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재난 상황서 커뮤니티 사이트 올라온 ‘코로나19 이후 영업 활성화 방안 지침’ 논란···영업사원 적은 중소제약사 추정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사이트에 게재된 ‘코로나19 이후 영업활성화 방안’. / 사진=시사저널e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사이트에 게재된 ‘코로나19 이후 영업활성화 방안’. / 사진=시사저널e

A제약사가 코로나19로 인해 타 업체들이 거래처 방문을 자제할 때 방문 횟수를 늘려 병의원 원장과의 유대관계를 증진하라는 영업 지침을 만든 것으로 추정돼 업계 주목을 끌고 있다. 

10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한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사이트에 ‘코로나19 이후 영업 활성화 방안’이라는 지침이 소개돼 제약사 영업사원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한 제약사 직원이 ‘이 회사 어디인가요?’라는 제목으로 지침을 올리고 ‘대단하네요’라고 언급한 것이다. 이 직원은 이 지침을 담은 문건이 어느 제약사에서 나온 것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이 문건은 해당 제약사 품목 등 회사를 짐작케 하는 중요 부분은 가려져 있는 상태다. 지침에 따르면 첫째 줄에 ‘원장들이 환자 진료 시, 처방 기간을 늘려서 처방량을 증대시킨다’라고 나와 있다. 

지침의 핵심은 둘째 줄에 담긴 것으로 판단된다. 여기에는 ‘타 메이커들이 병원 방문을 자제할 때 당사 영업직원은 방문 횟수를 증대해 약품 및 일상적 정보 전달을 통한 원장과 유대관계를 증진해 향후 제품 신규로 연결해 판매 볼륨을 증대시킨다’고 적혀 있다. 이 같은 언급은 다른 제약사 영업사원들이 병의원을 방문하지 않는 시점에서 거래처를 방문해 신규 매출을 발생시키라는 지시로 풀이된다.

이어 지침에는 ‘코로나19 중요성을 적극 홍보해 당사 판매를 증진시킨다’ ‘각 지역 보건소와 보건지소에 영업사원을 지정해 주 1회 이상 적극적 방문 등을 통해 새로운 틈새시장을 개척해 판매를 증대한다’ ‘고령화로 인한 신규 요양병원 및 암전문 요양병원 오픈처 증가에 따른 신규 병원을 적극 공략해 새로운 거래처 창출로 영업 증대한다’ 등이 포함됐다.  

아울러 ‘3~6월 병원 오픈 시즌을 맞아 신규 오픈처를 적극 공략해 거래선 확보를 통한 판매 증대를 창출한다’ ‘환절기 시즌 때 호흡기 제품, 항생제 등 계절적으로 수요가 많은 제품을 적극적으로 품목 신규해 판매 증대한다’ ‘온라인을 통한 SNS 대체영업활동(학술자료, 볼거리 정보 등)’으로 구체적 지침을 하달했다.   

이 같은 지침 내용을 본 제약사 관계자들은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영업력에만 초점이 맞춰진 영업 활성화 방안이 지나치다고 비판했다. B제약사 직원은 “쉽게 말하면 다른 제약사 영업사원들이 병의원을 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자사만 이기적으로 영업을 하겠다는 심보”라며 “이런 영업 방침은 옳지 못하다”고 성토했다.

C제약사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영업사원이 병의원을 가려 해도 갈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현장을 모르는 제약사 고위층이 지시한 것으로 보이며, 실제 이런 방식으로 의료기관에서 영업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A제약사 실명에 궁금증을 표명하는 관계자들도 적지 않았다. D제약사 직원은 “아무래도 영업사원 숫자가 적은 중소제약사일 가능성이 크다”며 “사원 숫자가 많은 대형 제약사 같으면 벌써부터 소문이 나고 업계에 자세한 내용이 알려졌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E제약사 관계자도 “최근 영업사원 불만이 조금이라도 큰 내용은 청와대 청원 사이트 등에 적나라하게 올라가는데 회사 이름이 밝혀지지 않은 것을 보면 현재로선 규모가 작은 소형 업체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복수의 제약업계 관계자는 “근 두 달가량 이어진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제약사들이 1분기 실적을 크게 걱정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 같은 현실에서 얌체같이 자사만 실적을 올리겠다는 의도를 보인다면 실망스러운 작태”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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