전보다 높아졌다. 글로벌 증시 급락 때문이다. 이날 기준 미상환된 주가연계증권 발행잔액은 47조2607억원에 이른다.

다만 주가연계증권의 손실 가능성은 원유기반 파생결합증권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주가연계증권 상품에서 대표적 지수로 쓰이는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는 이날 전날보다 2.12% 오른 10196.12을 기록했다. 주가연계증권 대부분은 녹인 구간으로 8000선 전후를 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체헤지 능력에 따라 손실 여부 결정

파생결합증권과 주가연계증권은 모두 최근 몇 년 동안 국내 증권사들의 주력판매 상품으로 부상한 파생상품군이다. 증권사들은 파생상품 발행으로 유입되는 자금을 운용하며 수익을 늘려왔다.

증권사들은 해당 상품을 판매하며 손실 날 가능성에 대비해 헤지를 걸어놓는다.

증권사들의 헤지운용방식은 크게 백투백헤지와 자체헤지로 구분된다. 백투백헤지는 주로 외국계 증권사에 헤지상품을 파는 것으로 증권사는 소정의 수수료를 해당 증권사에 지급한다. 증권사 입장에서는 헤지 비용이 추가로 발생하지만 손실리스크를 타 증권사에 떠넘길 수 있다.

자체헤지는 증권사가 직접 헤지를 떠안는 것이다. 헤지 운용을 잘못하면 증권사가 손실을 볼 가능성이 있지만 타 증권사에 지불하는 헤지비용을 아낄 수 있어 파생상품 판매에 따른 이익률을 높일 수 있다.

증권사가 자체헤지한 파생상품 손실 시에도 증권사가 무조건 손실을 보는 것은 아니다. 자체헤지 설계를 잘하면 파생상품 손실시 증권사들은 해당 상품에서 나는 손실분을 헤지구조를 통해 만회할 수 있다.

2015~2016년 당시 국제 유가는 연일 하락하고 국제증시도 악화됐다. 이에 당시 자체헤지에 나섰던 국내 증권사들 대다수가 파생상품운용에서 큰 손실을 냈다. 이는 증권사들이 자체헤지를 해서 손실이 난 것이 아니라 자체헤지 구조를 정교하게 설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NH·삼성 ‘리스크↓’, 미래에셋·한투증권 ‘김연추 대전’

국내 증권사들은 내부적으로 헤지 능력을 연구, 발전시키고 있다. 2010년 당시 국내 증권사들의 자체헤지 비중은 29% 수준이었지만 지난해 9월말 기준 자체헤지 비중은 48.1%에 이른다.

증권사들은 영업비밀을 이유로 구체적인 자체헤지 비중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증권사별로 경영기조에 맞춘 자체헤지 운용방식은 조금씩 공개되고 있다.

삼성증권은 백투백헤지를 거의 사용하지 않고 100%가까이 자체헤지를 이용한다. 대신 삼성증권은 극도로 보수적인 자체헤지 운용을 통해 손실가능성을 최대한 낮추고 있다.

NH투자증권은 과거 자체헤지 비중이 높았으나 정영채 대표 취임 이후 백투백헤지 비중을 높이고 있다. 파생상품에서 손실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이 리스크관리 차원에서 낫다는 것이 정 대표의 ‘과정가치’ 경영철학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몇 년간 자체헤지 비중을 빠르게 늘렸던 증권사로 꼽힌다. 그 배경에는 ‘연봉 22억’으로 유명세를 탔던 김연추 차장이 있었다. 한국투자증권은 김연추 차장의 뛰어난 자체헤지 구성능력을 뼈대로 파생상품 분야에서 탄탄한 자체헤지 시스템을 구축했다.

미래에셋대우는 지난해 초 한국투자증권에서 김연추 차장을 에쿼티파생본부장으로 영입했다. 이는 자체헤지 부분을 강화해 파생상품 분야에서 수익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의도로 업계는 해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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