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중국서 한국발 입국자 2주 격리 조치…공장 가동 지연 우려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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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코로나19 여파로 국외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공장 운영에 차질을 겪는 중이다. 베트남과 중국 등 해외 정부의 한국인 입국제한 조치로 국내 전문 인력의 현지 파견 계획에 변수가 생기면서다. 업계는 이 같은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생산 차질에 대한 우려를 제기한다. 하반기 OLED 사업 대목을 두고 양사 고민이 깊다. 

10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베트남 공장에 자사 및 협력사 엔지니어 700여명을 파견할 계획이었으나 베트남 당국이 한국인 입국을 제한하면서 파견 계획에 차질을 겪고 있다. 베트남 정부는 지난달 29일부터 무비자 입국을 막고 한국에서 온 모든 입국자들에게 2주간 격리 조치를 지시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현지 법인을 통해 베트남 정부를 상대로 예외적 입국을 요청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하반기 신모델 물량을 대응하기 위한 기존 설비 개조를 위한 인력”이라며 "아직 요청에 대한 결과가 나오지 않아 향후 상황을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들 인력을 기존 OLED 모듈 라인 장비 개조를 위해 투입할 계획이었다. 하반기 고객사 신제품 출시 물량 대응을 위해서다. 신제품의 패널 사양이 달라지면서 장비 개조가 필요한 상황이다. 해당 라인은 삼성전자와 중국 화웨이 등 주요 고객사에 납품할 스마트폰용 OLED를 양산해왔다. 만약 이 인력 투입이 계속 늦어질 경우 삼성디스플레이 납품 계획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삼성디스플레이와 거래하는 관련 업계도 고민이다. 장비업계 관계자는 “아직 현지 인력 관련 문제는 없지만 입국 조치가 장기화할 경우가 우려된다”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현지 법인을 통해 인력을 운용 중이며 추이를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LG디스플레이 역시 중국 광저우 OLED 신공장 양산 준비 과정에서 애를 먹고 있다. 신공장 가동을 앞두고 국내 엔지니어들을 파견하는 상황에서 광둥성 정부가 지난 2일부터 한국 입국자 대상 2주간 호텔 격리를 의무화했다. '음성' 판정을 받아도 2주 격리는 필수다.

업계 일각에선 실제 제품 양산은 이달을 넘길 것으로 예상한다. 업계 관계자는 “이달 초에도 엔지니어들이 파견된 것으로 안다”면서 “이달 초에 입국한다고 해도 이달 중순부터 공장 작업이 가능한 상황이라 아무리 마지막 작업 단계라 해도 실제 양산은 늦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LG디스플레이 광저우 OLED 공장은 지난해 8월 말 완공된 이후로 반년 가까이 양산 물량이 없다. 회사 측은 광저우 공장 양산 준비 기간을 지난해 하반기에서 올 1분기로 미뤘다. 공정 수율을 높이고 생산 라인 안정화과정에서 계획보다 가동 시점이 늦어졌다. 이 가운데 목표한 양산 시점을 한달 가량 앞두고 코로나19 여파로 현지 출장까지 변수가 생겼다.

OLED 사업은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의 성장 동력이다. 중국발 LCD 물량 공세를 피해 수익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택한 길이다. 중국 BOE 등 업체들이 정부 지원에 힘 입어 우리나라가 가졌던 주도권을 가져갔다. 국내 업계는 LCD 사업 비중을 줄여가는 추세다. 이 공백을 채울 사업이 OLED다. 경쟁사와 큰 기술 격차를 확보한 만큼 전문 인력의 오랜 공정 및 기술 노하우가 요구된다. 현지 주재원 뿐만 아니라 한국 본사 전문 인력 투입이 필요한 이유다.

특히 올 하반기는 양사의 OLED 사업 대목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올 하반기 삼성전자 외에도 화웨이, 애플 등 굵직한 고객사 제품을 양산할 전망이다. 주요 업체의 플래그십 스마트폰 부품 양산을 앞둔 상황에서 코로나19는 불안 요인이다. LG디스플레이의 경우 광저우 신공장 가동은  흑자 전환의 발판이다. 시장에선 광저우 공장 가동과 함께 OLED 공급 물량이 크게 늘면서 매출은 물론 패널 가격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회사 측은 올해 OLED 패널 양산 규모를 600만대 전후로, 지난해 2배 수준으로 예상한 바 있다. OLED TV 패널을 쓰겠다는 TV업체는 지난해 15개사에서 올해 19개사로 늘어날 전망이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사실 완전한 입국 금지가 아니기 때문에 추이를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면서 "이런 상황은 사실 일개 기업 입장에서 완전히 극복하기 어렵다. 정부 대 정부 차원에서 기업인의 예외적 입국을 허용하는 조치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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