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月 완성차 5개社 판매량 모두 후퇴···현대차·기아차도 각각 12.9%·5.0%↓
“용광로 특성상 생산 멈출 수 없어···사태 장기화 땐 철강업계 부담도 커져”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제 여파가 업종에서 업종으로 확산되고 있다. 일부 업종에 국한되던 것을 넘어, 후방산업으로의 피해전이가 빠르게 전개되는 양상이다. 완성차의 후방산업인 철강업계가 대표적이다.

10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국내 완성차업계는 국내 주요 제조업계 중 코로나19에 따른 피해가 가장 컸던 업계로 꼽힌다. 중국 내 확진자가 기하급수적으로 확산될 당시 현지로부터 부품 수급에 난항을 겪었으며, 국내 감염자 수가 폭증하면서 소비심리 위축에 따른 완성차 판매량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번 코로나19가 전례 없던 바이러스인 탓에 확산세가 언제쯤 주춤해질지 아무도 모른다는 데 있다. 심지어 전문가들도 엇갈린 예측을 내놓는다. 과거 창궐했던 바이러스들과 같이 일 평균기온이 8~10℃를 웃도는 따뜻한 날씨가 찾아오면 완화될 것으로 예측하기도 하지만, 확진자 수만 잦아들 뿐 연말까지 확산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기도 한다.

자연히 완성차업계에 제품을 납품하는 후방산업으로의 피해가 커질 요량이다. 특히 철강업계의 고심이 크다. 자동차강판을 납품하는 철강업계는 업계 특성 상 생산을 멈출 수 없다. 팔리지 않는 다고해서 용광로(고로) 가동을 멈출 수 없기 때문이다. 고로는 가동이 멈추고 나흘째부터 쇳물이 식어 굳기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본체가 균열될 수 있는데, 복구 및 재가동에 이르기까지 3~6개월, 혹은 그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

이는 철강사라고 해서 모두 용광로를 보유하지 않은 이유기도 하다. 고로 준공 및 제품생산에 이르기까지 막대한 시간과 자본이 투입되기도 하지만, 안정적인 판로를 자신할 수 있어야만 고로 건립계획을 결정할 수 있다. 완성차업체들은 노조의 파업 등을 이유로 공장가동을 멈출 수 있지만, 이에 공급되는 자동차강판 생산을 꾸준히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자동차강판을 납품하는 주요 철강사로는 포스코·현대제철 등이다. 포스코는 포항·광양에 9기의 고로를, 현대제철은 충남 당진에 3기의 고로를 각각 운영 중이다. 국내 완성차업체들이 지난달 초부터 원활한 공장가동을 보이지 못하는 가운데, 지난달 판매량이 전년대비 11% 감소한 상황에서도 이들 두 회사는 꾸준히 자동차강판을 생산하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완성차업계 사정과 무관하게 자동차강판을 계속 생산할 수밖에 없는 구조여서 생산차질 혹은 판매부진에 따른 생산량 감축이 실시되면, 자동차강판 재고가 쌓이게 된다”며 “이 같은 현상이 장기화 될수록 철강업계의 부담 또한 더불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5개 주요 완성차업체들은 최근 2개월 연속 10만대를 밑도는 판매고를 보였다. 특히 지난달 전 업체가 전년동월 대비 감소세를 나타냈다. 총 7057대를 판매한 르노삼성자동차와 7141대를 판매한 쌍용자동차의 경우 각각 39.8%, 27.4% 후퇴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대자동차(27만5044대)·기아자동차(18만7544대)·한국GM(2만8126대) 등도 전년대비 각각 12.9%, 5.0%, 14% 감소한 판매성적표를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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